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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
고승철 지음 / 나남출판 / 2016년 10월
평점 :
일주일 동안 엄청난 스트레스로, 삶의 의미를 잃은 기간입니다.
왕복 3시간이 넘는 출퇴근길에 습관처럼 꺼내든 책 '여신'
아마 책이 어렵고 지루했더라면 아마도 지금 이 포스팅을 쓰고 있지 않았겠죠?
방랑 공연단의 줄타기 부부의 아들로 태어난 탁종팔.
그의 부모들은 줄타기 공연 중 떨어져 평생을 장애 속에 죽어갑니다.
변변한 직장과 학업이 없던 탁종팔은 부산의 영화관에서 잡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합니다.
극장 간판을 직접 그리던 시절, 간판이 주연 배우와 닮지 않았다는 비난 속에 간판쟁이를 갈아치우려 합니다.
시간만 나면 영화를 보던 탁종팔은 인생에 대한 가르침을 준 배우 얼굴을 재미 삼아 그려보는데, 마침 지나가던 사장의 눈에 띕니다.
이 일을 계기로 간판 화가가 되었다 나중에는 국보 그림을 위작까지 하게 됩니다.
이 일로 일본에도 스카우트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한몫을 잡아 인생 역전에 성공합니다.
자신의 인생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부초(浮草)', 자신이 일군 알짜기업을 '부초그룹'으로 성장시킵니다.
부초미술관 관장 장다희. 그녀의 삶 역시 흙수저입니다.
가난한 삶으로 정식 학교는 다니지 못하고 '전수학교' 중퇴의 학력의 그녀이지만, 모두들 그녀를 해외 유학파로 알고 있습니다.
그녀 역시 전수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던 도민구라는 청년에게서 들은 이탈리어 가곡을 통해 이탈리어에 다가갑니다.
혼자 독학하며 이태리어를 공부할 즈음, 움베르토 에코 작 <장미의 이름>을 통해 이태리어에 정통하게 됩니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그와 사제지간의 정을 나눕니다.
장다희의 음악선생 도민구는 세계적인 테너를 꿈꾸며 이태리 유학에 도전합니다.
유수의 음악콩쿠르에서 대상을 받는 등 많은 입선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워낙 못생긴 얼굴로 인해 분장으로도 해결이 안 됩니다.
그 이유 때문에 극장에서 노래를 부를 수 없는 처지에 놓입니다.
노래는 잘하지만 얼굴이....... 모든 사람의 안타까움 속에, 동갑 나이에 잘생기고 노래까지 잘하는 천재 테너 플로레스를 보며
그의 음악가로서의 삶을 뒤로하고 이태리에서 한식 식당을 운영하게 됩니다.
서울대 정신과 교수인 갈용수, 언뜻 보면 금수저로 보일지는 몰라도 그 역시 흙수저의 대명사입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산지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도회지에 파는 삶을 살아갑니다.
병약한 어머니가 돌아가시며 '아들이 의사가 되었으면' 하는 유언을 남깁니다.
중학교 2학년 눈길에 트럭이 미끄러지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천애 고아가 된 갈용수는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공고에 입학합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유언이 생각나 공장에 취직하려는 안이한 마음을 가다듬고, 서울대에 입학을 문의해 봅니다.
부모님이 안 계시고 자력으로 생활을 할 수 없다는 말에 '사배자' 전형으로 서울대 의대에 입학하게 됩니다.
먹고살기 위해 안 해본 아르바이트 없는 갈용수에게 은퇴한 정신 나간 장관의 시중을 드는 아르바이트를 계기로 그 집에 귀거합니다.
이를 통해 서울대 정신과 출신인 백교수의 무남독녀이자 서울대 퀸카 백설공주와 결혼에 골인합니다.
이렇듯 흙수저의 대명사로 불릴만한 주인공들의 삶 속에서 인생의 대박 사건을 터뜨립니다.
갈용수 교수를 통해 이탈리아의 국보급인 클레오파트라의 왕관과 브루투스의 단검이 부초미술관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이를 안 마피아들과의 혈전이 이어지는데........
복잡한 머리를 식힐 겸 읽기 시작한 '여신'
빠르게 진행되는 이야기 전개와 코끝을 찡하게 하는 장면까지 정말 쉴 새 없이 빠르게 읽어갔습니다.
답답하고 미쳐버릴 것 같은 일주일의 삶에 피난처가 되어 준 소중하고 고마운 책입니다.
저와 같이 복잡하고 머리 아픈 분이 계시다면 현실을 잊게 해 줄 재미와 감동이 있는 '여신'책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