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책은 서평을 올릴까말까 고민하기는 했다. 저번에 유시민 작가의 책을 올렸을 때, 그 책을 불편해하시는 분이 계셨던 관계로, 이 책 또한 보시기 불편한 분들도 있을 걸로 생각한다. 하지만 여성인 나로서는, 아니 한 명의 인간으로서의 나로서는, 자신과 다른 뜻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해 도무지 용납할 수 없는 인격적인 공격을 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반대의 뜻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페미니즘이라는 것이 어느 시점에선가 사회에서는 이상하게 왜곡하여 받아들여지는 듯 싶다. 물론 페미니즘에는 다른 이론들처럼 폭넓은 스펙트럼이 있고, 그래서 그 이론 안에서도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 모든 논의를 페미충이라는 이름으로 적대시하고 공격하는 것에 대해서는, 흡사 남성들을 한남충으로 몰고 공격하는 것 못지않은 야만적인 행태라 생각한다. 특히 이 공격이 결국은 기득권층에게 이용되어 사회적 약자, 소수자에 대한 배제나 혐오로 이어지기에 더욱 그러하다.
한국의 여성으로서 49년의 인생을 사는 동안 나 또한 여성인 것을 이유로 많은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고 또 그로 인해 좌절을 겪었으며 인생의 행로가 바뀌게 된 경험이 있기에 페미니즘에 나 또한 어느 정도는 공감한다. 그래서 저자가 겪었던 공격에 대해 공감하고 그녀의 용기에 감탄한다.
하지만 여기서 또 하나 지적해야 할 것은, 일부 남성의 공격적인 행동 못지 않게 여성 또한, 물론 일부 여성이겠지만, 만만치 않게 혐오와 배제를 한다는 것이다. 남성의 공격은 기득권층의 제도를 이용해 여성들의 활동을 배제하는 쪽으로 나타나기에 어쩌면 피해 여성이 당당할 수 있지만, 여성들의 혐오와 배제는 같은 사회적 약자 안에서 계층을 만들기에 더욱 은밀하고 모욕적이다. 물론 저자가 당한 공격이 부당하다는 것에 공감하지만, 나는 여기서 더 나아가 여성들 또한 자신들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책에서 남성들의 페미니즘 백래쉬를 분석한만큼 여성들의 은밀한 공격 또한 어느 누군가는 진지하게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나의 의견은 페미니즘 백래쉬에 대한 남성의 의견을 찬성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혐오와 배제라는 행위가 이 사회에서 남성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 또한 그 못지않게 공격적으로 하고 있음을 말한다. 즉 나는 혐오와 배제라는 키워드 자체에 대해 말하고 싶다. 남성들이 해서는 안되는 것인만큼 여성들 또한 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인 것이다.
대학교 졸업 이후 오랜만에 첨예한 주장이 있는 책을 읽은 듯 싶다. 대학교 재학 당시 학교 안에 존재하던 각종 학보와 대학 신문에 실리던 글같은 현재진행형 논쟁서를 읽고 나니 30년간의 사회의 변화가 체감된다. 그리고 어쩌면 나의 대학 재학 당시보다 현재의 젊은 여성들이 훨씬 논쟁적이고 당당한 것 같아 다행인 듯 싶다. 다만 나의 소원은 페미니즘 백래쉬에 숨어있는 혐오와 배제의 논쟁에 대해 그 범위를 넓혀 사회를 바라보기를 바라는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