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구둣방 - 소리 없이 세상을 바꾸는 구두 한 켤레의 기적
아지오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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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오' 그 이름을 처음 들은 것은 문 대통령 신발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세상에 알려지며 나에게도 알려졌다. 하지만 거기까지! 폐업했다는 소식과 함께 기억에서 잊혔다. 그 이후 sns 마케팅 수업에서 협동조합 사례 연구에서 잠깐, 그리고 사회적 경제 창업 아카데미에서 잠깐 이름을 들었다.

'아지오'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미션은?

청각장애인의 일터를 마련해 직업인으로 자립하게 돕는다.

어떤 어려움에도 그 철학을 잃지 않는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의 자립은 꿈같은 이야기다.

사실 일반인 뿐 아니라 청년들까지 현재의 한국 사회를 '헬 조선'이라 표현할 정도다.

서울 쏠림 현상, SKY 대학 이외는 명함도 못 내미는 세상, 공무원이 유일한 희망인 청년들, 위험의 외주화, 소득 양극화, 투기...

이런 특권층만을 위한 세상에서 사회적 약자는 더욱 살기 힘들다. 이들이 기댈 수 있는 것은 정부 보조금.

그렇기에 이들에게 필요한 건 돈이나 동정이 아니라 떳떳하게 일할 기회이다. 이를 위해 사회적 기업이 꼭 필요하다.

문제는 사회적 기업도 이윤을 창출해야 계속 사업을 할 수 있기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아지오는 사회적 기업으로서 잠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지만 이슈만으로는 지속적인 판매를 끌어낼 수 없었고, 사명만으로는 기업을 이어갈 수 없었다. 아지오는 청각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이다 보니 처음에는 생산자 쪽에 중점을 두었지, 소비자는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취지를 가진 사회적 기업이라도 이윤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다. 현실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조사, 그리고 준비가 동반되지 않은 환상에서 출발한 아지오. 3년 8개월 동안 사명감을 가지고 운영해 보았지만 쌓이는 건 빚과 자책감 뿐이었다. 결국 무모한 도전에 종지부를 찍었다.

2017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에서 대통령의 신발이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대통령의 구멍 난 신발' 이슈가 되고, 투자하겠다는 사람과 동업하자는 제의가 끊이지 않았다. 쉽게 갈 수도 있는 길이었지만 재창업에 뜸을 들인다. 세상의 관심에서 벗어나 초심을 잃지 않고 다시 시작하기 위함이다. 결단의 시간, 선배이자 경제학자인 유시민의 조언으로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재창업을 시작한다. 선한 영향력 때문인지 지인들의 소개 속에 유명인들이 차츰 홍보에 나섰다. 아지오가 기존 수제화 메이커와 차별을 둔 것은 나의 발에 꼭 맞는 '실측 서비스'이다. 발의 크기나 발등의 높이는 물론 통증을 느끼는 부위나 발의 건강까지 고려한 실측 서비스.

나 역시 30대 중반, 뚜벅이로 출퇴근하기에 구두가 몸에 맞지 않아 고생했다.

당시 유행했던 마사이 워킹을 큰돈 들여 구입했다. 발 볼이 넓었던 나는 예쁜 구두가 탐나 볼이 좁은 신발을 선택했다. 문제는 발바닥은 편했을지 몰라도 발 볼에 맞지 않는 신발로 인해 지금까지 발가락 쪽에 피가 순환되지 않아 꽁꽁 어는 냉증을 겪고 있다.

아지오 신발은 실측을 통해 개개인의 건강과 발 형태에 맞추어 제작하니 소비자들의 불만이 거의 없다. 간혹 발생하는 문제도 방문을 통해 다시 실측하여 고객의 발 건강과 만족을 이끌어낸다. 수제화라 20만 원대 판매 가격, 공정이나 인건비를 감안한다면 충분히 저렴한 가격이다. 하지만 기존 구두의 가격대와는 다른 느낌에 '헉' 소리가 나오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이 구두를 주기적으로 수선한다면 5년은 거뜬하다. 한마디로 기성 구두 2~3개 비용을 커버하고도 남는 것이다.

이런 무모한 도전을 시작한 사람은 누구일까?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시각을 상실하며 '넌 쓸모없는 사람이야'라는 비난을 받았던 사람, 유석영. 이렇다 할 희망도 없었던 그에게 동네 외톨이 아저씨가 건넨 희망적인 말.

넌 앞을 보지 못해도 목소리도 좋고 말도 잘하니까 방송국에 가서 아나운서나 돼봐라

이 말이 계기가 되어 장애인들의 여름 피서를 위해 CBS 방송국에 도움을 요청한 편지로 방송국에서 일하게 된다. 이때 취재차 방문했던 구두 공장에서 청각 장애인들이 많이 고용되어 일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구두 회사를 창업하게 된다.

한 기업의 창업과 실패 이야기. 그리고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미션과 이를 완수하기 위한 여정이 담겨있다. 동정이나 홍보를 위한 책이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를 잔잔히 들려주어 더 좋았다. 남들의 성공이 부러워 보이지만 그들이 흘렸을 땀과 눈물이 있었다는 것을 다시 느낀다.

답답한 현실에 안주하기보단 나의 꿈과 희망을 쫓기엔 아직 절실함이 부족함을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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