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의 동화를 한 번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표작으로 인어공주, 백조 왕자 미운 오리 새끼, 성냥팔이 소녀 등 많은 작품들이 있다. 모두 아름답고 예쁜 이야기들이었는데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작품들은 후대 사람들이 약간의 각색을 한 작품이라고 알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안데르센의 원작은 이보다 더 끔찍하고 잔인한 이야기라고 문학 평론가가 말했던 기억이 났다. 그래서 이 책 #안데르센잔혹동화속문장의기억 을 통해 원작의 내용과 어떤 잔혹한 이야기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책에 들어가기에 앞서 안데르센이란 사람에 대해 알아야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
1805년 덴마크 오덴세에서 태어난다. 아버지는 가난한 구두 수선공이었지만 안데르센이 11살 때 사망하고 만다. 이로 인해 가족 모두가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며 돈을 벌어야 했다. 연극배우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코펜하겐으로 상경하지만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던 그는 발음이나 문법 구사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우연히 국회의원이 글 재주가 좋다는 칭찬에 안데르센은 작가의 꿈을 가지게 된다.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라틴어 학교에 입학해 문학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교장의 지독한 혹평과 악담으로 안데르센은 꿈을 포기하려 했다.
지옥 같던 학교를 졸업한 안데르센은 시와 희곡을 집필하며 시인이자 극작가로 활동했다. 그를 유명하게 만들어 준 작품 역시 소설이었다. 장편소설 <즉흥 시인>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이후 작품들은 평범했다. 1835년 30세가 된 안데르센은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안데르센의 동화에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담겨 있다. 기쁘고 행복한 사랑부터 슬프고 아픈 사랑까지, 우리를 웃고 울게 만드는 생경한 사랑이라는 감정이 가득하다. 그가 이토록 깊은 사랑의 형태를 동화에 담을 수 있었던 것은 안데르센 또한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아이처럼 서툴렀기 때문이다.
그의 일기에는 평생 타인과 깊은 관계를 맺지 않겠다는 다짐이 쓰여 있기도 했는데, 젊은 시절 짝사랑했던 리보르그 보이트에게 거절당한 충격 때문으로 보인다. 안데르센은 사랑에 상처받고 가슴 아파했다. 동화 <인어공주>는 에드워드 콜린과의 관계에서 비롯되었다. 앞에서의 사랑과 이번의 사랑 모두 동일한 성을 사랑하다 겪은 실연의 상처였다.
안데르센의 가족 중 일부가 정신병을 앓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안데르센은 불우한 유년기를 겪으며 본인의 정체성조차 확립하지 못한 채 불안정한 시기를 보냈다. 그 과정에서 가난, 핍박, 혼란 등 많은 상처를 입기도 했다. 게다가 불우한 환경과 독특한 외모는 그의 마음속에서 열등감이라는 감정이 자라나는 데 불을 지폈다.
안데르센은 특히 인간 본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글들을 여러 편의 동화로 발표했다. 다른 아이들은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인간 본성에 대한 교훈을 주고자 그런 잔혹동화들을 썼을지도 모른다. 1842년 <미운 오리 새끼>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동화 작가로 유명세를 탄다. 그러던 어느 날, 침대에서 떨어져 다친 뒤로는 제대로 걷지 못하게 되었고 합병증으로 70세에 세상을 떠나게 된다.
책을 읽으며 우리가 알고 있던 예쁜 동화의 원작이 얼마나 잔혹할지 궁금했다. 하지만 책에 소개된 동화들을 읽는데 그리 잔혹하거나 혹독한 문장은 없다. 사실 50을 앞에 둔 아저씨라 그런지 읽는 내내 평범하다 못해 지루했다. 거기에 원작의 영문과 번역을 이야기 중간중간에 삽입하는 바람에 읽는 내용이 끊겨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그저 2시간 정도면 모두 읽을 정도로 평범한 이야기들에 다소 실망했다.
그러나 딱 하나의 동화 <성냥팔이 소녀>에서 눈길이 멈췄다. 성냥팔이 소녀의 비극적인 죽음은 인간의 비정함과 가정의 소중함이라는 결론으로 끝나지만 작가는 그 시대의 시대 상황을 자세히 설명한다.
이 작품은 안데르센의 대표작 중 하나로 우리에게 굉장히 친숙합니다. 하지만 <성냥팔이 소녀>는 단지 불쌍한 소녀의 슬픈 이야기라는 주제 이상의 의미가 숨겨져 있습니다. 작품을 집필할 때는 산업혁명 시기로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했습니다. 이때 자본가들은 싼값에 어린이를 고용하여 성냥 공장에서 노동을 시켰습니다. 당시에는 성냥을 백린으로 만들었습니다.
백린은 유독성인 하얀색 물질이며, 공기 중에서 자연발화되는 특성이 있어서 무기에 사용됩니다. 발화되면서 발생하는 연기를 들이마시면 턱이 녹아내리고 죽게 되는 맹독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성냥 공장들은 몸값이 싼 어린 소녀들을 노동자로 이용하다가, 병이 들면 성냥 한 보따리를 주고 내쫓았습니다. 오직 성냥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소녀들이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고 안데르센은 이런 사회의 추악한 모습을 동화에 담았습니다.
작품 속, 소녀가 성냥을 켤 때면 따뜻하고 맛있는 요리와 아름다운 크리스마스트리가 나타납니다. 이것을 소녀가 죽어가며 보게 된 환각 증세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할머니를 보기 위해 성냥을 모두 꺼내 불을 붙였을 때는, 당연히 엄청난 양의 백린 연기가 뿜어져 나왔을 것입니다. 소녀를 죽음으로 내몬 것은 단순히 가난과 추위가 아니라 사회와 어른들의 욕심일지도 모릅니다.
따뜻한 성냥불 이면에 숨겨진 내막은 상당히 충격적입니다. 어린 시절에는 미처 읽지 못했던 동화의 배경을 성인이 되어 이해했을 때, 우리는 또 다른 시선으로 이야기를 읽고 생각하 게 됩니다. 여러분은 이 동화가 어떻게 느껴지나요? 내막을 알고 나니 어릴 적과는 다르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역시 작가의 일생과 살아온 배경 그리고 시대 상황을 이해하게 된다면 그 속에 숨겨져 있던 비밀들을 풀 수 있지 않을까? 여러 동화 속에 숨겨진 안데르센의 상처와 아픔 그리고 시대 상황을 이해하니 동화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