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감성 -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휴식 같은 타인의 일상
남자휴식위원회 지음, 홍민경 옮김 / 생각정거장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요즘 일본에서도 한국에 대한 혐한의 감정이 들끓고 있다. 하지만 그들뿐이랴?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도 역시 일본에 대한 악감정을 가지고 있다. 일본과의 스포츠 경기는 무조건 이겨야 하고, 일본인을 쪽발이라 폄하해 부르고, 심지어는 세계 지도에서 일본을 지워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드러내진 않았지만 혐일의 감정이 뿌리 깊게 남아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 이 책을 읽으면서도 교토를 도쿄로 착각하기도 하고, 일본 신사 이야기가 나오면 거부감이 느껴졌다. 그런데 내가 왜 이 책을 골랐을까? 8월의 지긋지긋한 무더위를 피해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열망 때문이리라. 그것도 내 평생에 절대 갈 일 없을 것이라 장담하는 일본에 대한 여행 책이라니 조금은 아이러니다.

여행자는 자유롭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
남들이 일하러 가는 아침에 관광명소를 찾아가 아름다운 풍경을 맘껏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바쁘게 자신들의 목적지로 향하는 사람들을 보며 무의식중에 서둘러 어디론가 가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이 생긴다. 여행자에겐 모든 것이 신비롭고 새롭지만, 여행자의 낭만은 모르는 도시에서 현지인처럼 느끼며 살아보는 것이다.
책 제목과 사진을 보고선 여성 작가의 책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작가는 남자이며 국적은 대만인이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도시 교토, 거기에 우리와 전혀 살아온 환경도 생각도 다른 대만인이 쓴 여행책이라니 다소 생경하다.
대만도 우리와 같이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았는데, 책의 저자인 대만인은 일본을 동경하는 듯한 표현이 많이 있다. 사실 이 부분이 조금 의아하다. 식민지배를 받은 민족으로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아마도 일본의 식민지배가 조선보다는 더 유화적인 입장이었고, 중국 공산당에 밀려 대만으로 들어온 국민당이 반공을 앞세우다 보니 친일 외교 노선을 견지한 것으로 보인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읽었던 책.

현지인에게는 너무나 평범한 일상이지만, 여행자만이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순간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한 안타까운 책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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