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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노래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방미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요즘 페미니즘 유행 아닌 유행을 타게 된 것 같다. 82년 김지영이라는 소설을 시작으로 연예인들의 SNS 활동을 통해서 페미니스트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더니, 결국에는 이런 소설들이 한국에서도 자주 소개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달콤한 노래는 세계 3대 문학 상인 공쿠르상을 받은 프랑스 여성 소설가가 쓴 이야기이다. 이 책으로 작가는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어 진흥을 담당하는 특별대사로 임명했다고 하니, 소설 하나가 엄청난 파격적인 바람을 일으킨 것 같다.
참 씁쓸하게 소설은 시작한다. "아이가 죽었다...." 보모가 아이를 죽인 사건이 일어나고 이 소설은 그 사건을 복기하는 방식으로 시작된다. 아이들의 엄마는 변호사이다. 첫째 아이를 낳고는 시댁의 도움을 받아서 일을 했지만, 둘째 아이를 낳고서는 도움을 받을 수가 없어서 결국에는 엄마가 변호사일을 그만두고 가정을 돌보게 된다. 우연히 만나게 된 친구 변호사를 통해서 그녀는 다시 일을 시작할 수가 있게 된다. 하지만 역시 엄마의 현실은 아이들이다.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고민하게 되자, 그녀는 돌봄 서비스를 구하게 된다.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보모. 그녀는 보모가 점점 자신의 생활 안으로 깊숙이 들어오는 것을 느끼면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불안함을 느끼게 된다.
작가는 사건을 복기하는 과정을 통해 루이즈라는 보모의 소외된 여성들의 이야기와 짓밝힌 개인성, 강요받는 모성 등을 그려냈다. 작가의 인터뷰를 보면 "왜 아무도 모성이 가져다주는 잔인한 공포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이 작품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모든 부모는 아이를 낳게 되면 무한한 사랑과 동시에 일종의 공포도 느끼게 됩니다. 이것은 이 아이가 나를 극단적으로 필요로 하고 있다는 사시로가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될까에 대한 걱정이 만들어낸 막연한 공포입니다. 이것은 누구나 느끼는 감정으로 보편적 공포인데요. 하지만 사회 통념상 말하지 못하고 터부시하게 되는데, 어떤 방식으로든 이와 맞닥뜨려보고 싶었습니다.
그녀의 인터뷰다. 나는 그녀의 인터뷰에서 한국인의 정서와 맞는 부분과 맞지 않는 부분이 공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성들은 처음 엄마가 된다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그 두려움이 공포까지는 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모성애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작가는 그 모성애가 강요되었다고 하지만, 아이를 낳아서 육아를 해본 나의 경험에 의해서는 모성애는 강요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모성애는 엄마 그 자체이다. 엄마가 아이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사랑은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것으로 나는 생각된다. 이것을 다른 시선을 보았을 때는 강요라는 표현으로 좀 더 강하게 표현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강요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다.
물론 아이를 낳고, 이 소설의 주인공처럼 아이를 아빠보다는 엄마의 손에 의해서 키워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부분에 있어서 불공평하다고 느낄지 모르겠지만, 내가 내 뱃속에서 키워온 아이를 사랑하고, 그 아이가 나를 사랑하는 것에 대해서 그것은 강요가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하지만 육아에서만큼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것은 남편의 생각 자체가 바뀌어야지만 가능한 것인데 그것이 현실 속에서는 아직까지는 많이 어려운 부분인 것 같다. 모든 것이 한국보다 더 많이 개방되었다고 생각했던 프랑스에서도 아직까지는 육아와 집안일을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고, 여자에게 편입되는 현실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것은 프랑스에 극한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여성들이 겪는 문제이고 고충인 것 같다. 얼마나 이 같은 소설들이 나와야지만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고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인가.
모성의 본능이라고 하는 것은 저는 믿지 않습니다. 저는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을 하고, 모성이라고 하는 본능은 남자들이 만들어 낸 남자들의 발명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집에서 아이를 보아야 되고 그러니까 집에 여자들은 있어야 되고 여성들은 엄마라고 하는 어떤 정체성의 아름다운 모습을 항상 듣고 강요받고 그렇게 자라는데 실제로 엄마가 되고 보면은 엄마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물론 아이는 좋아합니다. 우리 아이를 좋아하고 아이가 사랑스럽지만 엄마를 하고 싶지 않을 때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그러지 못했을 때의 죄의식 이런 것들이 같이 강요가 되고 그래서 어쨌든 여성은 집에 있어야 한다는 그런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엄마의 본능이라고 하는 것이고, 사회적인 현상이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즐거운 나의 집"이라는 노래는 위의 인터뷰에 적합한 노래인 것 같다. 우리가 생각하는 즐거운 나의 집은 여성이 집에 있는 모습을 그리게 된다. 아무도 엄마가 없는 빈집을 상상하지는 않는다. 여성이 집을 지켜야지만 즐거운 나의 집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모성애와는 또 다른 문제인 것 같다. 함께 해야 하는 육아를 아직은 여성의 전유물로 여기는 남성들의 생각이 문제인 것 같다. 집에 있어서 아이를 돌봐야지만 모성애가 강한 여성은 아닌 것이다. 일하는 엄마가 육아를 못한다는 편견도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그런 모습들을 강조하고 있다는 부분에서 늘 아쉽다.
달콤한 노래. 하지만 실제로는 이 달콤한 노래가 무서운 노래. 공포의 노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남성들도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