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청년 마이클의 한국전쟁
이향규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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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대하는 작가와 공감대가 생겼다. 나의 아버지 역시 13살에 전쟁을 겪으셨다. 아버지의 고향은 경기도 포천시 창수면 오가리. 에이, '경기도 포천이 무슨?'이란 생각이 먼저 들겠지만, 그곳은 38선 이북의 땅이었다. 전쟁이 발발하자 증조할아버지께서 13살 아버지에게 고모가 있는 평양으로 가 전쟁을 피하라고 하셨단다. 포천에서 평양까지 얼마나 걸렸는지 모르겠지만, 평양에 도착하니 고모가 이곳도 살기 힘드니 다시 포천으로 내려가라고 했단다. 포천 출신 아주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7살 친척 동생과 함께 평양에서 포천으로 걸어서 내려오는데, 7살 동생이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다며 일행과 떨어졌는데 하필이면 그곳에 폭탄이 떨어졌단다. 갑작스러운 공습에 아주머니와도 헤어지고 혼자 걷는데, 후퇴하던 미군이 차에 태워 부산으로 데리고 갔다고 한다. 고아 아닌 고아로 고아원에서 생활하다가 박정희 대통령의 특별 조치로 군에 입대하시어 하사관 생활을 하셨다. 하사관으로 복무하시며 전국에서 온 군인들에게 고향 소식을 물어물어 간신히 고향인 포천 창수면을 찾아가셨다고 한다.

아버지 기억으로는 증조할아버지는 아흔아홉 칸 집에 살고 노비도 많이 거느렸다는데, 20년이 훌쩍 넘어 고향을 찾아가니 재산이라곤 못쓰는 땅과 산 뿐이었단다. 38선 인근 지역이라 관공서 문서가 남아있지 않아 아쉽게도 조상 땅을 찾을 수 없었단다.

작가의 아버지 역시 고향에서 전쟁을 피해 부산으로 피난을 와서 부도 노역을 하며 청소년기를 보냈다. 우연히 고학의 기회가 있어 학업에 정진해 교수로 재직하며 인생 역전에 성공한다. 하지만 먼저 아내를 떠나보내고 혼자 거주하며 감기로 병원에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먼저 떠나보낸 아버지에 대한 기억, 나 역시 작가와 마찬가지로 일부 단편적인 기억뿐이다.

한국에 거주하고 아버지의 고향이 현재는 대한민국이라 그런지 나는 남북 평화선언이 그렇게 피부에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영국에 거주하며 아버지의 고향이 이북인 작가는 남북 평화선언이 마치 잔치를 준비하는 것 같았다고 한다.

1차 세계대전을 기억하는 행사를 통해 과거를 소중히 생각하는 영국에선 한국전쟁을 어떻게 볼까?

한국전쟁에 파병하여 많은 인명 피해를 본 영국이지만, 그들에게 한국전쟁은 '잊힌 전쟁'이었다. 심지어 전쟁에서 복귀하는 영국군에게 세관 규정 이상으로 담배를 소지했다는 이유로 압수를 당하고, 기차역에서 헝클어진 재복으로 인해 헌병에게 지적을 당한다. 그들은 항변한다. "우리는 한국전쟁에서 막 귀국한 군인이라고", 하지만 영국 사람들의 반응은 "한국이 어딘데?"

19~20살의 젊은 청년들을 의무 징집해 전쟁에 보냈지만 그들의 조국은 그들을 잊었다. 이 사실을 깨달은 작가는 자녀가 다니는 학교 출신으로 한국전쟁에 참여한 군인을 수소문하며 한국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우연히 학교 교장을 통해 그 학교 출신으로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데이비드 마이클 호크리지 소위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의 육신은 부산의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되어 있지만 학교 기록과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기억을 통해 그의 삶을 쫓아간다.

죽기엔 너무 어린 나이 19살, 그의 죽음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무엇일까?


당신의 미래를 위해, 우리는 오늘을 바쳤습니다. For your 'tomorrow', we gave our 'today' <p.45>



아버지, 전쟁, 피난, 고아, 젊어서 고생, 고독한 노년, 질병, 갑작스러운 죽음, 잊힌 전쟁 등 많은 부분이 작가와 공감대를 형성하니, 책 내용이 마치 내가 겪은 이야기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영국이라는 특수한 환경과 그곳에서 파병된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또 하나의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그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과 내가 있음을 기억해야겠다.

하지만 남북 평화 협상은 좀....,

북한의 행동을 보면 통일된 조국보다는 이웃 나라로 서로 소통하는 정도로만 살아가면 안될까?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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