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오브제 - 사물의 이면에는 저마다의 사연과 궁리가 있다
이재경 지음 / 갈매나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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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기에 익숙하지 않은 작품 속 오브제를 많이 만났다. 이를 일반인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인터넷 검색뿐 아니라 다양한 서적을 뒤적여야 했던 나날들. 이런 지식들이 모여 한 권의 책을 이뤘다. 이름하여 '설레는 오브제'


전문적으로 번역하는 사람에게도 생소한 오브제이기에 책을 읽는 독자에게도 생경하다는 느낌이다. 또한 오브제 하면 주로 여성들의 전유물이 많기에 남자인 나에게는 더욱 생소하고 낯선 것들이기에 삽화로 들어간 사진이나 그림이 아니고서는 이해할 수 없어 조금은 답답하단 느낌도 들었다.


책에서 제일 먼저 소개하는 오브제는 '팔러 체어'. '팔러 체어'가 뭔지 아시는 분 손?? 나 역시 처음 듣는 용어이기에 고개를 갸웃뚱 했다. 중세 시대 묵언수행을 원칙으로 하는 프랑스 수도원에서 부득이 대화가 필요할 때 따로 지정된 방을 '팔러'라 했다. 이 단어가 속세로 나와 종교나 수행과는 거리가 먼 공간을 지칭하는 말이 됐다. 귀족 저택에서 사담과 사교가 꽃 피는 방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야기가 길어지며 그곳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등과 엉덩이를 푹신하게 받쳐주는 의자가 등장한다. 그것이 바로 '팔러 체어'라 한다. 글로 설명하니 도대체 어떤 의자인지 감이 안 올 것이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책에 소개된 의자 그림을 첨부할까 하다가 인터넷 검색을 추천해 본다. https://cafe.naver.com/mjann/1156562


에스프레소는 원두를 곱게 갈아서 다져 넣고 뜨거운 물을 고압으로 통과시켜 빠르게 추출하는 커피다. 사실은 내가 즐겨 마시는 커피이기에 더욱 관심이 갔다. 커피콩은 16세기 말 베네치아항을 통해 유럽 대륙에 처음 상륙했지만, 최초의 커피 머신은 1855년 파리 만국박람회에 처음 등장했다. 초창기 커피 머신의 동력은 물을 끓여서 얻는 증기의 압력이었다. 1930년대 과학자 프란체스코 일리가 증기 대신 압축 공기로 커피를 뽑는 기계를 발명했다. 그래서 유명한 원두커피 메이커가 '일리(ILLY)'이구나. 1940년대에는 밀라노의 바리스타 아킬레 가지아가 지금의 레버 방식을 개발해 압력과 추출 속도를 높였으며 무엇보다 압력이 획기적으로 높아지면서 황금색 커피 거품, 크레마가 탄생하게 되었다. espresso는 이탈리아어로 '특급'이라는 뜻이다. 십여 초 만에 커피가 완성되는 추출 속도를 반영한 이름이다. 하지만 '특별히'라는 뜻도 있다. 에스프레소는 원두 50알을 가장 극적으로, 가장 알차게 소비하는 방법이다.

일회용품을 사용을 줄이기 위해 텀블러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그런데 텀블러는 밑바닥이 넓고 편평한 잔을 통칭하는 말로, 주로 위스키나 보드카를 얼음 위에 부어서 온더록스로 마실 때 사용하는 잔이었다. 그래서 록글라스라고도 불린다. 그렇다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tumblr'와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발음은 비슷하지만 전혀 관계가 없다. 소셜네트워크인 tumblr는 tumblelog의 준말로 인터넷의 바다에서 우연히 발견한 이미지나 단문이나 링크 등을 잡다하게 모아놓은 디지털 비망록이라는 뜻이다.


축음기는 영어로 그래머폰(grmophone)이다. 원반형 녹음 음반에 기록된 소리를 재생하는 장치다. 이것을 별명처럼 그래미(grammy)라고 부른다. 미국 음반업계 최고의 상이 그래서 그래미상이다. 그래미상은 수상자들에게 축음기 모양의 트로피를 준다.

이렇게 영화나 책 속의 장식품에 해당하는 다양한 오브제 속에 감춰진 이야기들을 끄집어 내 독자들에게 지식을 전달해 준다. 그렇다고 이걸 꼭 기억하고 공부할 필요는 없다. 주로 영화의 한 장면 속에 배경에 놓인 소품이거나 단서 정도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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