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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무렵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1월
평점 :

아~~~ㅠㅠ 역시나 감탄했다!!! 읽기 잘했다!!!
1. 줄거리
박민우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공부만이 자신의 희망'이라 여겼던 인물이다. 일류대학도 나오고, 좋은 집안의 자제와 결혼에 성공하여 중년 이후 제법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딸은 미국에서 의사가 되고, 미국인 의사와 결혼해서 살고 있고, 자신의 아내는 그런 딸을 따라 미국에 안착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건축강연을 마치고 한 여성에게 쪽지를 받는다. 익숙한 그 이름 차순아, 그리고 그녀의 연락처다! 그 이후로 그는 그녀에게서 메일을 받기 시작한다. 그리고 메일을 받으며 박민우는 자신의 어린시절 하나하나부터 전 인생을 떠올리게 된다.
2.역시 음식에 진심인 황작가님
내가 바로 전에 읽은 책 덕분인지 황작가님이 묘사하신 음식들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음식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맛있다 맛없다고 표현했을텐데, 황작가님에서 음식 묘사는 역시 달랐다. 음식에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 맛은 어떤지, 조리는 어떻게 되었을지까지 알려준다. '박민우'란 인물이 그렇게까지 음식에 대해 섬세하게 기억했을까 싶을 정도로 구체적이었다.
3.노동현실에 맞춘 포커스
분명하게 느껴졌다. 아니나 다를까 에필로그에는 '전태일' 다큐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그런 노동현실만으로도 우리 사회의 과거와 현재는 연결되어 있고, 한 몸이고, 업보라고 그것이 젊은 세대에 고스란히 전달되었다고 말한다. 서민에 대한 시선은 따뜻했지만, 여전히 뛰어넘기 어려운 양극화된 사회와 정치, 권력에 대해서는 날카로웠다.
4.청년들을 향한 안쓰러운 시선
우희가 (야간)아르바이트하는 편의점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얼마전에 읽은 <불편한 편의점>이 떠올랐다. 하지만 <불편한 편의점>처럼 따뜻하거나 이상적이지 않았다. 우희가 아르바이트한 시급, 아르바이트로써 부당한 대우도, 그녀가 살고 있는 질식하게 만드는 곰팡이 가득한 반지하집에도 젊은 세대의 어려움이 반영되었다. 편의점 업무에 대해, 작은 출판사에서 가족같은 분위기로 일하는 분위기를, 연애조차 사치인 3포세대 청년들의 마음을 어떻게 중견의 작가가 저렇게 세심하게 캐치했을까 싶을 정도로 젊은이들을 향한 안쓰러운 시선이 느껴진다. 학벌도 집안도 별로인 김민우가 매년 갱신하는 계약직과 철거용역에 대해서도... 이 책에서는 중년의 박민우와 20대 청년의 우희의 각 처지와 시선을 현실감있게 포착하는 게 중요했을텐데 그점이 나한테는 만족스러웠다.
5. 떠나고 싶은 마음
옛날 드라마 <젊은이의 양지>가 떠올랐다. (인물의 이름은 생략합니다. 기억이 안나서요) 탄광촌에서 자란 이종원은 좋은 대학을 들어가며 금수저를 문 배용준을 친구로 두게 된다. 그를 보며 더 나은 삶이 살고 싶었다. 그래서 하희라를 배신하고, 그녀를 임신시키면서 회장님 댁(?) 딸 박상아와 결혼한다. 어릴 때 그 드라마를 봤을 때는 단순했다. '착하고 지혜로운 희라(언니)를 배신하다니!!! 나쁜 놈!!! 배신자!! 벌이나 받아랏!!' 권선징악이 삶의 전부였던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나이가 먹어보니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사람이 자신의 처지가 바뀌면 더 나은 삶을 꿈꾼다.
이전의 세계의 일원이 되길 꺼려한다.
더이상 촌스럽게 살고 싶지 않다.
왜냐? 나는 그럴만하다는 걸 이렇게 증명했으니까! 이런 점을 예리하게 지적했다.
6.누군가는 좋지만, 누군가는 잊고 싶었다.
중년(박민우, 윤병구..)은 다른 사람의 삶을 밀어버림으로 자기는 저 초라하고 구질구질 한 동네를 벗어난 데에 안도했다. 그렇게해서 자신은 살아남았다고 합리화하며 자신의 삶을 설명했다. 하지만 누군가(차순아)는 그 시절 아픔도 있지만, 그때가 좋았다고 말한다.
7.작가의 시선은 예리했고, 역시 대작가다운 문장들이 많다.
박완서작가님이 생각날 중견작가(?)들의 예리한 시선이 이 책에서도 느껴졌다. 사회에 대해, 인간의 자세와 심리에서 놓치기 쉽고 합리화하기 쉬운 면들을 표현한 문장이 고급스러워서 감탄이 절로 났다. 날카롭고, 구체적이었다. 시대비판적이었다. 시대적인 아픔도 껴안은려 했다. 지금까지도 과거의 아픔을 업보로 껴안고 사는 현 청년들의 모습과 상황을 자기반성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면이 인상적이었다.
8. 맨부커상 후보에 이 책이?
1차 후보에 있었던 책이었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하지만 맨부커상이란 프레임만 씌여져도 책이 어렵구나라고 판단하게 되는데,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다. 문장은 담백하고 깔끔하며 술술 읽힌다. 하지만 그 담백함 때문에 마음 놓고 읽다간 간간히 급브레이크 밟게 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점 기억해두시길.
9. 핵심은 이 한 문장에 있다!
개인의 회한과 사회의 회한은 함께 흔적을 남기지만, 겪을 때에는 그것이 원래 한몸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지난 세대의 과거는 업보가 되어 젊은 세대의 현재를 이루었다. 어려운 시절이 오면서 우리는 진작부터 되돌아봐야 했었다. 이것은 그야말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에 관한 이야기이다. p.198
10.캬아~~~ 문장이 주옥같은데 그 문장에 걸맞는 리뷰를 쓰기가 어려워서 힘들었다. ㅠㅠ
어떻게 이렇게 깊이 있는 글을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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