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포스터 - 가면을 쓴 부모가 가면을 쓴 아이를 만든다
리사 손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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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임포스터인가요?

<Impostor Check List>

✔️ 사람들 앞에서 실제보다

훨씬 유능한 척한다.


✔️ 남들이 나를 평가하는 것이

두렵고 평가받는 일은 피하고 싶다.


✔️ 스스로 뭔가를 성취해도

이보다 더 잘했어야 한다고 여긴다.


✔️ 지금의 성공은

내가 운이 좋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최선을 다한 일보다 다하지 못한 일을

더 많이 기억하는 편이다.


이 책 초반에서는 '이건 전혀 내 이야기가 아닌데?' 싶어서 공감이 안 됐다. 나는 뭔가 대단한 걸 이룬 사람도 아니고, 내가 실제보다 유능하다고 잘 포장하는 편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우습게도 (지금의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이 더 문제일지 모르겠지만) 성취나 성공이라는 것을 내가 딱히 이루었다는 생각이 안 들어서 그게 더 웃프면서 씁쓸하게 여겨졌다.


오히려 내 주위에 지나치게 자신의 공로를 인정하려들지 않는 사람을 보면, 다른 이들이 리사손 교수님에게 반응하듯 나또한 그렇게 말하거나 안타깝게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잘하면서 왜 그렇게 자신을 비하할까?' 이런 면에서 나는 임포스터 쪽보단 임포스터를 대하는 상대의 쪽에 더 가까웠던 것 같았다.


초반부를 지나니 나와 비슷한 모습이 제법 눈에 띄었다. 실수를 누군가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모습, 이젠 내 진짜 모습 들키겠다! 라는 생각, 피드백 받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모습, 못 하는 것에 대해 '나는 못하는 사람이야' 라고 여기며 빠르게 포기하는 태도, 내 평가에 대한 절하로 보상도 낮추는 모습 말이다. ... 나이를 먹고, 배짱도 같이 먹게 되는지, 이제는 실수를 하고나면 '그래 이럴 수 있지! 너넨 안 그래?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생각을 자주 하며 마음을 내려 놓기도 한다. 그리고 이룰 수 있는게 많지 않은 나이가 되어선지 포기는 더 빨라지고 미련이 없어졌다. 그렇긴 한데, 여전히 나보다는 성장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에게는 나 어릴 적의 높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아서 부모로서 이건 조금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하듯 그런 모습이 있다.나도 아침에 잘 못 일어났는데, 그런 내 모습을 기억하고 이해하기 보다는 아이의 느릿느릿한 모습이 내눈엔 거슬린다. 엄마가 큰 소리 내기전까진 나도 어릴 적엔 말 안 듣고 버텼는데(가령 양치하고 세수해라!!), 지금 내 아이들에겐 우리 엄마가 내게 말했던 것처럼 "화를 내야 말을 들을 거니!!?"라고 화를 버럭 내곤 한다. 뭔가 뜻대로 잘 안 될 때, 신경질과 짜증을 있는대로 부렸던 과거가 내게도 있는데, 우리 아이가 그럴 때는 그 소리 때문에 나또한 예민해져서 같이 화를 내고 있다. 개구리는 전혀 올챙이 적이 기억이 안 난다. '난 너보다 나았다고!!!'


아이를 이해하려기 보다 과거에 난 그랬던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는 듯 아이에게 실망하며 완벽한 잣대를 끊임없이 들이댄다면, 나 또한 우리 아이를 임포스터로 만들 수도 있다. 아이는 부모의 높은 기준에 도달하기 위해, 어른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의 모습 그대로가 아닌 다른 가면을 쓰고 자신을 책망하는 임포스터로 살아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아이가 100점을 맞아오지 않으면 난 불안했다. 완벽하게 모르는 거 아니야? 실수를 하다니 꼼꼼하게 살피지 않은 거 아니야? 나와 달리 남편은 한두개 정도 틀려도 된다고 했다. 실수를 했지만, 개념을 알았다면 그걸로 된 거라고. 지금은 초등학생이고 나중에 충분히 무마될 수 있는 거라고...

