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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구를 걷다 - 나를 지우고, 나를 세우는 힐링 여행 산문집
동길산 지음, 조강제 사진 / 예린원 / 2015년 5월
평점 :
부산에서 태어나 초중고와 대학을 모두 부산에서 나온 지은이 '동길산' 그에게 부산의 포구는 특별나다.
앞으로 나아가느냐 뒤로 물러서느냐, 나아감과 물러남의 경계인 포구에서 그 동안의 삶의 여정을 돌아본다.
젊은 날의 추억과 아픔, 아련한 향수와 미래를 꿈꾸던 포구, 그 기억 속 20개 포구이야기로 들어가보자.
해운대구 청사포.
푸를 청, 바다가 푸르고 바다에 물든 갯바위가 푸르다.
청사포엔 해안을 따라 좀 높거나 나지막한 턱이 있다. 육지와 바다 경계인 셈이다.
삶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마음이 무거운 그대. 청사포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한참을 서 보시라.
갈매기가 낮은 옴팡진 갯바위처럼 눈높이를 바꾸면 기댈 언덕이 있으려니,
바닷게가 파 둔 깊숙한 갯벌처럼 발상을 바꾸면 솟아날 구멍이 있으려니,
삶은 고해, 바다의 파도가 밀려오다간 밀려가듯이 고해의 파도 역시 밀려오다간 밀려간다.
포구(浦口). 포의 입, 바다의 입, 바다의 입이 사람을 깨문다.
사람의 마음을 깨문다. 깨물고서는 사람을 놓아주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을 놓아주지 않는다. 물과 뭍이 맞물린 곳에 선 사람이 젖고 사람의 마음이 젖는다.
작가의 옛기억과 생각을 옅보며 부산의 포구들이 머리 속에 이미지를 꾸려 갈때, 멋진 사진작가 조강제님의 사진이 포구 설명 사이에 끼어 있습니다.
막연한 상상에서 벗어나 한 컷 한컷의 사진 속의 포구를 보고 있노라면 동작가님의 글이 더욱 가슴을 아리게 파고 듭니다.
또하나, 각 포구에 문인들이 남긴 시를 하나씩 소개하며 작가님과 다른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도록 안내해 주고 있습니다.
그래도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각 포구를 소개할 때 지도도 같이 넣어 주셨다면 '아~ 이곳이구나!' 하고 조금 더 쉽게 다가왔을텐데 하는 점입니다.
쓸쓸한 가을 낙엽이 뒹구는 가을 바람을 맞으러 포구로 나가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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