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 - 죽을 만큼, 죽일 만큼 서로를 사랑했던 엄마와 딸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진환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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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 인간에게만 있는 것일까? 아니다. 요즘 고정적으로 시청하는 유튜브 채널에 판다 모녀가 나온다. 새끼 판다가 나무에 올라갔지만 내려오지 못한 채 울고 있으니, 어미가 와서 새끼를 물고 내려오려고 하지만 나무 사이가 좁아 어미가 접근하지 못했다. 그리고 접근할수록 새끼가 떨어질 것만 같아 어미도 어쩌지 못하는 장면이 녹화되었다. 새끼도 구하지 못하고 자신의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상황에 다다르지 어미 판다는 스트레스와 절망감에 나무에 발톱을 할퀴며 답답해하고 있었다. 동물도 이런 모성애를 보이는데 사람 그것도 엄마라면...


고등학교 영어 교사인 남편과 전업주부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루미코. 그녀는 부모님의 전적인 사랑을 받으며 엄마와 모든 것을 공유했다. 심지어 엄마가 결혼 상대로 적극 추천해 준 '타도코로'라는 청년과 결혼하였다. '타도코로'는 루미코가 다니는 미술 강좌에서 어두운 색깔로 우울한 그림을 그리지만 그가 그린 그림의 핵심을 파악하는 것 역시 루미코의 어머니였다. 이렇게 우울했던 타도코로도 루미코와 만나 행복한 가정을 이루며 점점 루미코의 밝은 기운을 받아 간다. 세상 모든 것을 갖은 것 같은 임신 소식에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은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이렇게 태어난 딸아이와도 자기와 친정 엄마와 같은 관계를 유지하기를 소망한다. 그 소망은 그들의 보금자리가 태풍으로 인한 산사태로 물거품처럼 사라진다. 거기에 야근하는 타도코로 대신 집에 와 있던 친정 엄마까지 사라졌다. 태풍으로 인한 정전과 산사태로 집의 일부가 무너진 가운데 친정 엄마는 손녀 딸을 살리기 위해 온몸을 바쳤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기에 촛불이 넘어지며 화재가 발생해 모두를 잃을 위기에 빠진다. 이런 상황에서 손녀를 살리기 위해 친정 엄마는 혀를 깨물어 자살을 선택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자기가 그린 그림을 먼저 안전한 곳으로 옮긴 타도코로. 그렇지 않았으면 둘 다 살릴 수 있었을 텐데...


보금자리가 없어지자 이들은 타도코로의 본가로 이사했다. 본가는 일본 지방의 지주로서 넓은 들판을 보유하고 있지만 일손 부족으로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손을 거들 수 있는 것은 루미코뿐이었다. 하늘거리던 루미코의 몸은 거친 밭일로 거칠고 퉁퉁하게 변해갔다. 이에 반해 타도코로가 다니는 철공소는 점점 더 경영이 악화되며 생활비를 대기에도 빠듯하게 되었다. 이런 가운데 점점 더 힘들어지는 시어머니의 폭력에 자살을 생각하던 루미코는 어머니의 기일에 수양 벚꽃 나무의 꽃을 보며 이 삶을 견뎌보기로 했다.


이런 그녀를 지키는 것이 사랑의 근본이라고 생각한 딸은 점점 더 할머니와 대립하지만 그럴수록 루미코를 향한 시어머니의 괴롭힘은 더해 갔다. 심지어 늦은 나이에 둘째를 임신했다는 소식을 전해도 그녀에겐 늦은 나이에 귀찮게 무슨 일이냐는 핀잔만 돌아왔다. 거기에 시집갔던 둘째 고모가 네 살짜리 조카를 데려오며 루미코의 삶은 더 팍팍해져 갔다. 심지어 그 아이가 밀쳐 넘어지며 둘째를 유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그녀를 지켜야 할 타도코로는 오히려 그녀의 삶을 못 본 채 넘어간다.


엄마를 향한 사랑의 목마름에 지친 딸과 사랑하는 엄마 대신에 건져낸 딸, 그리고 시집살이를 더 어렵게 만드는 딸과 시댁 식구들. 이런 삶 속에서도 루미코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헌신한다. 하지만 그녀의 남편은 죽은 장모님의 집에서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다 딸에게 걸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외할머니가 자신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 딸. 그녀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엄마를 찾아갔지만 딸에게만큼은 숨기고 싶은 진실이 드러나자 루미코 역시 충격에 휩싸인다.


아빠의 불륜, 외할머니의 희생 한참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딸은 엄마에게 미안하다는 편지를 남기고 엄마가 외할머니 나무라 칭하는 수양 벚나무에 목을 맨다. 가까스로 할머니에게 발견되어 목숨을 부지했지만 그녀의 자살 시도를 두고 루미코와 딸의 독백이 책을 이끌어간다. 모성에 대한 루미코와 딸의 생각이 어쩜 이리도 다른지 읽으며 모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다.

#모성 #리드리드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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