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볼, 일본 제국주의를 말하다
유정희 외 지음 / 아이네아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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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볼, 일본 제국주의를 말하다

유정희, 정은우 지음

어릴 때 집에 책이 많지도 않았지만 있어도 잘 읽지도 않았다. 그러나 늘 독서를 즐기는 언니의 영향으로 언니가 가져오는 책을 기웃거렸는데 빈곤한 독서에서 재미있게 읽고 매일 상상했던 작품은 서유기이다. 완역본이 아닌 아동용으로 접한 서유기는 아직도 기억나는 표현들이 있다. 사람들을 잡아먹는 요괴들의 먹어 치우는 의성어인 우적우적, 버석버석의 표현들이 가끔씩 떠오른다. 기상천외한 모험담과 오만불손한 손오공의 성장이야기는 인간의 성장 과정과 비슷해서 늘 가슴에 와 닿았다. 학창시절에 고전 서유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해적판 드래곤볼 만화책에 쉽게 빠져서 읽었던 기억이 남는다. 정식 수입이 아닌 해적판 드래곤볼 만화 시리즈를 읽었던 세대로서 드래곤볼은 추억의 만화다.

내가 성장하던 시절엔 일본에 대한 이중적인 시각이 존재했다. 격렬한 반일감정과 함께 일본제품에 대한 비이성적인 찬양이 공존했다. 일본전자제품을 제일로 쳐주며 고도성장기일 때 가난했지만 네쇼널 TV와 샤프전자사전, 제도샤프 등을 사용했던 기억이 난다. 가난했던 우리 집에서 일본전자제품을 사용했다면 대부분의 가정들이 일본제품을 선호하고 사용했을 것이다.

일본은 선망과 증오가 뒤섞인 국가로 그런 모순적인 감정이전에 일본의 유명한 만화시리즈로 일본 근대역사를 이해하는 일은 참으로 중요하다.

드래곤볼z는 미국을 중심으로한 서구 제국주의를 반영한 프리더 일당들, 일본의 전후 우파 정치세력을 상징하는 베지터 일당, 일본의 전후 시민사회를 상징하는 손오공을 나타내며 패전과 원폭에 대한 일본인들의 기억들의 단서를 찾아서 일본인들이 서구, 아시아와의 관계를 규정하는 세계를 분석한다.

패전했음에도 전범국으로 나라가 분할되지 않고 사죄나 배상하지 않았으며 철저하게 반성하지 않으며 최근엔 보수세력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평화헌법을 개정하여 전쟁 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려고 하며 식민지배와 침략을 미화하는 역사관을 학교 역사교과서에 반영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일가? 언제나 궁금했다.

일본인들은 제국주의적인 전범국가이나 태평양전쟁 때 미국의 핵폭탄 투하로 무고한 시민들이 죽었으며 지금도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어 전범 국가로서의 가해자에 죄의식보다는 원폭 피해자 희생자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패전에 대한 굴욕감과 수치감과 서구인들이 아니었기에 원폭 희생자가 되었다는 집단적 피해의식이 뿌리 박혀 있으며 그런 심리가 드래곤볼 z에서도 연결된다.

헐리우드 마블시리즈처럼 영웅시리즈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극우보수세력인 아베가 장기집권하는 일본의 정치는 시민사회와 다르게 위태로워 보인다.

남북경협과 회담 및 우리나라 현재와 미래에 많은 개입과 영향을 미치는 미국과 일본의 욕망과 속성들을 읽어낼 수 있다. 지구에서 싸우다 우주로 확장되고 손오공 세대들이 죽고 그 자식들이 나오는 이야기시리즈가 너무 길어 완결까지 읽지 못했지만 국내 드래곤볼시리즈를 보고 자란 나와 같은 세대들 및 마니아 독자들이 많다.

만화 한편을 뭘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볼 필요가 있을까? 아무런 생각 없이 드래곤볼을 흥미진진한 액션 만화로만 생각했는데 만화시리즈로 인류학적 관점과 일본의 근대역사 및 2차세계대전의 강대국 특히 미국 인종주의에 기반한 제국주의적인 속성 그리고 일본인들의 심층적인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만화책시리즈로 2차세계대전과 일본 제국주의 오늘날 일본 극우세력과 정치인들의 행보들 안에 숨어있는 범아시아질서를 재편하고 싶어하는 일본인들의 야망들을 읽어낼 수 있으며 일본과 세계 강대국들의 정치질서를 냉정하게 바라보게 한다.

드래곤볼의 서사구조를 학자가 자세하게 해석하여 일본인들의 욕망을 분석하고 있지만 매우 재미있으며 오락거리인 만화를 보는 시각을 넓혀주고 있다. 일본의 근대사와 함께 보면 더욱 무서워지는 드래곤볼z~  일본 만화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일독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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