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 제21회 전격 소설대상 수상작
기타가와 에미 지음, 추지나 옮김 / 놀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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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짧은 드라마를 본 느낌이다. 일본에서 이런 종류의 드라마가 많은 것 같다. 회사 이야기가 유독 많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드라마를 정말 많이 보았다. 그때는 어둠의 경로가 지금보다 훨씬 쉬웠기 때문에 일본에서 하고 있는 드라마도 몇 일있으면 우리도 볼 수 있었다.
공부한다는 하얀 거짓말을 하며 회사다닐때에도 금요일 밤이면 맥주 피쳐하나를 손에 들고 오징어 다리를 질겅질겅 씹으며 9시부터 새벽4시까지 일본드라마 10편을 내리 쭉 보았던 기억들이 이 책을 보면서 새록새록 떠 올랐다. 그리고 나의 신입사원 시절의 직장 생활들도 떠올려보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이 책은 일본에서 35만부나 팔린 베스터셀러라서 조금 더 흥미가 갔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분명 있는 것이니까..
그런데 다 읽어 본 결과.. 일본 사람들이 좋아했을 것 같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보기전에 약간의 팁이 있다면 일본사회를 조금 이해하고 읽는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일본 회사를 다녔던 나는 이 책을 보면서 정말 많은 공감을 했지만, 한국의 직장인 문화와 다르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은 읽으면서 약간 의아해하는 분도 있을 것 같다.
 
일본은 아직까지도 한번 어느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되면 정년퇴직까지 다니는게 일반적이다. 지금은 해외에서 공부하고 온 젊은 친구들이 많기 때문에 그래도 그 전보다는 낫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하다. 일본 사람들과 일 해본 사람들은 안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한 회사의 오랜 경력을 가지고 철저하게 그 회사의 회사인 된다는 것을.. 그리고 그들도 이직이라는 생각을 별로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건 일본인 친구들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이다. 일본에서는 조직사회이기 때문에 회사도 조직이라고 보고, 이직을 하는 사람은 그 조직에 잘 맞지 않는 사람으로 여겨서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더라도 좋은 이미지를 받지 못한다고.. 그리고 이직을 하게 되면 그 전 회사 보다 급여를 낮게 부르고 간다며, 이직자체를 꿈꾸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당시 나는 이 이야기를 일본인 친구에게 직접 듣고 정말 놀랐으나, 그 이후 일본의 직장 생활을 그린 드라마나 영화를 봄으로써 일본 직장문화에 대해서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봄으로써 왜 주인공이 신입사원인데도 불구하고 이직하는 것을 꺼려하는지..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직장생활을 이어나가려는지 쉽게 이해가 갔다.
  

 

주인공인 아오야마의 일주일을 보면 정말 한숨이 푹~ 나온다. 저렇게까지 하면서 다녀야 하나.. 라는 생각이 푹푹 들 것이다. 그리고 나의 경우도 떠올려 본다. 신입때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남들 다니니까 나도 다녔던 것 같다. 회사에 대한 애사심도 강할때였고, 나를 뽑아준것에 대해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며, 열심히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진짜 사회 초년생답게 열심히 일했던 것 같다. 실수를 해서 혼나더라도 ... 아직 초보이니까.. 이라는 말로 스스로 위로했으며, 남들도 다 그래.. 라며 술한잔으로 스스로 위로하면서 다녔던 것 같다.  그러다 1,2년이 지나도 3년차에 들면서 나도 이제 직장 짬밥을 좀 먹은 사람으로서 이런 느낌을 받게 되면 영락없이 취업사이트부터 뒤지게 된다. 혹시나.. 내가 가고 싶은 회사의 공고가 떴을까하고.. 아마.. 대한민국의 어느 신입사원이라면 나와 비슷할 것 같다.

 

자신의 실수로 거래처와의 큰 거래가 끊어질 것 같고, 회사에서는 식충이 취급을 당하며, 부장님에게 매일 같이 욕만 듣는다면 나라도 정말로 힘들것 같다. 정말 죽고 싶은 나날들을 보내는 주인공에서 야마모토라는 친구는 끝없이 이 친구를 잡아주고 용기를 북돋아 준다. "직장 그만둬~" 라는 말. 어쩌면 우리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장 듣고 싶은 말이 아닌까? "괜찮아.. 너는 잘 할 수 있어. 잘 참아봐..."라는 위로대신에..

누구든 행복해질 기회는 돌아온다.. 설령 그 기회를 전부 깨닫지 못하더라도 한 번쯤은 인생을 바꿀 타이밍을 찾을 수 있으리라..

"직장.."정말 중요하다. 그렇지만 더 중요한건 개개인의 행복이다. 직장 생활로인해 내가 행복할 수 없다면..  차라리 그만 두는 것이 낫다. 그런데 이건 그때는 모르는 것이다.  젊은 나이에 직장을 그만두면 금전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사회의 비적응자로 , 낙오자로 찍히는 주변의 눈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특히 요즘 같이 취업난이 극심할때라면 더더욱 결정이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생각해 봐야 한다.. 진짜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역시 소설은 소설이다..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우리의 인생이라는게 살다보면 느끼겠지만.. 인생이란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는것 같다.  어느때는 죽을 만치 힘들어서 차라리 죽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그래서 살아서 다행이다.. 라는 말을 하곤한다. 이 책을 보며 작년에 방송했던 [미생]이라는 드라마를 떠올렸다. 장그래라는 신입사원이 상사에서 버텨나가는 모습과 아오야마가 회사에서 버텨나가는 모습이 겹쳐진다. 내 아이가 아오야마라면.. 장 그래라면.. 난 어떻게 말 해 줄것인가..

"괜찮아.. 인생은 말이지, 살아만 있으면 의외로 어떻게든 되게 되어 있어. 주인공의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더라.. 살아만 있으면 어떻게든 되더라.. 아이에게 무조건 버티라는 말보다는 이렇게 말해주는 것이 훨씬 낫겠다 싶다. 

미생의 무게감보다는 훨씬 덜하지만, 일본의 직장문화를 엿볼 수 있었던 소설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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