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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마음 공부를 시작했다 - 전에 없던 관계와 감정의 혼란에 대하여
김병수 지음 / 더퀘스트 / 2019년 10월
평점 :
마흔, 마음 공부를 시작했다
마흔의 의미...
아이를 키우면서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 대해 무뎌져서일까요?
서른이 될 때는 서른이 되기 1~2년 전부터
김광석의 '서른즈음에'를 들으며
뭔가 서글퍼지는 느낌이 들었던 것에 비해
마흔이 될 때는 아무렇지 않았어요
저에게 마흔은 '불혹'의 이미지가 강했어요
제가 20대 쯤...저희 어머니의 40대를 생각하면서
'나도 마흔이 되면 저렇게 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어요
저희는 언니와 저, 이렇게 딸 둘이에요
어렸을 때, 많이 싸우기도 하고
부모님께 많이 혼나기도 했죠
하지만 어머니는 언젠가부터 늘 평온하셨어요
화도 거의 내지 않으시고,
혼내는 일도 없으셨죠
그 당시에는 잘 못 느꼈던 것 같아요
제가 사춘기를 겪을 때...
유독 어머니가 미웠거든요
어머니는 언니를 더 존중하고 예뻐했다는 생각 때문이었죠
지금 생각하면 중2병이었나 싶어요
지나고나서 생각해보니
어머니가 평온하게, 성인처럼 되신게
어머니가 40대 때였어요
'불혹'이 이런건가 싶었죠
'나도 그렇게 되겠지'하는 막연했던 생각과는 달리
저는 마흔이 되어도
'불혹'의 경지에 이르기엔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흔, 마음 공부를 시작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이 책은 제가 기대했던 내용은 아니었어요
우리는 마흔 전과 마흔 후,
두 가지 인생을 살게 된다
마흔 전과 마흔 후의 나는 서로 다른 나이다
제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이야기였죠
'마흔'에 관한 책들이 있는건 알지만
읽어본 적이 없어서...
다른 책들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인지,
마흔의 의미가 정말 그런 것인지 궁금해지더라구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저자는
이제 곧 마흔이 되는 서른이 중년 심리를 예습했으면 하는 바람에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해요
그리고 마음은 아직 서른에 머물러 있는 마흔을 위한 이야기들도 담았다고 해요
예습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 책의 내용들이 모두 와 닿지는 않아요
겪어보지 않은 일들이 많으니까요
하지만 의사로서 내담자의 사례를 통해서 이야기를 풀어가니
어쩌면 미래에 겪게 될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관심을 갖고 읽게 되더라구요
이 책을 잘 뒀다가 힘들 때,
차례를 보고 해당 부분을 다시 찾아서 읽는 것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저는 우울한 기분을 느낀 적이 많아서
우울증에 대한 이야기를 관심있게 읽었어요
우울증...참 헤어나오기 힘든데...
운동이 도움이 된다는 말이 참 반갑더라구요
중등도 이상의 강도 있는 운동을 꾸준히 하면
정신건강을 증진하는 효과가 있다고 해요
우울증은 다양한 가면을 쓰고 나타날 수도 있는데요
여러 예시 중에 현재 제 모습이 있어서 놀랐어요
'멍하니 텔레비전을 본다'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
아무래도 운동을 해야겠다는 결론...^^
그 외에 저에게는 '5분 법칙'이 매우 유익했어요
제가 생각이 많은 편이에요
<마흔, 마음 공부를 시작했다>에도
저와 비슷한 분이 나오더라구요
그래서 그 분의 이야기들을 많이 공감하며 읽었어요
'5분 법칙'이란
5분 동안 실컷 고민을 한 후,
(1) 고민을 했더니 기분이 좋아졌나?
(2) 고민을 했더니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본 후,
둘 다 '아니오'라면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거예요
둘 중 하나라도 '예'라면 계속 고민해도 좋지만요
전에는 마흔 후의 제 모습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마흔, 마음 공부를 시작했다>를 읽으면서
미래의 나의 모습을 생각해보게 되더라구요
'닥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할 필요가 있나?'
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겠지만,
사는 모습은 다 비슷하니
연령대에 따라 겪는 일도 비슷할테고...
미리 알아두면 그 상황에 닥쳤을 때
좀 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와닿지 않는다구요?
좀 더 현실적인 문제를 얘기해보자면
졸혼의 경우, 이 책의 사례를 통해 여러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냥 저지르고 보면 낭패니...
먼 훗날의 얘기 같더라도 미리 생각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여성 속의 남성성인 아니무스와 남성 속의 여성성인 아니마를 아시나요?
이를 의식화하지 못 하고 억압한 상태로 두면
중년이 되어 이러한 특성이 미숙한 형태로 드러나게 된다고 해요
이런 것들을 미리 알아두면 중년이 되어서 좀 더 안정된 삻을 살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이 책을 읽는다고 마음 공부를 다 한 건 아니지만,
마음 공부를 시작한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독서였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