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 괴짜 노인 그럼프 그럼프 시리즈
투오마스 퀴뢰 지음, 따루 살미넨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란 프로그램이 한 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었다. 한국에 처음 와보는 외국인들이 한국 여행을 하며 느끼는 문화적인 차이와 한국의 가치있는 모습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그 인기에 힘입어 현재 시즌 2도 방송 중이다.

한국에 처음 와보는 외국인에게 한국이란 나라는 어떤 나라로 다가올까?  

한국은 단일민족국으로 한국민이라면 대체로 고유함에 대한 자부심, 애국심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가 불어넣은 것이 아닌 강대국 사이에 살아남기 위한 원동력이자 우리를 가장 우리되게 하기 위해 지켜온 것들이라 생각한다. 그동안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동경했고, 그 모습을 닮아가려고 해왔다. 이젠 어느 정도의 경제 성장에 따른 자립심과 독립심이 생기면서 이젠 우리에 대한 평가가 어떨지 사뭇 궁금해진다.


 그런 중에 출판계에서는 바로 이 책이 출간되었다. 당시 발매일은 2월 초로 한창 평창동계올림픽의 열기로 뜨거워져 있을 참이었다.

한 미디어 프로가 아닌 책에 거는 기대감은 크다. 왜냐하면 오락성과 대중성을 비중으로 둔 방송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나타내는 면에서 살짝 아쉬움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책은 미디어가 전해주는 그 이상의 것들을 문자로 표현한다. 그리고 방송보다는 좀더 날 것을 보여주리라는 기대감이 있다.


 이 책에 거는 기대감은 상당히 컸다. 방송에서 이미 한국을 긍정적이고 호의적으로 반응한 외국인의 모습에 이미 익숙해져서 그런 것을 기대한게 아닌지 모르겠다. 역시나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방송에서의 그들은 젊은 외국인이었다. 이 책에서는 노인인 외국인이다. 그는 핀란드에서 왔다. 하지만 둘다 지인을 통해 오게 한국에 오게 되었고, 익숙하지 않은 한국의 여러가지 것을 경험하고 알아간다.


어쨋든 책으로 돌아가서, 핀란드란 나라가 우리에게 마냥 익숙한 나라는 아니다.

'산타 클로스'의 나라, 복지가 잘 되어있는 나라, 눈으로 덮여있는 나라...정도로 대략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그 몇 가지로 어떠한 친숙한 인상을 받을 순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외국인의 시선으로 본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핀란드라는 유럽의 한 나라에 주목했는데 새롭게 눈여겨 볼만하다.

핀란드는 깨끗하고 평등해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러시아의 자치령인 대공국이었던 과거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지리적으로는 두 강대국인 노르웨이와 러시아의 사이에 위치했던 것을 볼 때 다소 험난한 역사를 거쳤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저자가 말하는 바에 따르면 사회가 발전할 수록 자유는 늘어나고 생활 수준은 향상되었으나 그만큼 세대와 계층 간의 소통이 어려워지고 갈등이 커졌다고 한다. 과거부터 현상황까지 핀란드가 우리나라와 공통된 게 의외로 많다는 점이 놀랍다. 그래서 그럼프가 아니 작가가 그의 소설에서 한국이란 나라를 택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프는 무뚝뚝하고, 거칠게 느껴지지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정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손녀딸을 챙기러 한국을 찾아온 모습에서 한국의 한 기성세대의 모습이 보인다. 또한, 한국에서 이씨와 함께 생각을 같이 하여 이씨와 그녀의 딸, 눔과 대화하는 장면을 보며 우리 사회속에 있는 세대간의 차이를 볼 수 있었다. 그 장면에서 결국 세대의 차이는 있으나 결론은 없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함께 하는 식사가 있었다. 가족이라는, 인간이라는 테두리의 관계가 있기에 그들이 결국은 하나인 모습을 보면 안타까우면서도 애잔함이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한국이란 나라에서 겪게 되는 그럼프만의 에피소드는 그야말로 빵터지는 상황의 연속이다. 비데에 이어 긴급버튼까지 누르면서 소리에 놀라 기계를 후려치는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빵터지게 만든다. 좋은 음악이 나오고, 상냥하게 엉덩이를 닦아주는 모습에서 우리가 아기냐고 되묻는 접근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문화적인 차이가 보이기도 하고 기성세대 특유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면도 보였다.

 

이 책은 그럼프 방식의 생각과 말로 쓰였고, 사람들의 직접적인 대사는 거의 없기 때문에 아주 쉽게만 읽히진 않는다. 핀란드의 이야기가 상당히 수록되어있는데다가 그럼프 스타일의 글이라 그것들을 이해하려고 하면 다소 고개가 갸우뚱 기울어질 것이다. 또한, 어떠한 감정적이거나 감상적인 것이 아닌 단순하면서도 건조한 느낌의 문체이기 때문에 핀란드식의 개성이 보이는 글에 적응해야할 필요가 있다.


 책에서처럼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같은 세대의 다른 나라 사람이 서로 소통한다면 굉장히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다. 젊은 세대의 통역으로 그들의 대화가 이루어지면서 재빠르게 이해하고 인식하진 못했어도,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며 한 인간으로써 친밀함을 주고받는데는 언어가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계속 이야기한 바와 같이 이 책은 우리와 비슷한 상황이지만 알지 못했던 나라 핀란드에 대해서 새로운 관점과 인식을 갖게 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또한 우리나라라는 배경이 한데 어울려서 그것을 접하는 한 외국인 어르신의 엉뚱한 경험과 괴짜스러움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마지막으로 세대와 계층에서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기 어려웠던 것을 직면하면서 그래도 우리 사이에 포기 하지 않는 끊임없는 소통과 이해가 필요함을 다시끔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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