올드 뉴욕
이디스 워튼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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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뉴욕

이디스 워튼 지음

여성작가는 손가락으로 뽑을 만큼만 겨우 안다. 문학책을 잘 읽지 않아 작가도 잘 모를 뿐 아니라 여성 작가는 더욱 잘 모른다. 미국 서부개척시대를 배경으로한 초원의 집, 미국의 남북전쟁이 배경이 되는 작은 아가씨들, 그리고 빨강 머리 앤처럼 매우 대중적인 소설과 그 소설을 드라마나 영화로 접했을 뿐이다. 그래서 이디스 워튼과 나의 접점을 찾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영화 순수의 시대를 봤던 기억이 난다. 아름다운 위노라 라이더와 유명 배우들이 나왔던 영화의 원작을 지은 작가였다. 오늘날의 뉴욕은 실험적이며 도전적인 열정적인 도시라면 19세기 뉴욕의 상류충은 영국상류층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의 격식을 따진다.

표지가 백합인 것도 순수와 순결을 의미하는데 상류층의 관습(전통)을 아름답게 형상화한 이미지가 아닐까? 다른 계급이나 계층과 섞이지 않고 철저하게 분리하는 이중적인 상류층을 백합으로 상징하고 있다. 뉴욕사회는 출신이 다른 두 사람을 나란히 두지 않는 쪽을 선호했다.

출신성분을 구별 짓고 계급의 위계질서를 유지하는 상류층의 문화와 관습이 이 책 곳곳에 등장한다. 19세기 옛 뉴욕의 상류층 사람들의 복식, 음식문화, 취향에 대한 기호들, 주택들을 고증하듯 자세히 다루고 있는 책이다. 특히 뉴욕의 상류층들은 잉글랜드, 프랑스,네덜란드 귀족의 양식을 서로 경쟁하듯 따라 하고 숭배하는 모습들이 보게 된다.

<헛된 기대>에서 뉴욕 레이시 가문의 유일한 아들이 성연을 맞아 그 당시 상류층 자제들이 유럽과 세계여행을 가서 모험과 견문을 넓히는 통과의례와 같아서 루이스 레이시도 유럽 여행을 가게 된단. 이 여행엔 가문 대대로 물려줄 명화 갤러리를 만들려는 아버지의 뜻이 있었는데 루이스는 아버지의 기대처럼 유명한 이탈리아의 화가 라파엘로의 작품이 아닌 아버지가 처음 듣는 작가들의 작품들로 아버지는 분노와 실망으로 그에게 수집한 작품만을 남길 뿐 아니라 뉴욕 사회에서 잊혀진다. <헛된 기대>에서 당대에 유명한 예술 비평가 존 러스킨과 유명한 화가 단테 로세티의 작품도 등장하지만 아버지는 그 두 사람의 위대성을 알지 못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노처녀>에서 자신의 욕망과 감정에 솔직했던 사촌과 열정과 욕망을 동경하지만 도덕과 현실을 외면하지 않은 주인공의 삶과 내면을 섬세하게 보여주면서 역시 상류층들은 출신이 불분명한 입양아하곤 연애를 해도 결혼하지 않는 철저한 계급의식을 보여준다.

<새해첫날>에선 그녀는 항상 행실이 나빴지. 그들은 5번가 호텔에서 만나곤 했어.

세상에 혼자 남겨진 여자애가 변덕스러운 상류층 노파의 싫증으로 도둑으로 몰려 내쫓길 처지에 있을 때 굴욕과 비참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파의 조카인 하젤딘과 결혼을 했고 6년후 새해첫날 잘생기고 부유한 남자인 헨리 프레스트와 5번가 호텔에서 밀회를 가지다 호텔에 불이 나는 바람에 호텔 화재를 구경하던 패러트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다른 사람들이 리지 하젤딘의 평판을 어떻게 평가할지 두려워하는 내면적 심리가 매우 잘 묘사된다. 리지 하젤딘의 불륜에 대한 반전이 뒷부분에 나오지만 병약한 남편이 죽고 헨리 프레스트가 자신의 명예를 위해 결혼을 신청하지만 결혼을 거절하며 금욕주의적인 삶을 살아가지만 사회적으로 배척당하고 방종한 과부라는 꼬리표를 달고 남편이 원했던 의무를 다하며 살아간다. 남녀 모두 불륜을 저질렀지만 여성에게만 행실을 묻고 은근하게 따돌리는 상류층의 위선적인 시선들, 여성들에게 매우 보수적인 관습들을 읽어낼 수 있다.

옛 뉴욕의 상류층들의 전통

여기서의 전통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훌륭하고 본받을 만한 것이 아닌 어떤 특정 계층의 관행을 생산하고 지속시키며 그들만의 독점적이 영향력을 만들어내는 형식이다.

이 책에선 옛 뉴욕의 전통, 오래된 관습과 같은 표현들이 자주 나온다.

하젤딘가의 심장 문제는 가문의 소문난 자랑거리였다. 하젤딘 사람들은 내심 그 병이 실러턴 가문의 통풍보다 더 기품 있고 웨슨 가문의 간 문제보다 훨씬 더 고상하다고 여겼다. 본문 291

그는 남자라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아내에게 늘 익숙했던것을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한 옛 뉴욕의 전통 속에 자랐다 본문 292

가문의 질병인 심장병으로 일을 지속할 수 없어 점차 수입이 줄자 아내를 이전처럼 멋지고 화려하게 옷을 입히고 안주인으로서 손님들을 접대할 수 없을 것 같아 초조해 하는 남편의 묘사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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