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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인간의 삶을 바꾸다 - 교통 혁신.사회 평등.여성 해방을 선사한 200년간의 자전거 문화사
한스-에르하르트 레싱 지음, 장혜경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9년 7월
평점 :
자전거 이전까지 인간의 이동 수단은 말과 소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도보에 비해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었으나, 말과 소를 유지하는 비용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1812년을 시작으로 연이은 흉작으로 말 사료로 이용되는 귀리의 가격이 크게 올랐고, 1815년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의 폭발로 뿜어져 나온 엄청난 화산재로 인하여 기후 변화가 극심해 기근이 닥쳤다. 1817년까지 이어진 기근으로 가축뿐만 아니라 말까지도 아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1817년 산림관으로 일하던 드라이스는 두 개의 바퀴와 사람의 발로 지치며 나아가는 새로운 이동 수단을 고안해 냈다.
당시 우편마차로 4시간 거리던 거리를 1시간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왕복하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것이 자전거의 기원인 드라이지네가 세상에 알려지게 되는 첫 번째 사건이었다.
우마차의 바퀴를 그대로 이용하였을뿐더러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탈 때마다 뼈마디가 아프다는 이유로 '본 셰이커'라는 별명도 얻게 된다.
이후 발명과 신 기술 개발이 이어지며 우리가 타는 체인식 자전거와 브레이크, 기어가 달린 자전거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설명한다.
하지만 이런 기술적 혁신보다 자전거가 인류에게 끼친 영향은 여성 인권을 탄생시킨 것이다.
그전까지는 여성들은 남성들의 결정에 따르는 수동적 인간으로 주로 집에서만 활동했다.
여성들이 탈 수 있는 자전거가 출시되며 집에만 갇혀 있던 여성들이 집 밖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고,
자전거를 타며 남녀 간의 교제가 활발해지며, 집안의 결정이 아닌 여성 자신의 결정에 의한 결혼도 가능해졌다.
기존 남성 우월 주위 사회는 여성들의 일탈 행동을 저지했지만, 이에 맞선 여성들은 자유는 물론 선거권까지 요구하는 운동이 펼쳐진다.
이런 자전거는 전철과 자동차가 생기며 그 인기가 사글어 들었지만, 아직도 인류는 자신의 힘으로 움직이는 자전거의 매력을 놓지 못했다.
지금까지 기능 개선과 신기술을 도입하여 산악자전거와 다양한 종류의 로드 자전거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책은 일본에 이어 중국의 자전거 역사까지 설명하며 아쉽게 끝난다.
자전거의 역사와 인근 산업과 시대의 흐름에 집중하다 보니 조금은 지루하고 재미는 덜하다.
하지만 작은 변화에서 시작한 자전거가 인류의 변화에 미친 영향은 그야말로 생각 이상이었다.
이런 작은 기술 하나가 세상을 이처럼 바꿀 수 있다니 정말 놀라웠다.
앞으로 펼쳐질 4차 산업혁명은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두려움과 기대가 교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