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 2 - 진실이 때론 거짓보다 위험하다 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 2
천위안 지음, 이정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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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와 조조는 지난 수십 년간 손을 잡기도 하고 맞서 싸우며 서로를 의식해왔다. 조조는 항상 가장 큰 적으로 꼽던 원소가 다시 만날 수 없는 곳으로 가버리자 망연자실해 그와의 옛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원소는 '땅'을 근거로 삼으려 했고 조조는 '인재'를 앞세웠다. 이처럼 다른 전략적 결정이 두 사람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 원소는 넓은 땅을 차지하고 충성스러운 수하들도 여럿 거느렸지만 그들의 마음을 한데 모으지 못해 결국 파멸하고 말았다. 반면 조조는 뛰어난 인용술로 수많은 인재가 자신에게 충성하도록 만들었다. 그가 최후의 승자가 되어 웃을 수 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조조는 일생에 걸쳐 수없이 많은 사람이 죽였다. 지금 죽여야 하나? 아니면 살려둘까?

이 질문은 조조가 평생 고민한 과제였다. 여백사의 가족이나 불을 끄러 나온 관원들처럼 죄 없는 사람을 죽이고도 조조는 스스로 변호했다. 동승이나 마등, 복완 등 자신에게 반대한 사람들은 화근을 없앤다는 이유로 그 가족까지 몰살했다. 진궁처럼 자신을 배신한 사람도 죽였으며, 묘택이나 진경동처럼 제 주인을 밀고하여 조조의 목숨을 구해준 사람도 죽였다. 면전에서 자신을 모욕한 예형 등도 죽였고, 유비처럼 앞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여 놓고 속으로는 다른 뜻을 품은 사람도 죽였다.

언뜻 보면 조조는 일관된 기준이나 규칙 없이 사람을 죽이는 것 같다. 그러나 사회심리학적으로 그의 일생을 분석해 보면 조조의 행동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그 역시 각종 심리적 제약이 따르는 상황에서 떠밀리듯 선택해야 했던 사회적 동물이었던 것이다. 이제까지 조조는 간악하고 잔인하며 거짓되고 속이 좁은 데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간웅의 이미지로 남아 있다.

물론 조조가 완벽한 사람은 아니었다. 실수도 저질렀고 멍청한 짓도 했지만, 이 세상에 완전무결한 사람이 있을까? 조조의 성격적 결함이나 외부환경 및 심리적 제약의 영향을 받은 행동은 사실 보통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특별한 것은 아니다. 조조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뿐이다.

벼슬에 올라 밝은 정치를 하고 싶었던 조조는 의도치 않게 난세를 만났다. 전쟁을 피해 집으로 돌아가 글을 읽었지만 시대는 그를 전쟁터로 내몰았다. 이때까지 조조는 제후가 되어 정서장군으로 후세에 이름을 남기고 싶었을 뿐이다.

승상이 되어 동작대를 지었을 때는 황제가 되고 싶은 야심이 있었다. 그러므로 앞부분은 조조가 꾸며낸 말이지만, 병권을 포기한 경우를 걱정하는 뒷부분만큼은 솔직한 고백이었다. 난세에서는 병권을 쥐지 못하면 자신을 보호할 수 없지만, 병권을 얻은 후에는 전권을 쥐려 다가가게 마련이다. 같은 상황에 처한 인간이라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많은 사람이 조조를 비난하지만, 그것은 다만 그의 상황이 되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약 똑같은 위치에 있었다면 조조보다 나은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아니, 오히려 더 잔혹하고 한층 교활해졌을 수도 있다.


#심리학이조조에게말하다 책을 통해 조조의 승패와 함께 그의 심리를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시대를 이끌어간 뛰어난 인물이었지만 천명이라는 허울에 빠져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했던 그의 선택을 보며 인생의 쓴맛을 대신 경험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무엇을 선택했든 그 선택의 결과는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뼈아픈 현실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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