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듣는 맛
안일구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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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을 처음 들었던 때를 기억하는가? 지방 중소도시에 살았고 생업에 바쁜 부모님이기에 클래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중학교 2학년 음악 시간 아마도 음악의 아버지, 어머니를 배우며 클래식 음악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며 클래식 몇 곡을 선정해 주고 기말고사에 음악 듣기 시험으로 문제를 내겠다고 한다. 헉! 그게 그거 같은데... 어째 구분한담... 마침 시내에 나가시는 어머니께 학교에서 추천해 준 곡을 적어주고 테이프를 사다 달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시험으로 나온다기에 테이프를 들었지만 당최 알 수 없는 미스터리에... 결국 시험에 나온 문제를 맞힐 수 없어 비싼 테이프 값만 날렸던 기억에 '클래식'하면 '우웩'하는 거부감으로 다가왔다. 

30대 가정을 꾸리고 교회 가정예배를 드리기 위해 방문한 집사님 댁에서 흘러나오던 클래식 음악을 듣고, '우와 저 부부 그렇게 늙지도 않으셨는데 클래식을 듣네?'라며 의아해했던 기억이 난다. 그땐 그 부부를 엄청 꼰대로 보며 비하했었는데... 어느덧 40대 운전대를 잡으면 급해지고 날카로워지는데 우연히 클래식을 들으니 이런 성미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이후 운전대를 잡을 때면 종종 클래식 음악을 들었다. 그러다 40대 후반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둔 지금은 아침부터 잘 때까지 KBS 클래식 라디오에 주파수를 마치고 온종일 듣고 있다. 이런 내가 어색하지만 차츰 클래식에 빠져드는 시점에서 #클래식듣는맛 책을 알게 되어 바로 손에 들었다.

라디오를 들으면 청취자들의 사연과 신청곡을 소개하는데 처음 들어보는 이름과 연주곡에 놀라며 어쩜 이런 것까지 알고 있을까 부러울 때가 많다. 나도 신청곡을 보내고 싶지만 아는 것이 없기에 막연히 부러웠는데 '클래식 듣는 맛' 책을 통해 클래식의 기초를 알아본다. 

클래식 음악은 3가지 축에 기대어 시간을 건너왔다. 3가지 축은 만드는 사람, 들려주는 사람, 듣는 사람이다. 

다시 말해 작곡가, 연주자, 애호가이다. 이들은 각자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음악과 마주하고 있다. 

3가지 부류 중 어느 한쪽만 삐끗했어도 클래식이 400년 넘는 역사를 유지하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클래식은 흔히 음악의 한 장르라고 인식되지만 사실은 한 사람의 '생각'에 가깝습니다. 그것도 역사 안에서 손에 꼽히는 예술인의 생각 말입니다. 그들의 생각은 음악에서는 악보라는 형태로 옮겨집니다. 그래서 악보 안에는 어떠한 사람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그가 살던 시대가 담겨 있습니다. 

작곡가는 이 모든 것을 음악이라는 달콤한 열매로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클래식을 제대로 알고 싶다면 우선 작곡가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음악은 오선지 안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악보의 이면을 이해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작곡가는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무언가를 매혹적인 소리로 바꾸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어떨 때는 아주 복잡한 이야기가 짧은 멜로디나 찰나의 화성으로 설명되기도 합니다.

작곡가마다 크게는 시대적 환경이 달랐고 세세히는 가정환경, 성격, 건강 상태, 영향을 주고받은 사람이 달랐습니다. 그러한 모든 것은 작곡가가 만든 작품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작곡가가 나무라면 작품은 열매입니다. 나무가 어떤 시간을 거쳤는지 조금만 이해해도 열매를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클래식을 들으면 '아~ 좋다!' 정도의 느낌뿐인데, 작곡가의 일생 그리고 그의 생각까지 알고 듣을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그저 듣는 단계에서 열심히 들으며 나의 귀를 여는 것이 먼저일 거 같다. 그럼 어떤 클래식 음악을 들어야 할까? 이런 고민을 작가는 알고 있었는지 입문자를 위한 클래식 명작 106곡을 선정해 친절한 설명과 함께 QR 코드를 통해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연결해 주었다.


이런 친절한 설명과 안내를 통해 클래식 음악을 들으니 조금은 알 것 같다. "누군가 어떤 음악을 좋아하세요?"라고 물으면 이젠 조금 더 당당히 "클래식을 좋아합니다."라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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