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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서로에게 선물이 된다면 - 미국 메릴랜드주 퍼스트레이디 유미 호건 자전 에세이
유미 호건 지음 / 봄이아트북스 / 2021년 9월
평점 :
품절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인생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라고...
전남 나주의 시골에서 팔 남매 가운데 막내딸로 태어난 박유미, 어릴적엔 막둥이라 손에 물 한 방울 데지 않고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초등학교에 이어 중학교까지 나주에서 나온 그녀는 고등학교만큼은 서울로 유학을 온다. 수유리에서 살며 교회에 다니는 평범한 여학생에게 난데없이 결혼 청탁이 들어온다. 아직 19살임에도...
1970년대라고 해도 당시에도 상상하지 못했을 조건의 남자이다. 23살의 나이에 4살 난 딸이 있는 주한미군 한국계 이민자. 그녀는 오로지 미국에 가서 꿈꾸던 미술 선생님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그와의 동행을 선택했다.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 선택이 옳았다 믿으며 남자를 따라 미국행을 결정한다. 하지만 젊고 잘 생겼던 남편은 술과 도박 중독에 빠져 집안을 돌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애가 생기면 중독에서 벗어나겠지 하는 희망을 가졌지만 둘째 딸을 출산할 때까지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해 이혼을 결정했다. 한 부모 가정으로 세 딸을 키워야 했기에 하루에도 열 시간 넘게 일을 해야만 간신히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힘든 기간의 생활은 책에서는 건너 뛰고, 남편 호건을 만나 대학원에 진학하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한 번의 실패의 경험이 있었기에 주위 사람들의 권유에도 결혼은 생각지도 않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공동 전시회에 작품을 출품했는데 한 미국 관객이 유미에게 관심을 표현했다. 처음엔 거부감도 있었지만 성인이 된 두 딸아이의 권유로 만남을 지속해 보았다. 특별할 것 없는 부동산 개발자였기에 평범한 가정을 꾸릴 수 있을 거란 희망도 생겼다. 갑작스러운 호건의 청혼을 받고 결혼에 골인하게 된 박유미, 아니 유미 호건.
친구의 주지사 선거를 돕던 남편은 자신이 주지사 선거에 출마할 뜻을 밝혔다.
설마... 하는 심정으로 남편을 돕겠다 했고, 그저 평범했던 삶이기에 더욱 선거 유세에 열을 올렸다. 쉽지 않았던 선거, 자신이 한인이었기에 한인 카운티에서 선거 캠페인을 진행했지만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해 속상했다.
메릴랜드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대세인 곳에서 공화당 출신으로 주지사에 도전했다. 어려운 도전이었지만 그들의 진솔한 선거 유세에 표심은 호건으로 돌아섰고 드디어 주지사에 당선되었다.
우리나라와 다릴 주지사는 그 지역의 대통령이기에 그의 당선은 믿기 힘든 현실이었다. 아시아계 최초로 지방 정부의 퍼스트레이디가 된 유미 호건.
기쁨도 잠시 뜻하지 않게 림프종 말기 판정을 받아 남편 호건이 생사에 기로에 서게 된다. 병원 투병 중에도 메릴랜드 주의 살림을 놓을 수 없었던 강인한 남편 호건. 6개월의 투병 생활 중에도 환우들을 돕기 시작했다. 유미는 미술을 통해 이들의 심리 치료에 관심을 보이며 앞으로의 행보를 결정한다.
이후에는 우리가 흔히 아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그리고 여론의 관심을 끌었던 메릴랜드 주에 코로나 진단키드 50만 명 분량을 지원하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리고 아시아계 혐오 반대 캠페인을 진행하며 미국 내 여론을 부각시키는 역할을 도맡아 한다.
책을 읽으면서도 참, 인생이란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생각을 다시 갖게 되었다.
지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따뜻한 책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