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꽃 바람 불 적에 리틀씨앤톡 고학년 동화 2
최유정 지음, 김태현 그림 / 리틀씨앤톡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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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꽃

바람 불 적에

소개

전라도 고부에서 고부군수 조병갑의 횡포와 착취로 일어난 고부 봉기 이후 관군들에게 쫒기던 녹두장군은 창의문 선포대회의 일정을 의논하기 위해 무장 근처 마을에 숨고 전봉준을 잡으려는 관군과 추노로 돈을 버는 인간 사냥꾼로부터 농민운동에 가담했던 사람들의 딸인 순이와 전봉준을 지키려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거주이주의 자유도 없이 아버지가 백정이면 그 자식들도 백정의 삶을 살며 팽랭이(평량갓)을 쓰고 천대를 받아야 하는 백정, 패랭이갓 대신 일반 평민의 갓을 썻다는 이유로 모진 형량을 받다 아버지는 죽고 여동생 갓난이와 헤어지면서 구걸과 도둑질을 하던 욱이는 봇짐장수 아재를 만나 마을에 정착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탐관오리들의 부패, 의도는 좋았지만 탐관오리들의 재산축적에 이용된 환곡제의 폐단들의 참상이 적나라하게 나옵니다. 쭉정이가 대부분인 환곡을 빌렸지만 너무도 높은 이자로 신용불량자가 되어 도주하거나 잡혀 노비가 되거나 지나친 형벌로 죽어 고아가 된 아이들도 많았으며 관료들의 부정부패로 서민들의 삶이 얼마나 궁핍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19세기 조선사회를 구성하던 서민들의 직업들과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동학꾼의 딸 순이를 찾는 인간사냥꾼 추노무리와 욱이를 괴롭히는 막돌이, 녹두장군을 잡으로 온 포졸들의 위험 속에서 소심하게 갈등하고 고민하는 욱이가 우연히 녹두장군의 목숨을 구해주며 조금씩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만나게 됩니다.

감상

초등 6학년 아이 조선 후 동학농민운동의 배경을 역사 스토리로 읽히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보다 제가 더 감동적으로 읽었어요. 저는 욱이가 어떤 선택을 할지 순이가 잡히면 어쩌나 가슴이 살짝 쿵 죄여오는 압박감과 긴장감을 가지며 책을 읽었는데 안타깝게도 아이는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네요. 이래서 아무리 좋은 책도 개인의 경험과 관심에서 출발해야 감응하며 깊은 감동을 얻게 되나 봅니다.

학교에선 일제시대에 대한 부분을 인생보드게임으로 경찰, 농민, 독립군처럼 역할을 나눠 즐긴 후 그 이후 서대문 형무소와 창덕궁에 다녀오면서 강렬한 체험과 경험을 쌓았는데 [녹두꽃 바람 불 적에]는 제가 환곡제도의 문제와 동학농민운동이 배경이야~ 정도만의 정보를 살짝 흘렸거든요.

이 책은 녹두장군 전봉준이 주인공이 아닙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에 나오는 영웅인 전봉준이란 농민운동을 이끈 리더에 맞춰 이야기를 풀어가지 않아요.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이 전봉준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욱이는 13살로 우리 아이와 같은 나이인데 겁 많고 소심하고 가족을 잃은 매우 불쌍한 아이지요. 역사동화의 주인공들은 평범한 아이라도 용감하고 의협심이 강한데 욱이는 우리처럼 내면적인 갈등을 겪으며 두려워서 다른 사람을 위해 감히 나서지 못합니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인 주모나, 순이, 욱이, 아재, 심씨 아저씨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선하거나 자기 철학이 아주 뚜렷한 영웅적인 인물들이 아닙니다. 그런 평범한 사람들, 소를 잡고, 돌아다니며 물건을 팔고, 사람들에게 잠자리와 음식을 팔고, 가죽을 파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일도 열심히 하면서도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벽보를 붙여 사람들에게 알리고 평등사상을 담은 책을 만들어 유포하고 관군에 쫓기는 녹두장군을 지켜내려고 애씁니다.

보부상 아재가 신중하고 그릇이 큰 인물로 그 중에 제일 용감하다고나 할까요? 용감하고 따뜻한 아재의 심성도 마지막에서야 알 수 있어요. 그 전엔 무뚝뚝하고 살가운 성격이 아니라서 소심한 욱이는 아재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터놓지 못하니까요. 그러나 아재가 얼마나 사려 깊고 속마음이 따뜻하며 의협심이 강한지 다 읽고 나면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인물입니다.

19세기 탐관오리들의 횡포와 수탈에 저항했던 시대적 배경과 하늘이 곧 나이고 내가 곧 하늘이란 평등사상을 내포한 동학사상으로 민중들 내부에서 신분제질서가 조금씩 깨지며 더 나은 삶을 위해 아기장수와 같은 전봉준을 지지하고 함께 싸웠던 사람들의 치열한 이야기를 만나게 됩니다.

대기업의 하청기업에 대한 횡포와 조세포탈, 갑질의 끝판 왕인 대한항공 조씨일가, 가짜뉴스와 왜곡된 언론처럼 쌓여 있는 적폐를 청산하고 민주주의 질서를 바로잡아 과정이 공정하고 민주적인 사회를 이루고자 하는 염원들로 모인 촛불집회로 우리는 부정하고 무능한 대통령을 끌어내렸으며 사적 이익을 위해 민주적인 절차를 훼손하고 국민의 돈을 탕진하며 견제와 감시기구를 무력화시킨 전대통령을 구속하였습니다. 시민들의 관심과 자발적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들이지요. 21세기 국민의 촛불집회와 19세기 조선후기의 동학농민운동을 비교해 보면서 각자 우리들이 일상에서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면서 청원운동과 집회참석으로 모두 힘을 합쳐 역사를 바꾸어 나가는 주체임을 새롭게 배울 수 있습니다. 역사는 우리가 쓰는 것임을! 우리의 작은 선택이 역사의 방향을 더 낫게 혹은 퇴행하게 할 수 있음을 배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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