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도시

제3도시 ㅣ SG컬렉션 1
정명섭 지음 / Storehouse / 2020년 11월

우리나라에서 외부와 차단된 도시가 있을까?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서울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그곳은 가능하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땅도 아니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곳, 바로 개성공단이다.

저렴한 노동력으로 물건을 만들 수 있는 데다가 거리도 가깝기에 원실업에서는 회사의 사활을 걸어 개성공단에 입주했다. 처음엔 노동자들의 기술 숙련도에 애를 먹었지만 안정기에 접어든 지금은 회사의 재고 부족이 말썽이다. 개성공단이 처음 생길 때부터 잔뼈가 굵은 법인장을 스카우트해 맡겨놨지만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다.

사장은 육군 기무사 하사관 출신이자 사설탐정사무소를 운영하는 외조카에게 이 문제를 맡기게 된다.

원실업 개성공단에서는 난데없이 나타난 낙하산 외조카 때문에 발칵 뒤집혔다.

한국산 제품이 중국산 제품보다 품질이나 성능면에서 좋다는 평이 퍼지며 직원들이 알음알음 물건을 빼돌리던 실정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법인장까지 한통속이 되어서 말이다. 그래서 이들은 낙하산을 쫓아내려 음모를 꾸미지만 오히려 된통 당하게 된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지... 문제의 핵심인 법인장이 갑작스럽게 개성공단 기숙사에서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하는데...

눈에 가시처럼 여기던 북한의 군부 세력들은 이번 기회에 개성 공단을 철수시킬 기회로,

남한의 보수 및 태극기 부대는 북한을 도와주는 개성 공단을 폐쇄시킬 기회로 이용하려 들고 있다.

개성공단은 남북한 합작의 결과물이지만 이면에는 통일을 위한 밑 작업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아무튼 살해 용의자로 찍힌 외조카는 개성 공단에서 추방될 위기에 처하지만, 기지를 발휘해 시간을 버는데 성공했다.

추방까지는 단 4일, 거기에 호위총국 소좌의 감시와 도움을 받으며 살해 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과연 4일 동안 자신의 억울한 누명을 벗고, 진짜 범인을 찾아낼 수 있을까?

CCTV나 지문 감식을 할 수 없는 특수한 상황임을 감안하며 추리에 추리를 이어간다.

절대 풀릴 것 같지 않던 실타래는 시간이 갈수록 초조해진 범인들이 자신의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단서를 흘리게 된다. 그 단서들 이면에 숨어 있는 진실들을 발견해가는 주인공의 추리에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거기에 남북이 함께 사건을 해결한다는 발상이 참 신선하고 좋았다.

책에서는 개성공단이 두 번이나 폐쇄되었다가 다시 열렸다고 하는데, 현실에서는 아직도 그대로 닫혀있으니 갑갑하기만 하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추리 소설을 만나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