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아딕투스 - 알고리즘을 설계한 신인류의 탄생
김병규 지음 / 다산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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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알면서 속는다. 아니 속는다는 표현도 너무 거창한 것 같다. 우리 스스로도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스마트폰에 중독이 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 스마트폰을 통해서 얼마나 많은 중독들이 만들어져 가고 있는지도 알고 있다. 다만 그것을 중독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왠지 중독이라고 하면 좋은 중독보다는 나쁜 뜻의 중독들이 많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그 단어를 쓰지 않으려고 사람들은 노력하는 것 같다.

스마트폰이 중독이 쉽게 된다는 것을 알기에 아이들에게 가장 늦게 사주고 싶은 물건이면서도 아이들도 꼭 이것만은 사수하고 싶어 한다. 그만큼 스마트폰은 우리에게 삶으로 다가왔다. 스마트폰 덕분에 정말로 다양한 앱이 나왔고, 그 앱을 통해서 사람들은 더욱 스마트폰에 중독된다. 언제든 인증 사진을 찍을 수 있고, 기록할 수 있게 되었다. 중독이지만 중독 같지 않은 중독들이 그래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아마도 이런 생활을 하게 된 건, 코로나도 한몫한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생활도 이제는 지쳐간다. 잘 살아보자고 아침부터 인증샷을 찍어가며 각종 sns에 올리고 카톡으로 올렸던 것들이 점점 지쳐간다. 그러면 이렇게 지치는 사람들을 위한 다른 앱이 또 기다리고 있다. 참 무서운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 살고 있기에 이 책이 더 이상 다른 사람의 이야기, 어느 특별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애써 중독이라는 단어를 피하려고 하지만, 이미 우리는 중독되었고, 다양한 앱을 통해서 많은 것들을 인증하면서 산다. 그러다 보니 기업들도 예전과는 다르게 변화되어 가고 있다. 중독 경제라는 말이 생겼고, 그에 따른 대책들이 나왔다. 이렇게 사람들은 점점 우리가 중독에 빠질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 같다. 그것이 돈과 연결되고 있고, 요즘 트렌드로 바뀌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틈새시장을 찾아서 새롭고 강한 중독 거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술 마약만 몸에 해로운 것은 아니다. 운동도 지나치면 (중독되면) 몸에 해롭다. 많은 인증들 속에서 현대인들은 이미 중독되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머리 좋은 중독 경제의 사람들이 우리가 알게 모르게 중독될 수밖에 없게끔 만들어놔서 아무 생각 없이 살다간 그들이 만들어놓은 덫에 걸려 중독되고 말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중독을 알면 부가 따라오고 중독에 빠지면 부를 빼앗기는 시대다. 나도 이미 중독 경제에 빠져들었음을 인정한다. 작가는 마지막에 핸드폰을 내려놓고 누군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에 맞춰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삶으로 살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결국 우리의 삶도 이렇게 하면 좋다는 것을 작가는 자신의 삶을 통해서 알려주는 것 같다.

중독에 대해서 알고 있으되 빠지지 말 것! 아이러니한 말이긴 하지만, 중독은 우리에게 미래의 부와 기회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것. 완전한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생각해 봐야 하는 문제임은 확실하다. 나는 이 중독을 통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겠다.

<다시 읽고 싶은 글귀>

Homo Addictus = 이명법에서 '호모'는 인간을 뜻하고, 그 뒤의 단어는 인간의 특성을 묘사한다. '호모 아딕투스'는 중독되는 인간을 말한다.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따라갑니다. 다양한 사업자 가운데 당대 사람들의 욕구를 가장 잘 만족시키는 사업자가 큰돈을 벌고, 그러면 다른 사업자들도 기회를 잡고 이익을 얻기 위해서 이 선도적 사업자들을 따릅니다. 러면서 시대마다 다른 비즈니스 모델이 유행합니다.

중독 경제의 시대를 간단히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광고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고, 소비의 성격이 일회적인 것에서 연속적인 것으로 변화하며,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서 구매 이후가 중요해지고 마켓의 개념이 시장에서 소비자로 변화합니다.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 또한 매출에서 사용자 수와 사용 시간으로 바뀝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기업이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사람을 자신의 앱에 중독시켜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중독 경제의 핵심입니다.



그렇다면 왜 페이스북은 자신의 정체성처럼 고집하던 코멘트 방식을 포기했을까요? 또 왜 많은 테크 기업이 페이스북의 '좋아요' 버튼을 모방한 것일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앱의 중독성이 강해질수록 광고 수입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광고와 강력하게 결합합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사용자들이 타인과의 관계 맺기로 인정 욕구와 즐거움을 무료로 누리게 해주는 대가로, 그들에 관한 내밀한 정보를 얻어내고 그것을 수익화하는 데 이용합니다.

앞으로 이 노트북이 느려지거나 고장 나면 별다른 아쉬움 없이 새 제품으로 대체하겠죠. 쉽게 돈을 쓰고, 쉽게 제품을 구입하고, 쉽게 제품을 버리는 시대, 이 역시 중독 경제 시대의 한 단면입니다.

