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나 - 나도 모르는 나의 존재에 대하여
와시다 기요카즈 지음, 김소연 옮김 / 문예출판사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없는

외사다 기요카즈

 나란 존재는 무엇인가”,” “나만의 고유한 재능은 뭘까나의 정체성을 내부에서 불러보지만 불러볼수록 공허했던 그 연유의 실마리를 [알 수 없는 나]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책에선 왜 많은 이들이 과잉적으로 나란 무엇인가에 집착하게 되었는지를 철학적으로 살펴보게 된다.

나의 정체성이란 자기 자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야기를 공유해 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며 이야기 자체가 우리 개인이 처음부터 만들어낸 특유한 것이 아닌 공동체에 깊이 침투해 있는 의미의 조직 안에 뿌리를 내린 것이다.

정체성을 얻기 위해선 반드시 타자가 존재하며 사람은 지금 존재하는 것과는 별도의 삶의 방식에 대한 상상력을 조금씩 깎아 없애간다.

나를 형성하는 인격을 의미하는 영어 person의 어원은 라티어 ‘persona’이고 무대와 역할에 따라 배우들이 쓰는 가면이 달라지듯 우리 역시 장소와 사람에 따라 여러 모습을 들어낸다.

결국 나의 정체성은 나만의 독자적인 그 무엇이 아닌 타자의 관계들을 통해서 형성된다.

애초에 본질적인, 순수한 나란 존재하지 않는 말장난이다.

나는 누구인가란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지만 이런 질문은 역설적이게도 자신의 존재를 자신이 아닌 것으로부터 격리한다.

인상적인 문장들

유니폼이란 개인의 존재를 단일한 속성으로 환원한다. 학교는 사람으로서의 전인격적인 삶의 태도를 배우는 곳이다. 개인의 존엄이 밑바탕이 되는 학교에서 어떤 옷이든 강제되어서는 안된다. 144

중고등학생들은 교복을 입는데 대안학교는 교복을 입지 않는다. 큰 아이가 다는 학교 역시 두발이나 옷에 대한 강제가 없다. 부모입장에선 혹은 교사입장에선 자녀가 교복을 입는 것이 속편하지만 아이들 입장에서 그리고 학교라는 배움터에선 부적절할 수 있으며 교복을 입지 않는 학교에 대해 더욱 감사하게 된다.

그 자리에 있어주는 것이 적극적인 의미를 갖는다 142

나는 집에서 아이들을 기다린다. 일명 우리나라에게만 있는 직업란의 주부다. 여지껏 나를 규정하는 주부란 를 지우는 상태라고 생각했으며 누군가를 치다꺼리하는 주부 에 다른 고유한 직업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은 남편의 은퇴 날이 다가 올수록 심리적 압박으로 다가왔으며 가정의 경제적인 부분을 고려함도 중요하지만 주부를 사회적인 직업적 경력 단절로 축소해서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들을 그대로 수용한 내 마음이 투영되었기 때문이다.

그림책 작가이자 정원사로 유명한 타샤튜더는 자신을 소개할 때 정원사라거나 화가라거나 그림책 작가로서 소개하지 않고 당당하고 기쁘게 주부라고 말했는데 나는 예비 인력, 잉여인력처럼 부끄러워했다.

감상

랭이란 철학자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자타 관계의 네가지 유형으로 나와 내 자녀와의 관계을 되돌아 볼 수 있었다.

아들과 엄마 관계의 네가지 유형이란 사례를 통해 상호적인 좋은 관계와 병적인 왜곡된 관계들을 가족간의 관계에서 살펴보면서 내가 자녀를 지우고 결국 나도 지우게 된 과정들을 떠오르게 했다. 지워짐으로 공허해지고 나의 존재의미를 물었던 것은 아닐까?

수란 무엇인가 대한 질문에 수학자는 수는 수체계를 이루는 여러 원소 중 하나이다. 어떤 개체를 정의하기 위해서 그걸 둘러싼 시스템을 이용한다. 그래서 복잡해 보이지만 어떤 개체든지 주위 다른 개체들과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정체성이 결정된다. [수학이 필요한 순간] 김민형저 중에서

수학자 김민형이 쓸 저 몇 줄이 [알 수 없는 나]의 핵심이 될 수 있다.

나는 누구인지, 누구에 대한 특정 타자일 수 있는지를 나와 긴밀한 관계인 자녀, 남편, 부모, 지인들의 관계 속에서 살펴봐야 볼 수 있음을 배운다.

나는 누구인가?’ 질문이 의미가 있으려면 내가 아닌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서, 그리고 나를 둘러싼 세계를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서 답할 수 있을 때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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