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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그림 - 그림 속 속살에 매혹되다
유경희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7년 9월
평점 :
한 권으로 책 때문에 본의 아니게 아내와 아들에게 해명을 해야 했습니다.
아내 - 늙어서 주책이야, 아들 - 아빠 변태야?
이해보다는 의심의 눈초리가 얼굴에 닿습니다.
이 그림은 옛날 중세 시대 고디바란 영주 부인의 이야기인데 하며 설명을 하니
그제서야 아무렇지도 않게 방을 나갑니다.
갑자기 벙진 상태로 책을 넘기며 읽으려니 조금은 찜찜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겠지요?
화가들은 기본적으로 관음증자들이다.
시선을 던지면 그 시선이 되돌아오는 것을 응시라고 하는데, 시선만 있는 것이 관음증이다.
인간에게 관음증은 원초적 욕망이다.
진실은 언제나 숨김과 드러냄, 감춤과 폭로 사이에 있다.
그런데 서양 미술을 보면 요즘 우리가 생각하는 미적 기준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풍만한 몸집에 삼겹살이라고 놀릴 법한 불룩 처진 뱃살까지.
헬스 트레이너가 봤다면 당장 식단 조절과 운동처방을 내릴 법하다.
의학이 발달되지 않아 신생아 생존율도 낮았고 평균 수명도 짧았기에
남성은 언제나 수태가 가능한 다산의 메타포로 줄곧 뱃살이 풍부한 여성을 선호해왔다.
통상 여성의 뱃살은 수태의 능력을 보장하는 상징이기 때문이다.
이런 기준으로 17세기 바로크 회화에 등장하는 모델들은 살집 있는 평범한 여자들로 탈바꿈했다.
미술 작품을 통해 다양한 인간의 감정과 작품의 비하인드스토리를 읽으니 그림이 달라 보였다.
작품 속의 나체 여성의 모습을 보았을 때 처음에는 호기심과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이 들었지만,
탐닉, 복수심, 고혹, 욕망, 호기심, 동경, 집착, 천박함, 공포, 노출, 불경함, 음탕함, 매혹, 도발, 희열 등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을 그림을 통해 표현한 작가의 시선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단지, 책을 지하철이나 도서관 같은 공공장소에서 읽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으니 주의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