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사랑하고 수시로 떠나다 - 낯선 길에서 당신에게 부치는 72통의 엽서
변종모 지음 / 꼼지락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행을 떠나는 사람을 보면 부럽다. 모든 것을 남겨두고 떠나갈 수 있는 용기가 나에게도 있을까?

다른 사람의 여행기를 읽을 때면 마음이 설레다가도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 행복한 꿈에서 깬 듯한 아쉬움이 남는다.

혼자 여행을 하면 두렵지 않나요? 외롭지 않나요?

누군가의 질문에 나는 언제부터 홀로 여행자가 되었을까 생각해본다.

아마도 초등학교 입학식 날 이후가 아니었을까?

혼자라도 외로울 일이 없으니 어디든 떠날 수 있다.

홀로 걷는 길에서 누군가 내게 말을 건 적 없지만 침묵하지도 않았다.

여행자들은 대부분 말 없는 말로 대화하며 걷다가 그 말들을 주워 와서 살아간다.

정말로 중요한 말들은 내가 나에게 일러준 말들이다.

하긴 인생은 누구도 한 번 걸어보지 못한 길을 홀로 여행하는 것이니 인생은 외롭고 두려운 것이다.

그 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지만 혼자만의 상상 속에 하루하루를 걸어야 한다.

삶이란 바깥으로 채우는 일이 아니라 안으로부터 채워나가는 일.

내 안의 열정으로 바깥의 냉랭함을 다스리는 일. 스스로 뜨겁지 않으면 세상 그 무엇도 뜨겁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은 가장 흔한 것들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흔한 것을 즐기면 매일 행복 아니겠나. 여행이 그렇다고 한다.

사랑이 꼭 여행과 같아서, 사람도 꼭 여행과 닮아서, 저 홀로 떠났다가 끝내 저 홀로 돌아와야 하는 일.

시인의 책상과 여행자의 배낭엔 모서리가 없다.

모두가 닳고 닳도록 걸어야 겨우 한 줄이다. 고작 한 걸음이다.

쌓이고 쌓이면 마음이겠지. 그러다가 사랑이 되기도 하겠지.

털어내고 털어내면 내가 될 수 있겠지. 그러기 위해 걷는 거겠지.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고, 무엇도 되지 않을 수 있을 때까지. 오로지 내가 되기 위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