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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서정원 - 오래된 시간과 자연의 결을 간직한 대한민국 명승 별서정원 여행기
김종화 지음 / 송도국제북스 / 2026년 7월
평점 :
#별서정원 책을 만나고, 우리 땅의 숨은 정원을 거닐다
차가 꽉 막힌 도로 위, 답답함이 머리끝까지 차오르던 그 순간이었습니다. 스마트폰 알림 울림과 함께 친구가 보낸 페이스북 공유 메시지가 하나 도착했죠. 송도국제북스에서 진행하는 #별서정원 책 리뷰어 모집 이벤트 안내였습니다. '별서정원'이라…。 문득 아이들과 함께 백사실 계곡의 백석동천을 거닐며 보았던 별서터의 기억과, 언제나 가슴속 로망으로 품고 있는 안동의 만휴정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나도 언젠가 저런 곳으로 훌쩍 떠나고 싶다…' 그런 막연한 충동에 이끌려 홀린 듯 이벤트에 신청서를 적어냈습니다. 솔직히 당첨은 기대조차 하지 않았는데, 며칠 뒤 이메일함에 도착한 당첨 소식은 꽉 막힌 일상 속 작은 청량제 같았습니다.
책을 받아 들고 가장 먼저 펼쳐본 페이지는 삼척 죽서루였습니다. 사실 올해 초에 직접 다녀왔던 곳이라 눈길이 더 갔죠. 그런데 책장을 덮으며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여기가 정말 별서인가?' 하는 약간의 의구심이었습니다. 죽서루에서 내려다보는 오십천 풍경이나 뒤편의 웅장한 용바위는 멋지지만, 속세를 떠나 은거하던 별서의 아늑한 정취를 느끼기엔 조금 낯설었거든요. 솔직히 말하면 첫인상부터 약간 실망스러웠다고 할까요?
게다가 보길도 원림이 나오기 전까지는 주로 단일 스팟 위주로 소개되다 보니, 실린 사진들도 제 눈을 확 사로잡지 못하고 평범한 풍경처럼 다가와 아쉬움이 컸습니다. 여기서 잠깐, 책을 읽으며 '별서'와 '원림'이라는 단어가 혼용되다 보니 정확한 개념이 머릿속에서 살짝 엉키기도 했습니다.
💡 여기서 잠깐! 별서와 원림의 차이
별서(別墅): 본가에서 벗어나 자연 가까운 곳에 따로 지어 학업이나 휴식, 은거를 목적으로 삼던 사유 공간입니다. (예: 안동 만휴정, 소쇄원 등)
원림(園林): 인위적인 조경을 최소화하고 자연 상태의 숲과 계곡 속에 정원 시설을 자연스럽게 배치한 형태를 뜻합니다.
여기에 대중교통 접근성을 강조한 서술 방식까지 더해지니, 차를 몰고 다니는 요즘 여행 트렌드와는 조금 동떨어진 느낌이라 초반에는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런 아쉬움은 중반부로 넘어가면서 완전히 반전되었습니다. 가사문학로의 누정들, 백운동 원림, 보길도 원림, 순천 초연정 원림, 거창 수승대까지—단일 장소가 아니라 한 지역의 여러 명소를 촘촘하게 엮어 소개하는 파트에 이르자 태도가 180도 바뀌었습니다. '아, 여기는 진짜 가보고 싶다!'는 충동이 솟구쳤거든요. 생각해보면 아무리 명승지라 해도 달랑 그거 하나 보자고 멀리 길을 떠나기엔 시간적·체력적 리스크가 너무 크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렇게 주변 연계 여행지까지 알차게 묶어 동선을 제안해 주니 독자의 방문 의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솔직히 이 부분이 이 책의 진짜 백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책을 덮으며 저자에게 살짝 (어쩌면 주제 넘은?) 조언을 건네고 싶어집니다. 명승 별서정원을 다룬다면 조금 더 감탄을 자아내는 시각 자료나 유튜브 영상 링크 같은 멀티미디어적 요소를 더하고, 설명은 조금 더 임팩트 있게, 개인적 감상은 살짝 덜어내면 훨씬 완벽하지 않을까 하고요.
어쨌든 중요한 건, 우리나라 곳곳에 조상들의 지혜와 자연이 빚어낸 아름다운 별서와 원림들이 여전히 숨겨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꽉 막힌 도심의 아스팔트 위에서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면, 이번 주말에는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자연 속에서 깊은 숨을 고를 수 있는 나만의 '별서정원'을 찾아 가볍게 길을 나서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