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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외전 - 보통사람이 궁금한 외교 그리고 외교관의 모든 것
조세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직업 특성상(?) 많은 부류의 사람을 만날 수 없지만, 간간히 생각지도 못했던 분야에 속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 사람들의 직업에서
오는 환경, 현상황, 그리고 미디어에서 듣고보기만 하던 내막을 들으면서 굉장히 흥미진진하다. 현실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고, 어떤 한 가지를 보는
시각이 넓어진다고나 할까?
SNS 사용과 인터넷의 대중적인 사용덕분에 많은 정보를 얻게 되지만, 은밀한(?) 정보는 역시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나온다.
하지만 관계를 맺기 불가능한 부류가 있기도 하다. (나의 무능력을 떠벌리는 것 같아 안타깝지만..)그 중 하나가 외교 쪽이다.
2018년 4월 27일.
10년이 넘는 긴 공백의 시간을 지나 남북한의 정상이 한 자리에서 만났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며,
비핵화, 종전 선언 등 생각지도 못한 단어들이 지도자들의 입에서 오르내리는 걸 보면서 새삼 벅참을 느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무수히 보이지 않는
움직이는 손들이 있을거라 짐작하며 그 역사를 마음에 담았다.
위에서 말한 것들 덕분에 이 책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외교의 세계, 미디어에서 나타나는 것들을 위한 외교분야
내에서의 끊임없는 움직임들... 정말 궁금했다.
책 초반부터 외교관의 하루가 결코 만만치 않다는 사실부터가 굉장히 주목할만하다. 이사할 짐이 안 와서 없는대로 적응해야 하는 삶, 총알이
튀는 상황에서 잠을 설치며 이삿짐을 받아야 하는 상황.... 불편함은 물론 때로는 목숨도 잃을 수 있는 상황을 보면 그동안에 알던 것과는 다른
현실감이 느껴진다. 우리의 뇌리에 있는 장면은 격식에 차려진 옷을 입고 각국의 대표단과 인사를 나누며 만찬에 참여하는 모습들이다. 그렇게 화이트
컬러에서 받을 수 있는 인상을 외교관으로 갖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고?? 처음부터 환상이 깨진다.
저자는 일본, 중국, 예멘, 미국 샌프란시스코 대사관과 총영사관에서 일했다. 그리고 통역을 담당하기도 하고, 한일 일본국위안부 피자문제
합의검토TF(테스크 포스)에 참여했다. 그런만큼 충실하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거기서 저자가 받았던 인상, 당시 현실, 그리고 그에 대한
평가를 고스란히 적어놓았다.
어쩌면 자신의 기록을 남기고 혹은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도 싶었을 것이다. 반대로 국가기밀적인 사항들과 타국과 관련된 것은 다루기가
조심스러웠을 거라 생각했다. 이 책에서는 일반인도 잘 알 수 있게 쉽게 외교관의 삶과 각국의 외교현실들을 이야기 했다. 그리고 많이 거론되었던
문제들을 통해 우리나라의 외교상황도 차분하고 용이하게 잘 다루었다.
책을 보면 그 책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 내가 생각했던 것이 아닌 것들을 다루거나, 생각보다 어렵게 이야기하거나, 너무 일반적인 것들을
다룰 때 책에 대해 실망한다. 현실의 상황과 더불어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혹여나 나같은 일반인은 어려우면 어쩌나 조심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이 책은 딱 내 기대에 딱 들어맞아서 읽으면서도 괜히 내가 흡족했다. 정말 궁금했던 현안들을 기사에서는 수고스러운 면이 있었는데,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 해 주니 무작정 부정적 감정으로 문제에 접근하기보다는 곳곳의 면에 수긍이 가서 더 이해하기 쉬웠다.
