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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 독살사건 1 (양장 특별판) - 문종에서 소현세자까지 ㅣ 조선 왕 독살사건 (양장특별판) 1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10월
평점 :
조선 역사에서 대표적인 독살사건은 소현세자의 죽음일 거라 생각했는데 뜬금없이 문종 이야기로 시작한다.
세종을 도와 훈민정음을 만들고 여러 기기들을 만들었지만 세종의 업적으로 흡수된 문종의 업적들...
우리가 배우기로는 몸이 병약하여 3년간의 시묘살이로 얻은 병으로 단명했다고 알고 있다.
결국은 유교 통치이념을 굳건히 하려다 오히려 잘못된 케이스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란 말인가?
계유정난, 어린 조카를 몰아내고 왕이 되었던 수양대군의 손길이 그의 형이었던 문종까지 뻗쳤단 말인가?
문종의 죽음, 그의 죽음은 허리 위에 종기가 나 이틀을 휴양하다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았다.
과연 종기가 죽을 병이던가? 하긴 요즘같이 페니실린이나 소염제가 있는 시절이 아니니 죽을 수 있다지만 조금은 허망하다. 문종을 치료한 어의 전순의, 그는 일본의 대마도주가 보낸 명의 숭태라는 승려에게서 의술을 배웠다.
그렇기에 조선의 의학을 집대성한 향약집성방이나 의방유취를 무시하고 세자를 치료해 세종의 문책으로 직급이 강등되기도 하였다. 이런 경력이 있기에 문종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의 치료방법이 과연 적절했는지가 제일 중요했다.
종기 환자가 금해야 할 것들 중 꿩고기, 무리한 움직임, 농 익기 전에 침 치료 등을 문종에게 시술했다.
이 정도라면 어의로서 문종의 죽음에 책임을 져야 하지만 그는 세조가 집권한 후 원종공신 1등 79명 중에 그의 이름이 오른다. 세조의 쿠데타의 큰 그림은 세종의 죽음부터 시작된 거대한 음모였고, 여기에 문종은 꼭 제거되어야 할 첫 번째 산이었던 것이다.
또 하나, 독살과 관련하여 피바람을 일으킨 연산군.
그는 자신의 어머니의 사사에 관련된 사람들을 모두 죽음으로 몰아넣었으며, 그들의 재산을 몰수하고 식솔들은 노비로 전락시켰다. 그렇다고 그가 왕의 자리에서 쫓겨날 만한지는 다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연산군이 폐비 사건을 재조사하면서 계유정변 이후 왕권보다 거대해진 공신 집단을 무너뜨린 것은 획기적 사건이었다. 나아가 재산 몰수를 통해 공신들의 물적 기반을 해체시킨 것은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그러나 연산군은 몰수 재산에 개인적 욕심을 냄으로써 스스로 대의를 추락시켰다.
연산군의 가장 큰 실수는 "조선이라는 나라는 국왕 혼자 다스리는 나라가 아니라 국왕과 사대부가 공동으로 다시리는 나라"라는 사대부들의 통치관을 부인한 것이다. 연산군이 폐비 윤씨와 관련된 신하들은 죽이되 그 재산은 다른 신하들에게 주었다면 쫓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면 몰수한 재산을 백성들에게 되돌려 주었다면 민심을 얻었을 것이다. 대의를 잃어버리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던 군주는 결국 스스로 고립되어 신하들에게 축출되고 말았다.
조선 왕 독살사건은 그동안 우리가 무심코 넘어갔던 조선의 역사에 대해 다시 한 번 의구심을 갖게 만들고 있다.
모든 권력과 부를 쥐었어도 자기 마음대로 하지 못했던 조선의 왕, 그리고 정도전이 꿈꾼 사대부들이 통치하는 나라를 실현하려는 신하들 사이에 암투가 새롭게 보이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