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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 간 의사 - 영화관에서 찾은 의학의 색다른 발견
유수연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9월
평점 :
중고등학교 시절엔 영화를 볼 수 있었던 것은 토요일 밤에 진행되는 명화극장이 유일했다. 당시에 성우들이 더빙을 해 주었기에 모든 영화가 더빙이 되는 줄 알았었다. 대학생이 되고 처음으로 본 영화는 멜 깁슨 감독 및 주연의 영화 '브레이브 하트'였다. TV 속 더빙에 익숙했던 나에겐 자막을 보랴 영화를 보랴 정신없이 고개를 돌리다 보니 영화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서 실망스러웠던 기억이 남았다.
그 후론 영화관에 자주 가지 않았고 또 영화 관람료가 너무 올라 영화관을 가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영화관에간의사 책에서 소개하는 영화 중 내가 유일하게 본 것은 올드보이 한 편이다. 아마도 다른 영화들을 봤다면 나의 선입관이 작용해 저자가 설명하는 것들에 대한 거부감이 생겼을지도 모르는데 전혀 내용을 알지 못하니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니 오히려 책을 이해하기 좋았다.
사람은 자기가 아는 만큼 세상을 본다는 말이 있다. 직업이 신경외과 의사라 그런지 영화 속 줄거리보다는 질병과 질병을 묘사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또 고대 신화를 좋아해서인지 영화 속에 숨겨진 그리스, 로마시대 신과 인간의 관계를 묘사한 것을 찾아내 이야기를 펼친다.
아마도 영화를 보고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영화 속에 그런 배경과 숨은 이야기가 있었는지 깜짝 놀랄 것이다.
책 속에 소개된 영화 '곤지암' 이야기를 해 보겠다. 이 영화가 개봉될 당시 경기도 광주에 살아서 곤지암 정신병원까지는 차로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 한번 가 볼까? 하는 호기심도 일었지만 억울하게 죽은 혼령들의 저주를 알고 있기에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영화가 상영되는 장소엔 악한 영혼들이 좋아하는 것을 알기에 영화관에도 가지 않았다. 사실 요즘 젊은이들이 옷에 해골 모양이나 오컬트 장식을 하고 그것이 멋이니 표현의 자유니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악한 영혼들이 그들의 의식을 점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병원의 응급실을 가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곳에서 하루에도 몇 명씩 사람이 죽어나가는 것을 목격할 것이다. 나 역시 산에서 기절해 응급실에서 CT를 찍고 나왔는데 밖에서 기다리던 아내는 독극물을 먹고 자살한 사람이 실려 들어오는 것을 봤다고 한다. 나도 잠깐이지만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맞은편 방에서 자살한 사람의 축 늘어진 손을 보고 말았다. 잠깐이지만 이 강렬한 모습이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이렇게 자의든 타의든 죽은 사람들의 마지막 장소가 병원이다 보니 억울한 영혼, 병든 영혼들이 얼마나 그곳을 떠돌고 있을까? 아마도 야간의 불 꺼진 병원의 복도를 걸어 본 사람이라면 머리털이 쭈뼛 서고, 목덜미가 서늘한 느낌을 경험했을 것이다. 이런 서늘한 느낌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저자는 곤지암 영화를 설명하며 이런 증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이런 서늘한 기분은 실제로 체온이 떨어져서 서늘하다기보다는 공포 상황에 놓인다는 감각이 아드레날린 분비를 촉진해서 근육으로 혈류가 증가하고 상대적으로 손바닥과 가슴 부위로는 혈류가 줄어들어 손과 가슴 주위가 상대적으로 차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몸이 차가워진다'라고 착각할 수 있습니다. <영화관에 간 의사 P.17>
역시 의사라 다르다. 우리가 느끼는 서늘함은 아드레날린이 범인인 것이다. 책을 읽으며 역시 한 분야의 전문가의 시각으로 본 영화의 색다른 모습과 영화 속에 숨겨진 옛 서양의 신화 이야기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영화관에간의사 #믹스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