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당의 붉은 비단보
권지예 지음 / 자음과모음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임당 신씨", 그녀는 자신의 이름보다는 "율곡 이이"의 어머니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아들 이이에 이어 대한민국 지폐에 얼굴을 올렸죠. 항간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지만 말이죠.
신분과 남녀 차별로 압축할 수 있는 조선시대에 뛰어난 글 솜씨와 그림으로 이름을 남긴 신사임당.
하지만 그 아들 이이가 남긴 어머니 행장에는 이름이 '모'라고 나옵니다. 한마디로 이름이 없다는 뜻이죠.
이렇다 보니 배일에 가린 그녀의 삶이 소설의 모티브가 되었나 봅니다.
 한편으로는 극성스러운 어머니로 맹자의 어머니와 신사임당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런 그녀의 양육법이나 훈계의 내용으로 소설이 흘러가지는 않을까 생각했는데, 어린 시절 첫사랑에 이야기의 포커스를 맞춥니다.
나름 신선한 주제와 소설의 상상이 결합된 흥미로운 이야기를 직접 만나보시죠.

 무남독녀 외동딸이었던 사임당의 어머니는 내리 딸만 다섯을 낳는다.
그중에 둘째, 인선이란 이름을 갖지만 사내 동생을 보라고 '개남'이라는 아명으로 불립니다.
어차피 여자아이에게 이름이란 무의미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이름으로 불리고 싶던 아홉 살 난 여자아이.
그녀가 조심스럽게 종이에 쓴 이름은 '항아(恒我)', 항상 나이고 싶었던 여자아이입니다.
남들과 다르게 뛰어난 재주와 머리를 타고났지만 딸로 태어난 그의 운명을 저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딸 만 다섯이다 보니 집안에서는 대들보 몫까지 책임져야 했던 소녀랍니다.

 이런 운명이라도 소녀에게 사랑의 감정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상대는 정승댁 서자 출신의 '준서'라는 두 살 위의 청년이자 친구 초롱이의 오라버니입니다.
초롱이가 다리를 다쳐 병문안을 다녀오며 조금씩 연모의 감정을 품던 그녀는 집안의 대들보라는 운명 때문에 괴로워합니다.
거기에 떳떳하게 신분을 밝힐 수 없는 서자라는 신분의 남자로 인해 더욱 괴로움이 더 합니다.
양반가에서 이를 알면 큰일이겠지만 조심스럽게 사랑을 키워나가지만 운명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19살 몰락한 양반가의 외아들 이원수를 만나 부모의 뜻대로 결혼하여 살아가지만, 첫사랑 준서를 잊을 수 없었습니다. 
준서가 죽었다는 편지에도 잊지 못하고 그림과 그의 서신을 고이 간직하며 30년 넘게 기억의 편린을 간직한 채 살아갑니다.
하지만 진실은 그녀의 부모님의 간절한 부탁에 준서가 거짓 서신을 보낸 것입니다.
준서 역시 그녀를 잊지 못하고 그녀가 남긴 동심결을 평생 옷고름에 간직한 채 역모로 처형을 당합니다.

 한 평생을 서로를 잊지 못하고 살아온 이들의 모습이 소설 속에 연리목을 보는 장면이 머릿속을 채웁니다.
힘겨운 생을 지탱하게 해 주었던 슬픈 사랑이 그녀에게 불씨가 되어 아름다운 작품과 글이 남았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조선시대와 애틋한 남녀 간의 사랑이 적절히 조화된 소설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