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슈퍼 사이클 - 새로운 남북한 경제 협력 시대의 단계별 투자 시나리오
소현철.최영호 지음 / 삼인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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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슈퍼사이클 #삼인

[서평] '한반도 슈퍼 사이클'을 읽고: 우리는 지금 김칫국을 마시고 있는 게 아닌가?

인스타그램 피드를 멍하니 내리다가 '한반도 슈퍼 사이클' 서평단 모집 공고를 봤습니다. 솔직히 제목만 딱 봤을 때는, 요즘 핫한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우리 경제가 살아남을 거시적인 전략을 다룬 책이겠거니 생각했습니다. 큰 기대 없이 신청했는데, 덜컥 선정됐다는 DM을 받고 조금 설레기도 했죠. 그런데 막상 책을 받아 들고 인증샷을 찍으려다 표지에 적힌 부제를 보고 저도 모르게 육성으로 "헐~" 소리가 튀어나왔습니다.

"새로운 남북한 경제 협력 시대의 단계별 투자 시나리오"

출처 입력

순간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아니,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남북 경협? 50대인 저조차도 북한을 '통일의 동반자'라기보다는 말 안 통하는 '깡패 국가'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저만 이렇게 삐딱하게 보는 걸까요? 아마 아닐 겁니다. 제 주변 젊은 친구들은 더해요. 그들에게 북한은 '한민족'이 아니라 그냥 말 섞기 싫은 '남의 나라', 엮이면 손해만 보는 '리스크 덩어리'일 뿐이니까요.

우리가 마주한 불편한 현실: 북한은 '파트너'가 아니다

책장을 넘기면서 계속 든 생각은, 저자가 너무 꽃밭을 걷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였습니다. 현실을 직시해 봅시다.

북한은 엄연히 핵탄두를 거머쥔 3대 세습 독재국가입니다. 국제사회가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은 냉혹해요. 강한 군사력과 폐쇄성을 무기로 자국민을 공포로 다스리는 나라. 1995년 '고난의 행군' 때 수십만 명을 굶겨 죽이면서도 체제 유지에만 골몰했던 그들의 비효율성과 인권 유린은,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입니다.

그런데 이런 나라를 두고 경제 협력 파트너라니요. 이건 마치 범죄 이력이 화려한 옆집 사람과 동업하자는 꼴이나 다름없습니다. 특히 우리 젊은 세대가 통일을 거부하는 건 단순히 이기적이어서가 아닙니다. 막대한 통일 비용, 그리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안보 불안을 굳이 내 삶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다는, 지극히 합리적이고 생존 본능적인 판단이죠.

희토류 대박? 환경 재앙의 다른 이름일 뿐

책에서는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 특히 희토류가 우리의 자본과 만나면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의 지원을 끌어낼 '히든카드'가 될 거라고 강조합니다. 언뜻 들으면 그럴싸하죠? 하지만 여기엔 치명적인 맹점이 숨어 있습니다.

전문가 입장에서 한마디 보태자면, 희토류는 캐는 게 문제가 아니라 뒤처리 감당이 안 되는 자원입니다. 채굴하고 정제하는 과정에서 쏟아져 나오는 방사성 물질과 유독 화학물질은 토양과 식수를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오염시킵니다.

사실 희토류가 이름처럼 진짜 '희귀'해서 비싼 게 아닙니다. 전 세계 어디에나 있지만, 그 환경 복구 비용과 정제 기술 경쟁력을 따져보니 선진국들이 "더러워서 안 캐는" 자원에 가깝거든요. 단순히 매장량이 많다고 "심 봤다!"를 외칠 게 아니라, 환경 파괴 비용과 국제 제재 리스크, 그리고 시장 가격을 냉정하게 계산기 두드려봐야 한다는 겁니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책을 덮으며 든 생각은 딱 하나였습니다. "김칫국 참 시원하게 들이키네."

저자는 광물, 노동력, 지리적 이점만 있으면 북한 경제가 도약할 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이건 북한 정권의 속성을 완전히 오독한 겁니다. 김정은 정권의 최우선 순위는 '경제 발전'이 아닙니다. 오로지 '3대 세습 체제의 생존'입니다.

그들이 수십 년간 주민들에게 주입한 게 뭡니까? 반미(反美), 반남(反南) 사상입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미국, 한국과 손잡고 개방을 한다? 그건 곧 자기들 체제의 정당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 됩니다. 문을 여는 순간 밀려들 정보와 자본은 곧 세습 권력을 위협하는 칼날이 될 텐데, 과연 평양의 지도부가 그 길을 택할까요?

제가 보기에 그들은 차라리 더 꽁꽁 문을 닫아거는 쪽을 택할 겁니다. 북한이 진짜 변하려면? 외부의 투자가 아니라, 내부 군부나 엘리트 집단의 균열 같은 근본적인 권력 재편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결론: 희망 고문보다는 냉정한 현실 인식이 필요할 때

'한반도 슈퍼 사이클'. 제목은 참 멋집니다. 하지만 현재의 북한을 "손만 잡으면 대박 날 파트너"로 그리는 건, 현실 인식에서 한참 벗어난 판타지 소설에 가깝습니다. 우리에겐 장밋빛 시나리오보다, 깡패 국가를 옆에 두고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에 대한 차가운 전략이 더 절실합니다. 투자는 감상이 아니라 현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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