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야 - 2019년 제15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
다이앤 리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이 결핍된 가정에서 태어나 독립했지만, 부모라는 허울로 자식을 지배하고 종속하려는 가족의 멍애. 그 실체를 본 소설이다.

부부간에 사랑이 결핍된 채 가정을 꾸려 자녀를 낳았다.

첫 딸이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 사업 실패로 집안이 송두리째 날아갔다.

친척이 다니던 회사에 근무하며 아내는 공장 식당에서 일을 시작했다.

사업 실패로 울화병에 걸린 아빠는 술만 먹었다 하면 아내를 개 패듯 한다.

이를 말리려는 자녀들까지 주먹질이 멈추지 않는다. 첫 딸의 얼굴이 찢어지는 상황에서도 그 폭력이 멈추지 않았다.

첫 딸이 중학교에 들어가며 공부에 흥미를 느끼자 남동생과 함께 방을 쓰기가 불편해졌다.

아빠는 큰맘 먹고 창고 한구석에 구들을 놓고 알록달록 예쁜 벽지로 방을 꾸며주었다.

하지만 술이 문제였다. 어김없이 엄마를 구타하던 날, 말리는 딸아이에게 화풀이를 할 겸 자신이 만드어준 방을 모조리 부숴버린다.

이런 환경 속에서도 살기 위해 공부를 한 딸은 국립대학교에 입학해 학비를 벌며 학업을 마쳤다.

지긋지긋한 한국을 벗어나기 위해 유학을 택했고, 거기에 이란 출신의 남자를 만나 캐나다에 정착했다.

지옥 같은 가정에서 탈출했지만 악마같았던 아빠의 급작스러운 암 투병, 그리고 3년이라는 짧은 기간을 보내고 세상을 떠난다.

남편에게 사랑을 받지 못했던 엄마는 아이들에게 불안정한 애착을 가진다.

그 시대 엄마들이 그랬던 것처럼 아들에겐 끔찍하지만 딸에겐 감정을 폭발시킨다.

다른 집 자녀들과 비교하고, 음력인 아빠의 제삿날을 핑계로 딸을 닦달한다.

오히려 엄마 자신이 피해자라는 것을 강조하며 딸을 조종하고 억압한다.

이렇게 엄마와 통화하는 날이면 딸의 감정은 방전되어 공항상태에 빠진다.

피해자 탈을 쓰고 딸을 조정하며 감정을 갉아먹는 엄마를 어떻게 해야 할까?

부모라는 존재가 한없이 가깝기만 한 것도, 친근한 것도 아니다.

이런 엄마가 있다는 것, 자체가 버거운 현실이지만 딱히 해결책은 없다.

이런 악순환의 반복 속에 딸은 온몸이 마비 증상을 나타낸다.

마비 증상들의 원인은 내 속에 있는 상처 받은 아이, 그 아이를 치료하지 못한다면 이 지옥같은 삶도 탈출하지 못할 것이다.

딸은 조금씩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지만, 그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일상을 반복한다.

답답하고 어렵기만 한 엄마의 존재를 해결하지 못한 채 소설은 끝난다.

뭔가 확실한 해결책을 기대했던 독자라면 조금은 실망스러울 것이다.

내가 그 입장이 되었더라도 딱히 엄마가 죽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해결책이 안 보인다.

엄마가 상담을 통해 변하지 않는 한, 그녀는 내면 아이를 끌어안고 살아야 할 것이다.

누군가는 현실을 극복하거나 초월적인 신앙을 같지 않은 한 가족의 굴레는 끊어지지 않을 테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