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편하게 말해요 - 마음을 다해 듣고 할 말은 놓치지 않는 이금희의 말하기 수업
이금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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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듣는 라디오 유투브 패널로 이금희 아나운서가 나왔다. '목소리가 참 좋다', '참 좋은 분이신 것 같다'라고 생각했다. 차분하면서 조곤조곤 말을 이어가는 모습, 상대의 말에 진심을 담아 진실하게 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말할 기회가 거의 없어 말하기 방법에 관심이 없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책은 읽어보고 싶었다.


역시나 말을 잘하는 방법! 에 대해 첫째, 둘째! 이런 식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것보다 말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말이란 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말의 근원(原)까지 '말'과 말하기에 대해 자연스럽고 쉽게 다뤘다.

저자는 방송과 함께 대학 교수로 여러 사람을 접하면서 말하기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왔다. 신선한 방식으로 제자(겸 후배)들에게 말을 할 수 있게 나오게끔 지도했고, 이해가 되지 않은 여러 부분에서는 지인들에게 주저없이 조언을 구했다. 골고루 나오는 경험과 다른 이들의 말을 보면 꼭 '말'에 대한 이야기만이라고 볼 순 없다. 현실을 살아가는 독자들이 흔히 겪을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러고 보면 말과 인생은 너무나도 밀접해서 함께 다루어도 전혀 이질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저는 아주 좋은 '말'의 원체험을 갖게 된 셈입니다. 내가 말을 할 때 세상에서 제일 좋은 울 엄마가 재미있게 들어준다. 아이에게는 이보다 더 신이 나는 일이 없었겠죠. 그렇게 날마다 종알거리고 보고를 하면서 말하기가 조금씩 늘었으리라고 짐작해봅니다. 동시에 마음속 깊은 곳에 믿음이 자라났을 겁니다. '엄마처럼 사람들도 내 이야길 재미있게 들을 거야.' 그런 믿음이 저를 아나운서로 만든 것 같습니다. 듣기의 힘, 특히 원가족 내에서 하게 되는 원체험인 경청은 이렇게 힘이 셉니다. p.29


아이들의 말을 얼마나 들어주고 있나 생각해봤다. 항상 엄마의 머리속은 복잡하다. 엄마가 아이들의 엄마로 살고 있는 이상 매일 깨어있는 시간동안 '어떻게 키우는 게 최선일까'라는 물음을 항상 달고 산다. 그럴 때, 아이가 건내는 소소한 말들은 놓치곤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 핑계를 기대어 살고 있었는데, 이 글을 읽으니 아이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이 아이의 삶에 근원이 되겠다는 말이 이해가 됐다. 조금더 들어주려고 아이의 눈을 마주치고 허리를 굽혀야겠다.


하지만 이미 머리가 굵은 아이와 물 흐르듯이 소통하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닐 겁니다. 아이를 낳고 키웠지만, 마음과 생각과 경험과 감정까지 공유할 수는 없을테니까요. 누군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는 우리 아들딸이 다른 나라 사람이라고 고여겨요. 국민소득으로 따지면 개발도상국 시절에 자라난 나하고,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된 후에 태어나 자란 우리 아이하고 어떻게 같은 나라 사람이겠어요. 서로 다른 나라 사람이지." p.97


역시나 또 아이 이야기를 연결지어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이건 엄마니까 어쩔 수 없는 거다.(이 책에서 육아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오해마세요^^) 부장님이나 할 줄 알았던 '라떼는!'이야기를 아이들에게도 한다. 불 좀끄고 다니라고, 밥을 남기지 말고 다 먹으라고, 쓰지 않을 땐 수도를 잠그고 있으라고! 너가 얼마나 행복한 아인 줄 아냐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런 잔소리를 할 때, 나는 아이가 나와 다르게 선진국의 아이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잊는다. 그저 '왜 이렇게 생각없이 행동할까'라고만 답없다고만 여긴다. 앞으로 사춘기가 되면 더할 텐데 아이는 나와 다른 행성에서 출발했음을 기억해야할 것이다.


참고참다가 터져서 상대방을 당황시키는 사람이 나다. 제 나이에 남들 하는 것처럼은 살아야 한다고 말로는 안 해도 나는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세뇌하며 산다. 얼마 전까지 거절을 하는 게 어려워 '결정을 돌릴까' 수십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사람이다. 40이 넘었으나 아직도 방황하는 인생이어서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했던 결정에, 내가 지었던 감정의 폭발을 되짚어 보았다. 위로도 받았고, 생각의 전환도 시도해볼 수 있게 도와준 책이었다.


나도 이런 데 이 책은 무언가를 준비하고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줄만한 책이다.

특히 말하는 팁을 자연스럽게 다루었으니 편하게 읽고 자신이 준비하는 그 길을 꿋꿋하게 가는데 도움이 되겠다.

여동생한테도 글을 공유하다가 그냥 선물해버렸다. 한차례 쉬어가고 싶을 때도 차분히 읽기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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