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제표 밖 주식 투자 - 숫자 뒤에 숨은 기업가치를 읽어라
이재준 지음 / 원앤원북스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재무제표밖주식투자 #원엔원북스

회계학을 전공하고 시장에서 20년 넘게 상장사 회계 전문가, 그리고 IR과 공시 최전선에서 굴러먹은 사람으로서 솔직히 고백한다.

원앤원북스에서 나온 ‘재무제표 밖 주식 투자’라는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묘한 호기심과 함께 짙은 의구심이 먼저 들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재무제표를 들먹이며 종목을 발굴하라는 시대에 뒤떨어진 저자가 아직도 있단 말인가?

냉정하게 말해보자. 대한민국에 K-IFRS가 도입된 이후, 이젠 솔직히 회계학을 전공한 나조차도 재무제표가 진짜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당췌 모르는 시대가 됐다. 복잡하기만 하고 직관성은 떨어진다. 오로지 회계사들의 밥벌이를 보장해주고, 외국 자본에 굴복한 정부의 무능력이 낳은 합작품이라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다. 게다가 개인이 무수히 많은 상장사 중 하나를 골라 재무제표를 뜯어보고 집중 분석한다는 것 자체가 주식 투자의 절대 원칙인 '분산 투자'를 스스로 포기하겠다는 선언 아닌가.

더 큰 문제는 정보의 시차다. 개인 투자자가 접근할 수 있는 정보래봐야 저자가 침이 마르도록 말하는 전자공시시스템(DART)의 사업보고서, 경제 신문 기사, 혹은 애널리스트 보고서가 전부다. 그런데 그 내용들? 전부 최소 1.5개월 전의 낡은 과거 실적일 뿐이다. 백미러만 보고 앞으로 차를 몰라는 격인데, 이 과거 데이터로 어떻게 미래 주가를 예측하겠다는 건지 당췌 이해할 수가 없다.

대체 이렇게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자신 있게 외치는 저자가 누구인가 싶어 이력을 봤더니, 역시나였다. 증권사와 투자자문사 출신.

그 화려한 이력 때문일까? 저자는 책에서 개인 투자자들에게 대담하게도 '기업 탐방'과 '주식담당자(주담) 통화'를 권한다. 솔직히 이 대목에선 헛웃음이 나왔다. 이런 미친…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오만이자 막연한 망상이다.

저자는 대한민국 상장사 주담들의 현실을 전혀 모른다. 30대 대기업이 아닌 이상, 대부분 상장사의 주식담당자는 IR만 하는 게 아니다. 본업 외에도 회계, 인사, 총무 업무까지 등 터지게 멀티태스킹을 하고 있는 게 팩트다. 안 그래도 일손이 부족해 죽겠는데 개인 투자자가 탐방을 오겠다고 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100% 거절이다.

전화 통화는 또 어떤가. 개인들은 주담과 통화한 내용을 네이버 종목토론방이나 카페에 그대로 받아 적어 올리기 일쑤다. 당연히 주담들은 개인 전화를 받으면 잔뜩 긴장해서 꼬투리 잡히지 않으려 애매모호한 대답으로 일관한다. 십중팔구는 "분기 보고서 나오면 그때 공시로 확인하라"며 전화를 끊기 바쁘다.

반면 기관 투자자나 애널리스트가 오면 어떨까? 걔들이 가진 파급력과 세일즈 능력을 아니까 주담 입장에서도 눈이 뒤집힌다. 어떻게든 회사 성장성을 강조하려고 '오프더레코드(Off-the-record)'라며 슬쩍 주가 상승 재료를 흘리기도 한다. 저자는 평생 투자사, 증권사 명함을 달고 그런 대접만 받아왔으니,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주담들이 똑같이 친절하고 고급 정보를 줄 것이라 착각한 모양이다. 자신의 특권적 경험을 개인이 처한 현실과 동일시하는 엄청난 오만이다.

책에서 나름대로 재무제표 분석법을 열심히 설명하긴 한다. 하지만 회계 지식이 없는 일반 개인들에게는 그저 귀 옆을 스쳐 지나가는 무의미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이 책은 개인 투자자를 위한 지침서가 아니다. 오히려 증권사나 투자자문사에 갓 입사한 신입 직원들이나 읽으면 딱 맞을 책이다.

20년 넘게 회계와 IR 업무를 총괄해온 전문가 입장에서 이 책을 덮으며 씁쓸한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지금은 고달프게 개별 기업 재무제표 파헤치고 주담에게 문전박대당할 때가 아니다. 차라리 깔끔하게 ETF 상품에 투자해서 확실하게 분산 투자하고, 시장 지수 성장에 따른 수익을 안정적으로 가져가는 것이 백번 천번 낫다. 현실을 모르는 전문가의 철 지난 조언에 흔들리지 말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