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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9년 7월
평점 :
2015년을 보내며 달라진 것은 아버지의 상실이다.
위급하시다는 전화를 받고 서울에서 출발하여 3시간 30분 걸려 도착한 병원.
그나마 마지막 임종하시는 모습을 잠깐이라도 볼 수 있도록 온 힘을 다 해 기다려 주신 아버지께 마지막으로 감사를 드린다.
10월 29일 10시 25분즈음, 육신의 아버지는 생을 마감하셨다.
그토록 치료해 달라던 나의 기도는 하늘에 오르지 못하고 땅에 떨어졌다. 하늘 아버지는 끝까지 침묵하시며 나의 믿음도 추락했다.
침묵하는 하늘 아버지에 대해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버림 받았다는 감정적인 느낌에 교회와 기독교에 대해 날 선 칼 같이 독설을 퍼 부었다.
아마 11월부터 12월까지 기독교 서적에 대한 나의 가시 돋친 서평이 다 그런 이유이다.
아직도 이런 뾰루뚱한 나의 감정을 전혀 예상도 못한 책 한권에 위로를 받으며 아픈 상처에 반창고 하나를 덧대어 본다.
푸른숲 출판사의 1그램의 용기가 2015 네티증 선정 올해의 책에 선정된 이벤트로 한비야 샘의 <그건 사랑이었네> 친필 사인본 10부 증정 이벤트에 당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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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못했는데 책을 보내준다니 고마울 따름이다. 거기에 친필 사인본이라니....... 그런데 친필 싸인본이니 신간인가??
책이 도착하고 바로 첫장을 넘겨 저자의 친필 싸인을 보았다. 그런데 2009년??
신간이 아니라 조금은 김이 빠졌지만 그래도 한비야 누나를 좋아하는 독자로 어떤 내용의 글일까 떨리는 마음으로 첫 장을 넘겼습니다.
월드비전 구호 팀장으로 9년 동안 근무하며 세계 곳곳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이야기, 첫번째 남자 친구에게 차인 이야기,
아프리가 소녀들의 여성 할례이야기, 먹을 물을 마시기 위해 5~6시간을 죽음과 강간의 위협을 무릎쓴 아프리가 소녀들의 이야기, 강진 속에 구호 현장이야기......
그저 남의 이야기 같은 일들이 한비야 누나의 경험 속에 친금함이 묻어나 마치 내가 경험한 일 처럼 느껴집니다.
책을 읽으며 어찌 하나님은 또 침묵하실까?
속으로 화가 났지만, 에이즈로 죽어가는 어린 소년의 이야기, 이보다 더 나쁠 수 있을까 생각이 드는 순간에도 감사를 잃지 않는 이야기 속에
나의 감정 속에 아버지를 잃은 생채기에 조금씩 딱지가 내려 앉는 느낌이 든다.
소리쳐 울고 싶은 억눌린 나의 감정이 조금은 풀려 빠져 나가는 시원함이 느껴진다.
그래도 지금 나의 환경과 모습에 감사할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다시 돌아보며 따스한 반창고 하나를 언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