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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린의 전쟁 같은 휴가
벤 파운틴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1월
평점 :
책 표지 남자의 뒷모습을 군인이 아닌 직장인의 뒷모습이라 생각했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첫인상은 약간은 생경한 느낌이었다.
주인공 빌리는 19살에 이라크에 파병된 상병이다.
둘째 누나가 대학 생활 중에 만난 남자와 약혼을 했지만 약혼남 차에서 교통사고로 인해 반신 마비가 된다.
약혼남은 이런 그녀를 받아들일 수 없어 파혼을 통지하고,
이에 격분한 빌리는 전기톱을 들고 약혼남이 새로 뽑은 차를 두 동강이 내버린다.
이 과정에서 약혼남을 겁주기 위해 흉기를 들고 뒤쫓은 사건으로 인해 법원은 빌리에게 군 입대를 판결하였다.
죽음의 현장인 이라크에서 위험에 빠진 보급부대의 지원 요청을 받아 전투 현장에 투입된다.
소대원 중 한 명이 적의 총탄에 맞아 쓰러진 것을 빌리가 위험을 무릅쓰고 동료를 구출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되었다.
이 장면이 미국 전역에 방영되며 빌리와 그의 동료들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들을 포상하기 위해 워싱턴으로 복귀한 빌리와 동료들.
백악관을 시작으로 각 주를 돌며 환영 퍼레이드가 진행된다.
하지만 이들을 환영하는 무리들은 과연 진심일까?
이들의 영웅담을 근거로 이라크 전의 당위성을 선전하는 정치가들과 자본가들이 접근한다.
2주라는 기간 동안 소대원들은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상황 속에서 현실과 전쟁의 간극 사이에 괴로워한다.
동료의 죽음을 소재로 한 영웅 대접. 과연 이들은 이 건널 수 없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정치와 경제라는 큰 바퀴 속에 굴러가는 미국 사회의 단면 속에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군인인 빌리의 포상 휴가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조금은 지루하고 어두운 주제이지만 미식축구 경기장에 초청된 빌리는 치어리더와 극적인 사랑을 나눈다.
이런 약간의 감미료가 이 소설을 끝까지 읽게 하는 동력을 준다.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누구를 위한 희생인가?
이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다시 이라크로 돌아가는 것으로 소설은 끝맺는다.
지면의 형식을 빌린 책보다는 살아 움직이는 영화가 더 적합한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