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작지만 위대한 일들

작지만 위대한 일들
조디 피코 지음, 노진선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12월

작지만 위대한 일들

조디 피코 장편소설

20년 넘게 한 병원에서 근무한 배테랑 간호사 루스 제퍼슨, 과격한 인종주의자로 흑인과 유색인종을 혐오하고 단체를 결성해서 적극적으로 활동해온 터크와 터크 아내 브릿 유능하고 정의로운 국선변호사 케네디 책 속의 중심인물의 목소리를 교차하여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고전적인 소설의 시점인 1인칭 주인공시점이나 관찰자 시점이 아닌 여러 등장인물의 다시점을 교차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들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 책도 그런 방식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이런 모자이크 방식은 여러 인물들을 한 명의 화자의 관점이 아닌 각자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에게 감정이입하기가 더 쉽다.

20년 넘게 분만실 간호사로 근무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간호사 루스는 백인 우월주의자인 아기 아빠의 요청으로 아기를 못 만기게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며 부당한 요청임에도 루스의 상사는 아기 아빠의 협박에 의해 요청을 들어주고 병원의 응급상황으로 아기와 루스만 남게 되었는데 포경수술을 마친 아기의 호흡상태가 나빠져 사망하게 되고 루스는 아기 아빠인 터크네 가족에게 소송을 당하고 직장에서 쫓겨나 구치소에 수감되며 재판하는 과정을 겪게 된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유색인종에 대한 혐오와 적대적 표출과 과격한 행동도 문제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터크와 같은 인종주의자들보다 직장내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무의식적으로 내면화된 차별의식들을 보여주고 있다. 20여년동안 주류사회인 백인사회에 적응하여 성공하기 위해 자신의 목소리를 지웠던 주인공 루스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용기를, 돈보다는 도덕을 중시하는 정의로운 국선변호사라고 자부하며 살아왔던 케네디가 진짜 일상의 인종차별에 눈을 뜨는 불편한 과정들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감동적인 구절

난 상대가 나처럼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람의 마음을 바꾸려고 하는 것만큼 이기적인 일은 없다고 말한다. 무언가가 다르다고 해서 존중 받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라고. 616쪽

우리는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나 이념이 다른 사람을 만나면 설득하려고 하거나 설득이 안되면 관계를 단절하려는 극단적인 방법을 취하는 경우가 참 많다.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을 위해 정작 타인의 마음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평등은 공정해 보일 뿐이고 형평은 정말로 공정해요 본문 580쪽

차이가 존재하는데 모든 사람을 똑같이 대하는 것이야 말로 불공정하다. 우리나라에도 무수한 많은 차별이 있다.

인종주의는 단지 피부색에 바탕을 둔 차별이 아니다. 제도 안에서 누가 권력을 가졌는가의 문제다 623쪽

감상

낙서로 인종을 폄하하는 혐오발언을 하면 엄격하게 법적으로 처벌하는 미국이라는 나라는 제도적으론 인종차별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나라처럼 보인다.

미시건주 플린트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과 직접 유색인들과의 만나 어울리면서 경험한 내용들을 토대로 매우 섬세하고 치밀하게 우리 안에 내재한 편견들을 끄집어 낸다. 노골적인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혐오적인 태도는 매우 분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그들을 직접적으로 질타할 수 있고 법적으로 싸울 수도 있지만 일상에 스며들어있는 인종에 대한 차별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는 수동적 차별까지 세심하게 생각해 보게 한다. 요즘 젠더이슈로 등장하는 탈코르셋 운동의 기원도 알게 되었으며 Nurse Practitioner이란 간호사는 일반 간호사와 달리 의사처럼 약을 처방하고 환자를 검사할 수 있어 매우 신기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간호사 제도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