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실 끝의 아이들
전삼혜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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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을 법한 '도플갱어', 나와 닮은 사람이 어딘가에 존재하리라는 막연한 상상.

작가는 이런 상상을 평행 우주 이론에서 이야기를 펼친다. 지구와 다른 행성에서 살아가는 '나'라는 존재들이 지구의 멸망을 막기 위해 '나'를 찾아온다. 주인공 유리는 '예지몽'을 꾸며 다른 행성에서 찾아오는 '나'를 알아내는 초능력이 있다. 하지만 유리가 살아가는 현재의 지구에서는 이런 초능력이 인정되지 않기에 정신과에서 우울증 약을 복용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중이다. 중학교 1학년 아이가 정신과에 다닌다는 것은 감추고픈 비밀인데 그만 같은 반 아이인 '시아'에게 딱 들키고 말았다. 이 사실을 친구들에게 말한다면 가만두지 않겠다 으름장을 놓았지만 그녀는 "초능력 때문에 힘들지?" "나도 그래" 한마디 말을 남기고 총총히 사라졌다.

정신과를 다녀온 다음 날, 잠시 외출했다가 누군가 자신을 보고 씩 웃는 모습을 본 뒤 강한 통증을 느끼며 쓰려졌다. 한참 후 정신을 차리니 다른 모습을 한 다섯 명의 '내'가 쓰러진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들이 모두 다른 행성에서 온 '나'였기에 놀라지는 않았지만 왜 지금 '나'를 방문했는지와 자신들의 초능력을 유리에게 말해주었다. 여러 평행우주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일을 관측할 수 있는 '베이'는 '유리'와 붉은 실로 연결되어 있는 '대리자' 때문에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리는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붉은 실로 연결된 초능력자를 알지 못했지만 문득 '손시아'라는 이름이 튀어나왔다. 대리자 혹은 대적자라는 초능력을 갖은 사람들이 어떻게 지구를 멸망시킬까?

5명의 다른 행성에서 온 '나'와 대적자의 관계를 설명했다. 어떤 이는 대적자가 엄마였고, 쌍둥이 동생이었고, 사랑하는 연인이었다. 대적자들은 다른 사람의 걱정을 대신 떠안고 그 고민을 하는 대신 동안 현실에서는 우려하던 고민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시에는 그리 큰 고민은 아니지만 그 고민이 없어진 미래에는 엄청난 굴레로 인해 지구가 멸망하게 된다. 각각의 행성에서 경험한 사실을 모두 '유리'에게 말해주며 대적자인 '시아'를 없애야 지구의 멸망을 막을 수 있다고 설득한다. 하지만 중학생 여자아이가 살인을 감당할 수 있는 무게의 짐이 아니었기에 시아를 보호하기 위해 시간을 끈다. 다른 행성에서 온 '나'가 지구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오직 닷새뿐이라는 사실을 알았기에... 하지만 다른 나 중의 한 명은 시간을 닷새까지 과거로 거꾸로 돌릴 수 있는 초능력이 있기에, 유리는 시아를 죽일 수밖에 없는 운명에 놓이는데...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대리자를 죽여야 지구 멸망을 막을 수 있는데, 살인자라는 누명과 번뇌를 짊어져야 하기에...

다른 나들을 따라 평행 우주로 도피할 수도 있지만 과연 살인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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