이렇듯 은밀하게 진행되는 대규모 실험 역시 중독 경제 시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예입니다. 오늘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지거나 불행하게 느껴진다면 자기도 모르게 a/b 테스트에 노출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상관없이 테크 기업의 실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중독 경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입니다.

중독 경제에서 사업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히 많은 가입자를 모집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스케일이 작더라도 강한 영향력으로 중독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자신만의 작은 중독 경제를 창출해낼 수만 있다면 이를 기반으로 사용자를 크게 늘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마이크로 어딕션을 설계할 수 있을까요?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첫째는 중독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규칙이나 방법, 즉 새로운 메카닉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이를 뉴 메카닉 전략이라고 합니다. 빅 테크 기업이 아직 찾아내지 못한 새로운 규책을 찾아낸다면 자신만의 중독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기존 사용자들이 아니라 새로운 세대를 공략하는 것입니다. 기존 사용자들은 이미 빅 테크 기업이 만들어낸 중독 경제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이들을 새로운 플랫폼으로 불러오는 것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직 빅 테크 기억의 중독 경제에 들어가지 않은 사람들이나 세대를 타깃으로 자신만의 중독 경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것이 뉴 에크 전략입니다.

세 번째로는 빅 테크 기업의 빈틈을 공략하는 전략입니다. 빅 테크 기업의 가장 큰 장점을 제공하는 상품의 종류가 많다는 것이죠. 하지만 사람들 중에는 상품의 종류가 적더라도 자신만의 위한 서비스처럼 느껴지는 곳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을 위해 작은 규모의 중독 경제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큐레이팅 능력이 중요합니다. 이를 엔터테인먼트와 합쳐서 큐레이테이먼트 전략이라고 부릅니다.

중독 경제 시대의 새로운 사업자들은 빅 테크 기업이 자신들이 찾아낸 새로운 메카닉을 모방해서 사용하기 전에 가능한 한 많은 사용자를 모아야 합니다. 그리고 빅 테크 기업이 비슷한 서비스를 출시해도 그들이 떠나지 않게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중독의 강도입니다. 사용자들이 서비스에 강하게 중독되어 있으면 빅 테크 기업이 자신을 모방한 서비스를 출시해도 고객 이탈을 막을 수 있습니다. 빠르게 자신만의 새로운 중독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독 경제 시대이 성공 전략인 것입니다.

이때 우리 뇌의 보상회로에서 답을 찾는 방법이 유용합니다. 보상회로는 자신을 자극하는 대상에 대해 중독을 만들어냅니다. 페이스북이 '좋아요'라는 칭찬 버튼을 찾아내서 사람들의 보상회로를 강력하게 자극할 수 있었던 것처럼 보상회로를 자극하는 제2의 '좋아요' 버튼을 찾아내야 합니다. 사람의 뇌 속에 답이 숨겨져 있는 것이죠.

더구나 앞으로 다가올 시대의 경쟁은 빅 테크 기업처럼 모집이 큰 기업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게임은 아님이 분명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디지털 생태계는 현재의 플랫폼 중심에서 점차 사용자 중심으로 진화해나갈 것입니다. 빅 테크 기업에 맞서 승부수를 띄우려면 개인화된 서비스가 각광받는 시대가 온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달리 말해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이 단순히 얼마나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느냐보다는 각 사용자에게 얼마나 잘 들어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서 이들을 철저히 만족시키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습니다.

중독의 기술이 지금보다 더 발달하고 중독 경제가 심화될수록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 무엇이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채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테크 기업이 원하는 대로 생각하고, 테크 기업이 원하는 대로 소비하는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메타인지 능력입니다. 메타인지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무엇이 자신의 욕망을 부추기는지 알 수 있고, 자신의 소비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또한 메타인지 능력이 있어야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파악할 수 있고 자율적으로 자신만의 생각과 감정을 가질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메타인지 능력을 통해 테크 기업의 조종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중독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어려운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고, 미래에 대해 분명한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사람을 찾고 따릅니다. 물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늘 이런 사람을 원했습니다. 이런 존재를 구루라고 칭하며 그들을 따르고 존경했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구루와 중독 경제 시대의 구루는 다릅니다. 과거의 구루는 오랜 경험을 가진 지혜로운 사람들이었죠. 하지만 중독 경제 시대의 구루는 백발의 노인과는 거리가 멉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세상을 잘 이해하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어야 합니다. 경험이 아니라 기술과 과학에 대한 지식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래서 과거의 구루와는 다르게 이제는 나이가 어린 사람도 구루가 될 수 있습니다.

디지털 구루에게 나이나 경험보다 중요한 것은 디지털 시대에 대한 통찰과 자신감 그리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능력입니다. 이는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과 기꺼이 대화하고 공감하려는 진심과 의지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또한 알고리즘에 맹목적으로 휘둘리지 않고 보상회로를 적절히 관리하는 능력, 즉 욕망과 쾌락에 분별력 있게 대처하는 지혜가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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