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 육아 - 어느 조용하고 강한 내향적인 엄마의 육아 이야기
이연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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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나오고 봐야지봐야지 하고 있었다.

여태까지 '내향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육아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개만 보고 이 책을 보고 싶었는데, 세상에! 2년이 훨씬 지난 지금에서야 읽었다.

2년 전이라면 아이들이 6,7살이었을 텐데... 진작 읽어볼걸 아쉬운 마음이 한가득이다.


SNS에 시선이 팔려 아이들을 그렇게 안 키우면 큰일 날 것 같았던 지난 과거들이 생각났다.

조리원 동기들의 돌도 안 된 아이와의 주말 외출이야기를 들을 땐, 내 아이에겐 못 해주는 데에 대한 죄책감과 남편을 향한 원망함을 뭉쳐키웠던 지난 감정들이 떠올랐다.

남들은 집에 있는 것보다 밖으로 나가야 시간이 잘 간다는데, 나는 나가면 오히려 시간이 안 갔다.

육아동지들과 함께 육아를 하면 덜 힘들다는데, 나는 다른 아이와 그 엄마를 만나 육아를 하는 시간이 더 힘들었다. 나가는 준비와 나가서 모든 것이 스트레스였다.

남들은 카페에서 아이를 데리고 데이트를 한다는데, 나에겐 언감생심 데이트였다.(앉아있을 수나 있을까?)

아이를 잡으러 다니느라 바빴고, 사고치는 걸 수습하고 다니느라 내 외출은 늘 고단했다. '외출의 결과가 고작 이거란 말인가' 늘 허탈했다. 오히려 카페 데이트 한다는 게 진짜 가능한 건지, 바깥을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는 엄마들의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 건지 엄마들에게 진심이냐고 묻고 싶었다.

외출에서 간신히 몇 개 건진 나와 아이들의 사진만이 나를 위로해 주긴 했다.


지금은 남들과 비교하는 육아가 제일 어리석었었다는 걸 안다.

내 성향과 다른 육아를 쫓아다니느라 내 성향에 거슬러 했던 육아들은 너무나 많은 것들을 소진시켜버렸다.

진작 이 책을 읽었더라면 나에게도 남편에게도, 아이에게도 조금은 덜 화냈을텐데...

그냥 편하게 집에서 육아했어도, 아이는 자신의 속도와 능력대로 잘 자랄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내가 왜 힘들었는지, 왜 남들과 함께 하는 육아가 힘들었는지 이 책이 나 대신을 나를 대변해준 것 같아서 속이 시원했다. 그리고 내가 했던 육아에 지지와 응원을 받는 느낌이었다. 글도 잔잔하고 부드러워 쉽게 읽혔다. 그렇다고 그저 착하거나, 책내용이 뭐든 '좋은 게 좋다'는 식의 내용은 아니다. 내향인 육아에 대해 저자 자신만의 단단함이 느껴져 그 추천과 주장에 설득력이 있었다.


다른 이들에 비해서 자신의 육아가 유독 힘들다고 표현하는 부분들은 약간 거슬리긴 했다.(주변에 있는 다둥이 엄마들이 힘들지 않다고 어떤 식으로 표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확실히 저자의 앎과 노력 그리고 자신의 뚜렷한 주관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여러모로 좋은 환경(예를 들면 좋은 위치의 집, 좋은 영향을 주신 부모님 등)에 있어보임에는 다른 환경에 있는 이에게는 '역시나!'하는 괴리감이 조금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이도 영재발굴단이나 기타 프로그램에서 나올만큼(부모의 지지 뿐 아니라 타고나게, 유전?) 뛰어나보였다. 같은 내향육아여도 훌륭한 조건이 있었으니 그렇겠지라고 여길 수 있을 거란 것이다.


그래도 이 덕(아이의 뛰어남?)에 그녀의 내향육아도 실패가 아닌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한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런 면에서 나같은 내향인은 우리의 육아도 우리의 성향을 거스르지 않고 아이와 잘 맞춰서 해도 된다는 지지를 받은 듯 힘을 받는다.(물론 우리 아이는 저렇게 영재가 아닐지라도!!)


무언가를 알아야 하고, 아이들에게 체험하게 해 주고, 아이를 안정적이고 완벽하게 키워내야 한다는 '엄마'의 노력과 열심을 요하는 '육아'세계에서 엄마는 늘 좌절하고 낙담한다. 특히 내향인 엄마들에겐 이런 것들이 특히나 더 버겁다. 이런 육아의 세계에서 나를 돌아보고, 내 성향 특히 내향성을 존중하고 그에 맞게 육아하라는 저자의 주장은 내 육아 또한 다시 돌아보게 한다. 저자의 흔들리지 않은 내향육아에 감사하다. 그런 주관이 있었기에, 이 책이 나왔고 나같은 내향인 엄마가 읽으며 위로와 격려를 받았으니까 말이다.


'내 육아도(나도) 틀린 게 아니었어!'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내 아이는 영재가 아닐지라도^^; 무조건 잘못 된 육아는 아니었다는) 안도의 한 숨을 쉬면서 얼마나 짜릿하니 좋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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