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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의 기쁨과 슬픔 - 탈모 심리 픽션 에세이
부운주 지음 / 동녘 / 2020년 6월
평점 :
절판
6개월 만에 만난 지인분의 첫 마디, "이마가 훤해지셨네요?"
헉, 굳이 안 알려주셔도 매일 아침 느껴요..... 40대 중반의 아저씨로 대머리 유전인자를 갖고 있는 나에겐 비수로 꽂혔다. 그래서인지 동녘 출판사의 <머리카락의 기쁨과 슬픔> 책이 눈에 들어왔다.
당연히 주인공은 남자이고 중년의 아저씨일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이다. 원형 탈모로 시작해 4개월 만에 전신 탈모로까지 진행된 그야말로 최악의 탈모였다. 여자라니....
모발은 외모를 결정짓는 첫 번째 환경요소이고,
진화심리학적으로 생명체의 외모는 젊음과 건강의 지표로 활동되어왔다.
중 3 여학생의 뒤통수에 50원 동전 크기의 원형 탈모가 발견되었다.
처음엔 기말고사와 입시 스트레스인 줄 알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아침마다 머리를 감을 때 축 늘어진 머리카락의 잔해들을 보며 섬뜩해지기 시작했다. 50원 크기가 500원으로, 주변 머리로도 조차 가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학교를 가야 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주변의 곁눈질과 수군거림이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혔다.
이런 와중에 피부과, 대학 병원에 투자한 비용도 만만치 않았지만 기대와 달리 머리털은 전혀 자라지 않았다. 왜? 나에게? 무엇을 잘못했기에..... 현실을 부정하며 위축되던 소녀에게 원형 탈모증을 앓고 있던 소녀가 다가왔다. 둘은 이내 친구가 되어 현실 속에 부딪치는 한계와 문제점을 이야기하며 해법을 찾아간다. 친구가 있었기에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버텨낼 수 있었지만 시간이 흘러 대학생이 된 지금까지도 원형 탈모증을 앓고 있다.
머리카락 하나 없다는 현실이 삶을 이렇게 무참히 짓밟을지 미처 몰랐다. 원형 탈모증이 질병이라는 사실과 그 질병에 맞서 힘겹게 살아가는 주변의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했다. 나부터라도 그들을 향한 왜곡된 시선을 거두고 힘겹게 살아왔지 하는 마음으로 그들을 바라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