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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마리 여기 있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2월
평점 :
프레드릭 배크만의 3번째 소설이다. 어찌하다 보니 이 남자의 소설을 다 읽게 되었다. 은근 중독성이 있는 글이다. 다산 책방에서 이 분의 책은 특별히 더 신경 쓰고 있는 느낌이다. 책 표지부터 왠지 수집하고 싶게 만들었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은 전혀 다른 내용이지만, 은근히 연결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바로 소재가 독특한 노인들이다. 어찌 말하면 꼰대가 있는 노인들이라고 해야겠다. 무뚝뚝하고 어딘가 세상 사람들하고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삐딱한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삐딱함에는 다 이유가 있는 삐딱함이다. 오베라는 남자도..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의 할머니. 그리고 브릿마리. 모두가 평범하지 않는 노인들의 이야기다.
오베라는 남자가 까칠했던 이유는 사별한 아내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고, 엘사가 그렇게 까칠했던 이유는 외로움 때문이었고, 브릿마리가 그렇게 까칠한 이유는 존재를 인정받고 싶은 욕구 때문이었다.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몰랐던 이들에게 프레드릭 배크만은 그의 특유의 유머스러움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그들의 오해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브릿마리는 자라온 환경부터 그녀를 자존감 낮은 여자로 만들었다. 자동차 사고로 온 가족이 사고를 당해 언니가 죽게 된다. 재주가 많았던 언니 대신 살아남은 브릿마리는 엄마에게 너 말고 네 언니가 살았었으면.. 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다. 그렇게 존재 없이 자란 그녀는 자신을 좋아한다던 남자에게 버림받고, 부모님에게도 버림받은 딸이 되었다. 아이 둘과 함께 이혼한 남자에게 자신의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된 그녀는 자신의 아이도 낳지 않고, 그 남자에게 모든 것을 다 맞추며 사랑받기 위한 몸부림으로 살아간다. 남편 없이는 집 밖에도 나오지 못하고, 오로지 남편만을 위한 삶을 살다 60세쯤 남편이 그동안 더 젊고 예쁜 여자와 바람이 났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집을 나오게 된다.
살기 위한 몸부림인지, 그녀는 취업을 하려 하고, 겨우 얻어낸 이름도 모를 시골마을의 센터의 안내원으로 3주간 고용이 된다. 지금껏 자신의 삶과 전혀 다른 살게 된 그녀가 그곳 사람들과 부딪치면서 점점 자신의 인생을 찾아간다는 이야기다. 우리에게는 일상적인 일들이지만, 그동안 남편의 삶에 모든 것을 맞춰 살았던 브릿마리에게는 피자를 먹는 것도, 맥주 한 잔을 마시는 것으로도 자기 자신을 찾는 일을 한다. 그동안 남편이 외국 음식을 먹는 것을 싫어해서 그런 음식을 먹고살지 않았고, 사업가의 아내라는 그런 신분에 맞춰 살다 보니 술, 담배와 거리가 먼 삶을 살았었다. 그런 삶이 당연하다고 살았고, 남편의 바람을 이전에 알았지만, 자신은 행복한 여자라며 자기 자신을 주문을 걸면서 살았던 것이다. 결국 그런 틀은 자신이 만들었던 것이다.
운전은 남자가 해야 하고, 커피를 잘 끓이는 남편이기에 누군가가 타 주는 커피만 마신 그녀. 쇼핑할 때 카트를 끌어 줄 남자가 필요했고, 한 번도 자신을 위한 일을 해 보지 않았던 그녀가 이제는 사소한 일 하나부터 자신이 해 나가야 한다. 이런 그녀가 자신의 틀을 자신 스스로 깨면서 나가는 모습을 보았을 때, 함께 응원하게 된다. 누군가를 위한 삶이 아닌 자신을 위한 삶을 살 거라며 여행을 떠나는 마지막 그녀의 모습에 함께 기뻐하게 된다. 60이 넘은 나이에 이제야 자신의 모습을 찾는 것 같아 아쉬운 점도 있지만, 읽는 내내 어쩌면 브릿마리의 모습이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브릿마리 여기있다]라는 제목처럼 우리도 우리의 삶에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릿마리의 인생 전체를 봤을 때 그리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았지만, 더 늦기 전에 그녀는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났다. 더는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고, 혼자 스스로 독립하기 위해서 자신이 그렇게 가고 싶어 하던 파리로 떠난 것이다. 다소 엉뚱하지만, 이유 있는 까칠함의 브릿마리. 나의 존재는 나 스스로 인정하면서부터 생긴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되는 소설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