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에 이르러 중세를 암흑시대라 하여 유럽인류가 비문명사회에서 살아갔다는 인식이 퍼졌었습니다. 하지만 20세기 초반부터 중세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랑케의 정치사중심적 시각에서 벗어나 사람이 살아간 방식, 즉 문화에 초점을 맞추는 역사관이 대두하였습니다.
이 '중세의 가을'은 중세 유럽의 사상과 문화를 집대성한 역사학 고전입니다. 저자 요한 하위징아는 14~15세기의 프랑스와 부르타뉴 지방을 중심으로 중세말의 문화를 세세하게 그려냅니다. 동시대에 이미 이탈리아에서는 르네상스가 태동하였고, 저 북쪽 프랑스와 부르타뉴 지방에서도 중세의 전성기가 지나 쇠락해가는 가운데 근대사상이 싹트고 있는 모습을 저자는 '중세의 가을'이라 명명하였고, 어떻게 중세의 문화가 점차 근대 문화로 넘어가는지를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저 또한 고등학교 재학시절 세계사 과목에서 중세를 암흑기가 배웠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생각보다 중세는 화려했고, 그 사상은 르네상스 시대에도 훨씬 오랫동안 인간의 삶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 역사서는 이 점을 잘 알려주며, 역사학의 새로운 방법론을 훌륭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