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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의 역사 - 절대 측정을 향한 인류의 꿈과 여정
로버트 P. 크리스 지음, 노승영 옮김 / 에이도스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중국 진나라의 시황제는 천하통일을 한 후에 우선 도량형을 통일시키는 일을 하였지요. 그만큼 척도라는 것은 인간사에 중요한 것이라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이 책은 그런 척도의 역사입니다. 물론 서양 중심이긴 하지만요^^;;;
사실 '척도'는 어쩌면 객관적 진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척도'가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사람들이 그렇게 정했기 때문이지요. 다만 우리의 목적은 측정을 통해 세상을 더 잘 이해하는 것이며, 그 결과는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척도의 요건은 접근성, 적합성, 신뢰성입니다. 특히 '표준'이 중요한데, '표준'을 소유한다는 것은 정치적, 사회적 권력, 즉 왕의 권위와 신의 위엄을 나타내는 징표가 되지요. 또한 측정의 발달은 기술적인 면에서 중요할 뿐 아니라, 자본주의가 출현하기 위한 경제적, 정치적 핵심 조건이 됩니다.
원래는 우리는 손이나 발같은 자연표준을 이용했습니다만 점차 임의의 척도를 단위로 이용하게 되었지요. 무엇이든 척도가 될 수 있었고, 다만 미터법이 모든 것을 정복하며 승승장구한 비결은 무력이었습니다.
하지만 임의의 척도(1m길이의 바, 1Kg의 추)는 아무리 잘 보관한다 해도 미묘한 손상을 막을 수는 없었고 마침내 사람들은 다시 자연표준으로 돌아가(예를 들어 1m를 빛의 길이에서 구하기) 정밀한 측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정밀한 측정을 할 수 있는 기술을 갖게 되었으니까요.
사실 측정은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과 인간의 도구와 환경을 창조하고 인간이 행동하고 이해하는 방식을 결정합니다. 측정경관이야말로 자본주의 출현의 핵심조건이었지요.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인간의 삶과 관계된 것은 측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행복을, 사랑을 어떻게 측정할 수 있다는 말인가요? 하지만 현대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세상이 자신을 측정하라고 어르고 측정 이외에는 의미를 찾을 방법이 없다고 구슬린다는 것입니다.
측정의 기준을 정하는 데에는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요소가 영향을 끼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측정과 척도의 본질을 이해하고 측정이라는 것이 우리의 삶을 휘두르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