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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활 건강
김복희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4월
평점 :
함축된 언어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들, 시인.
시인은 자격증을 취득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출판사나 협회에서 주관하는 공모전에 당선되어야 공인된 시인으로 활약할 수 있다. 진입 장벽이 없는데 반해 그 장벽을 뛰어넘는 사람은 극히 드물기에 그들의 일상이 궁금했다.
시인이란 직업을 전업으로 하는 작가들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4명은 1년에 책을 1권도 읽지 않는다는 통계가 있을 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은 책을 안 읽는다. 남자의 경우 가정도 꾸려야 하고, 부모 세대를 봉양해야 하기에 직업으로 시인은 매력 없다. 그나마 이런 부담이 조금 덜하고, 언어 능력이 뛰어난 여성 시인들의 삶이 살짝 공개된다.
고구마 구이를 해 먹으려 고구마 딱 한 개를 들다가 허리를 삐끗했다.
언어의 유희이자 삶을 응축하는 언어를 만들기 위해 모든 걸 거는 시인들.
그들은 감수성이 풍부해지는 저녁이나 새벽을 좋아한다. 일반인들과는 정반대의 생활 패턴을 가진 사람들. 또한 필요할 때만 움직이기에 근육량은 일반인들에 비해 적고, 음주량이 많아 건강이 취약한 이들이다. 좋아하는 고구마 구이를 하기 위해 두세 개도 아닌, 딱 하나의 고구마를 들다 허리가 삐끗했다는 이야기에 웃음보가 터졌다.
파이브 잡 five job 인간의 생활
남자에 비해 삶이 덜 퍽퍽한 여성 시인들도 생존을 위해 다섯 개의 직업을 가졌다는 이야기에 눈물이 핑 돌았다. 시인, 사진작가, 브랜드 마케터, 강사, 불문학도 이런 다섯 직업의 경력이 있지만 어느 것 하나 마뜩하지 않다. 시인은 직업을 통해 성취 욕구가 샘솟았다고 적었지만 삶이 그리 녹녹지 않았음이 느껴진다.
나는 좋아하는 일을 여러 개 정해두고 그것들을 꾸준히 하면서,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해나가고 있다.
시인들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 어떻게 관리할까?
김복희 작가는 언제든 어디서든 혼자 할 수 있는 일인 마시기, 읽기, 쓰기라고 말한다.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할 때, 그 좋아하지 않는 일의 강도와 밀도에 비례해서, 읽고 쓰고 마신다고 한다. 또한 마시기, 일기, 쓰기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면서도, '우리'가 되어 함께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쓰지 않으면 오늘은 아무 날도 아니다.
매일 반복되는 삶이 누군가에게는 지겨운 것일지도 모르지만, 삶이 반복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무너지기 쉽다. 영원히 지속될 것처럼 반복되는 일상에 지리멸렬함을 느끼면서도, 언젠가 이 삶이 끝나리라는 것에 허무함과 쓸쓸함을 느낀다.
나를 사람 구실하게 만들어준 멀쩡한 육체는 타인의 정성과 수고가 만든 것. 귀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
우리는 자신 스스로 저절로 자라난 줄 알고 산다.
하지만 부모님의 도움과 헌신이 없었더라면 과연 지금의 나는 존재하기나 했을까?
안 먹겠다는 우리를 달레고 얼러 한 숟가락이라도 먹였던 그들의 수고가 있기에...
10명의 여성 시인들의 삶, 그들의 삶도 우리네와 그렇게 다르지는 않았다.
매일 버텨야 하는 일상도 있고, 매너리즘에 빠져 우울증과 공황장애도 걸리고, 그들의 삶을 지탱케 해주는 무엇 혹은 누구도 있고... 삶은 누구에게나 자신이 견뎌야 하는 숙명이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