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읽고 싶은 부분>
특히 한국에서는 골목 장인의 공급 부족이 가장 큰 시장실패로 나타난다. 시장 수요에 비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골목 상인이 턱없이 부족하다. 기존 상인의 역량을 지원하는 동시에 체계적인 교육, 직업훈련, 창업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 실력 있는 신규 상인의 골목 산업 진입을 유도해야 한다. 정리하자면, 골목길 경제학은 공급, 수요, 거래 비용, 시장실패 등 경제학 개념으로 골목상권의 성장과 성공을 분석하고 정부 정책을 개발하는 분야다. 앞으로 골목길 경제학은 국내외 사례와 자료를 토대로 골목상권 역학에 대한 이론과 가설을 설정하고 검증하며 골목 산업 육성 방안을 구체화함으로써 새로운 학문 분야로 발전할 것이다.
<뉴욕타임스>가 추천한 부산의 여행지는 전포 카페 거리다. 부산 전체를 추천한 것이 아니다. 이제 도시여행자의 목적지는 도시가 아니고 도시의 한 동네다. 뉴욕에 가는 트렌드세터는 더 이상 뉴욕에 간다고 말하지 않는다. 브루클린, 소호, 웨스트 빌리지, 사우스 브롱스에 간다고 말한다. 도시여행자에게 한 동네를 깊이 체험하고 즐기는 여행은 일주일도 부족하다.
<뉴욕타임스>가 매주 추천하는 도시 여행지의 코스 구성을 보자. 가장 최근에 추천한 도시는 일본 삿포로다. 삿포로 여행자를 위한 36시간 도시 여행 코스는 12개 장소로 구성되어 있다. 추천한 코스를 들여다보면 그 구성이 흥미롭다. 12개 장소 중 전통문화 유적이나 자연 명승지는 한 곳도 없다. 반면 맛 집, 바, 카페 등 음식 관련 장소는 무려 7곳이 추천됐다.
우리가 이대 후문 상권의 부침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두 가지다. 첫째, 골목 상권은 수요, 공급, 시장 경쟁이 단위 상권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하나의 산업이다. 서울 골목상권 전체가 산업이라면, 단위 골목상권은 그 산업에 속한 기업인 셈이다. 대규모 젠트리피케이션의 피해를 입지 않은 이대 후문이 쇠퇴한 것도 결국 골목상권 간 경쟁의 결과였다.
둘째, 골목상권의 성공은 지역 공간 디자인이 관건이다. 특히 다른 지역과의 연결성을 확대하는 도로와 대중교통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이대 후문 경험에서 볼 수 있듯이 제한된 골목 자원과 낮은 접근성은 다른 상권과의 경쟁에서 치명적 제약으로 작용한다.
도시계획 관점에서 가장 부러운 점은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재다. 도쿄에서 주목받는 상권임에도 젠트리피케이션 논란은 들리지 않는다. 그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공동체 문화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건물주와 상인들 간 공동체가 형성되어 비공식적인 임대료 규제가 작동한다.
둘째, 기치조지의 대지주는 사찰이다. 사찰 소유지가 많아 토지 매입을 통한 상가 개발이 어렵다. 사찰의 비영리적 특성으로 인해 임대료가 급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셋째, 상권의 무분별 팽창을 견제하는 주민들의 노력이다. 이곳에서는 주거 건물을 상업 용도로 쉽게 전용해주지 않아 프랜차이즈 업소의 대규모 진입이 어렵다.
넷째, 1991년 자산 버블이 붕괴된 이후 지속된 부동산 침체는 구조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었다.
홀 푸드마켓이 성공한 요인은 간단하다. 진정성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진정성으로 답했을 뿐이다. 소비자는 다른 가게는 몰라도 홀 푸드마켓만은 정당한 방법으로 생산한 건강식품을 판매할 것이라고 믿는다. 회사가 상품의 진정성을 부각하는 방법도 이채롭다.
젠트리피케이션에 주목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 현상을 비판한다. 우선 골목상권의 발전이 지역에 터전을 둔 주민의 희생을 강조한다는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예술가, 자영업자, 독립 가게의 노력으로 골목상권이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실이 이들에게 긍정적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상권 활성화로 인해 임대료가 상승하면 건물주가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고, 건물주의 요구를 감당할 수 없는 세입자는 가게를 포기하고 다른 지역으로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골목상권 활성화 상업이 불가피하다면, 청년창업 지원 시설, 대학 시설, 청년창업몰, 청년 창작촌 등 천년문화를 창출하는 공공재에 투자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청년문화 공공재는 유동인구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상권의 정체성 확립에도 기여한다. 서울시도 청년 인구의 중요성을 인식해 대학가 주변 지역을 재생하는 캠퍼스 타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골목상권 전체, 즉 골목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거시적인 정책이 장기적으로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경리단길 개척자로 유명해진 장진우 대표는 미래 창업자를 위한 학교를 운영한다. 장진우 가게에서 일하는 연륜 있는 요리사들이 학생들을 직접 교육한다. 장진우 학교는 졸업생 중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해 그들의 창업을 지원한다. 교육- 훈련-창업으로 이어지는 장인 육성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청년창업가들이 용산 인쇄소 골목에 모여 다수의 식당을 운영하는 청년창업꾼도 미래 골목 창업자를 위한 교육 과정을 운영한다. 교실에서 배우는 정규 학교나 직업학원과 달리, 현장에서 같이 일하며 배우는 현장 교육 프로그램이다.
골목 장인 기획사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지만, 골목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전국의 기획자와 창업자들이 나서서 다른 지역과 나라가 벤치마크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획사 모델을 개발, 지역과 골목 경제 발전의 주역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