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오리지널 커버 에디션)
J.M 바스콘셀로스 지음, 박동원 옮김 / 동녘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1968년 원작의 표지를 그대로 인용했다는 의도는 좋았으나 조금은 괴기스럽고 공포물에 가깝게 느껴졌다. 20대 후반, 명작이라는 추천에 책을 읽었지만, 라임오렌지나무가 뭔지? 제제 가족이 거주하는 도시 방구시, 방구? 한국어로는 왠지.....

거기에 악동 아이의 대수롭지 않은 장난에, 실직한 가장의 폭력, 생활비를 벌기 위한 엄마의 희생 등등 조금은 어설프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원작의 표지를 보고 더욱 거부감이 느껴졌던 것 같다.

40대 중반, 다시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책이 내 손에 들렸다.

초반에는 5살 아이의 환상 속 세상과 일상이 교차하며 악동 아이의 삶이 그려진다.

영화 속 주인공과 함께 초원을 달리는 총잡이 제제, 하지만 생활비를 벌기 위해 구두 통을 들고 거리로 나서야 하는 삶.

5살 나이에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글을 읽을 줄 아는 아이 제제, 하지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5살 아이의 삶.

노래와 모험을 즐기는 아이 제제, 하지만 가난한 형편에 교복도 크리스마스 선물도 받지 못하는 5살 아이.

빈곤하지만 즐거웠고 행복했던 1980년대의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추억에 잠긴다.

실직한 아빠에게 힘을 북돋아 주기 위해 제제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탱고 곡을 불렀다.

하지만 그 곡의 가사는 음란하고 외설적이었다. 5살 아이 입에서 나올 법한 노래가 아니었기에 아빠의 매질이 시작됐다. 제제는 아빠를 위한다는 좋은 의도가 매를 부르자 아빠에게 "살인자, 나를 죽이고 감옥에 가라"라는 말을 내뱉는다. 결국 학교를 못 갈 정도의 매질 속에 겨우 살아난 제제. 제제는 마음에서 아빠를 죽이고, 아빠를 장사 지냈다.

가난한 방구시 아이들은 학교까지 걸어가는데 그들만의 놀이를 즐긴다.

자동차 뒤에 매달린 보조 타이어에 매달려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것, 방구시 아이들은 이것을 '박쥐 놀이'라 부른다. 방구시의 아이들은 모든 자동차 뒤에 매달려 봤지만, 오로지 험상 구진 포르투갈 사람의 차에는 오르지 못했다. 이런 먹잇감을 그대로 놔 둘 제제가 아니었다. 아쉽게도 박쥐 놀이엔 실패했지만 이를 통해 마음을 나눌 새로운 친구를 얻었다.

어린아이들은 가끔 이런 상상을 하곤 한다. '나는 다리 밑에서 주워 온 왕의 아들이라고..... '

상상 속의 왕이 현실에 나타나 나를 데려갈 것이라고, 제제에게도 그런 왕 같은 사람 뽀르뚜가가 생겼다. 이런 행복도 무자비한 기차, 망가라치바에 의해 뽀르뚜가가 치이며 끝난다.

5살 나이에 삶의 행복과 희망 그리고 절망과 죽음을 너무 빨리 알아버린 제제.

뽀르뚜가의 죽음 소식에 쇼크를 얻은 제제는 삶의 희망을 잃는다.

이런 그를 위로하기 위해 그의 라임오렌지나무는 깜깜한 밤에 창문을 두드린다.

며칠 후 누나의 손에 들린 하얀 작은 꽃, 이 꽃은 제제의 라임오렌지나무에 핀 첫 꽃이었다.

쇼크에서 회복한 이후의 삶이 궁금하지만 소설은 갑자기 마흔여덟의 제제가 뽀르뚜가를 그리워하는 편지로 끝맺는다. 채 몇 달도 되지 않은 짧은 기간 동안의 제제의 삶을 들여다보았다.

우리의 유년시절과 어딘지 모르게 닮았던 제제의 삶, 책을 다 읽었지만 왠지 여운이 남는다. 역시 이래서 명작이라 하는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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