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
문은강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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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민주화 운동으로 대학교가 최루탄 가스로 가득할 때 주인공 고복희 혼자 강의실에 앉아있다.

당연히 수업은 없었지만 고복희는 수업을 받겠다는 무언의 항의 표현 중이다.

이런 그녀의 행동에 학과뿐 아니라 대학 내에는 비겁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하루는 선배들이 무리 지어 그녀를 건물 뒤편으로 불러 야단을 친다. 비겁자라며....

묵묵히 듣고 있던 그녀는 비겁자라는 소리에 소리를 빽 지르며 이들에게 대항했다. 이에 놀란 무리는 흩어졌다.

무리 중에 함께 있던 나팔바지의 남자 강영수는 이런 그녀가 좋았다.

1980년 단체주의 사회에서 요즘 말하는 까도녀의 포스를 장렬한 고복희는 아마도 이단자였을 것이다.

이런 그녀의 성격이 형성된 것은 아마도 가정 환경 때문일 것이다.

신혼부부로 알콩달콩 하게 살 집을 마련하고, 초가지붕을 스렛트 지붕으로 고치기 위해 올라갔다가 남편이 죽고 말았다.

그 남자가 바로 고복희의 아빠이다. 홀로 남겨진 엄마 강금자는 살기 위해 무작정 청계천으로 올라와 봉제공장에서 일한다.

하루를 묵묵히 버텨내야 어린 딸과 함께 서울의 삶을 살 수 있다.

어린 복희는 엄마가 일하는 청천동 봉제공장에 가 보았다.

후덥지근한 공기에 미세한 먼지들 속에서 일하는 엄마와 동료 언니들의 모습.

현실을 인정하기에 생존을 위한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건 다름 아닌 공부.

안정적인 평생직장을 찾아 선생이라는 직업에 당당히 합격했다.

대학시절, 철저한 완벽주의자에 까도녀의 성격을 한 그녀에게 접근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 또한 살아남기 위해 사랑이나 연애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녀를 질책하던 선배 무리 중에 끼어 있던 강영식 만이 유일하게 그녀에게 접근하는 남자였다.

싸늘하게 대해도 나타나 인사를 건네는 강영식과의 우연한 만남이 늘어나며 같이 차도 밥도 먹는 사이가 되었다.

토요일 밤이 되면 강영식은 촌스러운 대학생에서 디스코텍의 황제로 변신한다.

그는 차갑고 딱딱한 고복희를 데리고 디스코텍으로 주말마다 행차를 하지만 그녀는 테이블에 앉아 있을 뿐 무대로 나가지 않는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이들은 결국 연인이 되어, 같은 초임 발령지로 떠나게 된다.

군산이 고향인 강영식에게 새만금 간척사업은 목숨을 걸고 막아야 하는 환경 파괴이다.

그는 반대 집회에 열성적으로 따라다니며 앞서 행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는 다르게 새만금 간척사업은 법원에서 합법으로 결정된다.

순수의 시대, 열정의 사람으로 표현되는 강영식은 이런 부조리 속에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다.

따뜻한 나라로 가서 살고 싶었다는 그의 바람을 이뤄주기 위해 고복희는 한국의 삶을 정리하고 캄보디아로 이주한다.

거기에 더 해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호텔을 짓고 경영하기에 이른다.

완벽주의에 까도녀가 운영하는 호텔, 원더랜드.

호텔에 투숙하면 코리안 발음의 영어로 호텔의 운영 규칙을 들어야 한다.

아침은 몇 시에 주고, 퇴실은 몇 시, 통금 시간은 몇 시..... 호텔의 통금시간?

호텔은 야자수와 수영장을 갖춘 6개의 룸이 있지만 이런 그녀의 황당한 원칙에 적응하지 못한 손님들이 태반이다.

결국은 손님이 없어 호텔을 접어야 할까 생각하는 그녀에게, 호텔 직원은 '원더랜드에서 한 달 살아보기' 프로젝트를 내민다.

20대 중반의 잉여 인간 박지우.

남들 다 가는 해외여행 한 번 못해보고, 회사는 몇 달 나가다 그만둔 백수이다.

부모를 잘 만나 돈을 물 쓰듯 하는 친구의 sns를 보며 부러워하다가 원더랜드 홍보 영상을 보게 된다.

캄보디아라면 앙코르와트밖에 모르는 그녀는 무턱대고 이 프로젝트에 신청해 결제까지 마쳤다.

하지만 원더랜드에서 앙코르와트까지는 비행기로 3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모른 채 말이다.

완벽주의 까도녀 고복희와 잉여 인간 박지우가 벌이는 좌충우돌 캄보디아 생활기.

앙코르와트는 가보지 못한 채 호텔과 한인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로 채워졌지만, 그 한 달이 금세 지나간다.

원더랜드를 담담히 지키고 있는 고복희의 일상과 잉여 인간 박지우는 한 달 후 이야기가 궁금하시죠?

책은 서점에서 다산책방 코너를 방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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