그때마다 아이는 억울해 했다. "난 꼼꼼하게 본 거예요! 나는 잘 살폈다고요!" 예전엔 아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설사 아이말이 틀렸다 하더라도 지금 생각엔 그냥 믿어줄 걸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아마 100점에 대한 내 강박의 이유는 '불안' 때문이었던 것 같다. 아이가 조금이라도 놓치면 어떻하지? 지금 이것도 틀리는 데 나중에 더 어려운 문제에선 어떻게 하지? 라는 불안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정리하건데, 그 불안을 조금씩 내려놓고 우리 아이가 스스로 해낼 수 있으리라 믿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욕심도, 완벽에 대한 욕구도 아이가 가져야 열심히 하지, 내가 나의 불안을 끌어 안고 아이를 닥달해봤자 아이에게 도움이 될 건 없다는 게 이 책을 읽고 난 후 생각을 정리한 결과다.


많은 사람들이 내게 자주 하는 질문이 있다. "우리 아이의 메타 인지를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요?" 나는 아이의 메타인지를 부모가 키워줄 수 없다고 말한다. 아이의 메타인지는 아이가 컨트롤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를 보면서 부모 자신의 메타인지를 키울 수는 있다. 아이들은 과거의 애먹었던 학습 경험과 힘겨운 성장의 순간들을 부모인 우리에게 상기시켜준다. 아이들이 어려워하면서도 잘해내는 모습을 통해, 나도 젊을 땐 무던히도 헤맸지만 결국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있었구나, 하고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게 된다. 아이의 메타인지가 결국 부모의 마음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p.219


이 책을 읽고 자꾸 기억에 남는 단어는 '용기'와 '신뢰'였다. 나또한 아직은 임포스터같은 모습으로 살고 있다. '용기'를 내어 조금씩 나아가는 게 필요했다. 모르거나 없는 것에 대해, 실패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을 용기, 피드백을 받아들일 용기... 부모로써 아이에게 가장 가득 보내 줘야할 것은 '신뢰'였다. 아이 스스로 '메타인지'를 키워낼 거라는 신뢰, 어릴 땐 실수하지만 앞으로는 더욱 나아질 거라는 신뢰, 아이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진심에 대한 신뢰... 아이와 함께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성장한 것, 우리가 잘은 모르는 것에 대한 끊임없는 점검, 우리가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즉 메타인지를 깨달아 알아가는 것도 필요하겠다.


임포스터의 모습은 완벽주의자와 매우 비슷해 보였다. 아마 완벽을 추구한 나머지 가면을 써서 임포스터가 됐는지도 모르겠다. 내 경우 임포스터에 해당하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는데 어디까지가 기준에 해당하는지, 어디부터를 임포스터라고 지칭할 수 있는지 사실 잘 이해가 안 됐다. 미국인의 70프로가 임포스터라고 한다는데, 우리 중에 임포스터가 아닌 사람은 또 얼마나 있을까? 생각도 들었다. 임포스터적인 가면이란 것이 물론 필요하다는 걸 저자도 인정했지만, 임포스터란 용어가 부정적인 의미의 용어인 것, 어떤 증후군으로 지칭되며, 문제가 있는 모습으로 뭔가 정의내리는 것 같은 면은 완전히 받아들이기가 불편하고 어려웠다.


어찌됐든 부모로 아이를 키우는 우리의 내부에 부족한 모습이 있다면, 그건 어떤 식으로든 또 바꾸고 보완되어야 하는 건 맞다.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만 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으로 본다면, 부모는 늘 공부하고 변화하려 애써야 하는 것도 맞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우리 아이들을 더욱 건강하고 올바르게 키우려는 부모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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