또한 외교를 통해 생겨나는 국가적 의미와 담당자의 책임감, 직업관, 여러 이슈화된 사건으로 이어지는 일들이 문외안인 일반인들에게는
신선하고 흥미로운 일들일 수 있겠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외교관의 일상에서 많은 부분이 '읽기'라는 일이란 것이다. 외교관이라면 대외적으로 보이는
것만큼 누군가를 수도없이 만나거나 행정적인 업무처리를 주로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국내와 주재한 국가에 대한 이해가 필수일 뿐 아니라
국내정치사회적인 방향들을 잘 파악하여 전달해야하기 때문에 '읽기'에 허술해서는 전혀 안 되겠다 싶었다. 외교관이라고 여기저기 활동만 하는 것보다
오히려 정적으로 책상에 앉아서 무언가를 읽는데 시간을 많이 보낸다는 이야긴 정말 의외였다.
한 가지 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검토에서 TF 위원으로 참여한 이야기를 잊을 수 없다. 일단 김영삼대통령 때 일본과 했던 합의를
거론한 사실에 대해서 생소했다. 피해자 차원의 접근은 부족했지만, 일본의 충실한 사과와 과오를 뉘우치는 일본내 교육을 요구한 것은 저자의 말대로
국가적으로 적절한 합의였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이후 정부에서 수동적이고,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동의나 지지없는 강행적으로 이루어진 체결이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그에 대한
실책을 되돌아보는 것은 여러 개인적인, 단체내의 갈등이 있더라도 잘 한일이라 생각한다.
외교적 합의를
파기하면 상대국으로부터 신뢰를 상실한다.
그러나 여론이
지지하지 않는 합의를 강행하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상실한다.
오늘날은 외교와
국내 정치의 경계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국내의 반대
여론을 잘 설득할 수 있어야 비로소 상대국으로부터 외교적 신뢰도 생기는 법이다.
외교적 합의에
따른 의무를 원만하게 이행하기 위해서도 국내 여론의 지지는 결정적으로 중요한다.
따라서 상대국과
외교적인 합의에 앞서 교섭단체에서부터 여론의 이해를 확보하는 작업을 핵심적 과제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겸허한 자세로
널리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관건인 시대다.
p.134
여기서 외교라는 것에 대해 새롭게 바라볼 수 있었다. 단지 국익만을 위해서, 어떤 미래를 위해서 강행하여 외교적인 결정을 하느냐, 현재의
여론과 민심을 반영한 결정하느냐에 대해서 위의 사건을 통해 처음으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때그때 결정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 나또한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는 바이다. 시대가 변하고 있고, 정보는 공유되고 있다. 대중이 무조건 옳다고 볼 수는 없으나 그 대중들의 의식이 점차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정보는 공유되어야 하고, 국민들의 정서와 생각을 잘 반영하여 외교방향까지 연결되어야 한다고 본다. 민주주의 국가라는
이름에 합당하게 자주적이고, 주체적인 국민의 의지가 담긴 뜻을 외교가 잘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점이 이 책을 통해 얻게 된 것은 외교를 통해서 본 역사적 사실이었다. 연대기를 통해, 왕을 통해 본 역사와는 달리 역사의 흐름에
따라 외교의 모습도 반영되고, 변화했다. 역사를 보는 외교적인 관점이 상당히 재밌었다.
그리고 얻게 된 다른 하나는 외교적 관점에서 본 민주주의였다. 이를 통해 조금더 사색하고, 조금더 돌아보았다.
사회, 정치, 경제, 문화 등 많은 분야에서 민주적이고, 자발적인 시도와 노력이 일어나는 민주적 움직임들이 있다. 예를 들면, 최근
미투운동이 그랬고, 한 재벌가의 갑질 논란으로 심판대에 놓인 일이 그렇다. 외교 또한 나는 이 책을 통해 혹은 내부적으로 -그러한 시도는 이미
일어났지만- 의식적인 움직임을 갖고 개선되고 발전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흥미만을 갖고 읽게 된 책에서 색다른 관점과 정보를 얻게 되어서 읽는 시간이 즐거웠다.
어려울 수 있는 외교를 쉽게 접근하도록 저술해 주시고, 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