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니까 잘 부탁합니다
노부토모 나오코 지음, 최윤영 옮김 / 시공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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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알게 된 책. 에세이처럼 써 내려간 엄마의 치매일지를 딸이 쓴 것이다.

치매환자를 둔 가족이 쓴 글로 보면 되겠다. 정말이지 남의 일 같지 않다. 언젠가 나의 일이 될 수도 있고, 또 시간이 더 지나면 내 딸의 일이 될 수도 있다. 점점 치매환자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의료기술이 좋아지면서 사람의 수명은 늘어나는데, 거기에 따른 뇌에 관한 의료기술은 아직 그것을 쫓아가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해 본다.

정말 이 책을 읽으면서도, 또 주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나의 친할머니의 경우를 보면서도

절대로 나는 치매에 걸리지 않기를 하는 마음이 있다. 분명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은 마음 일 것이다. 치매에 걸리고 싶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단지 기억력을 잃어가는 것뿐만 아니라 점점 나 자신을 잃어가는 것과 같다.

기억, 추억, 그리고 존재 등등

점점 하나씩 뇌 속에서 불을 끄는 것 같다.

이야기만 들어도 가슴 아프다.

환자들이 늘어날수록 고통받는 가족들도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작가는 현명했다. 부모의 영상을 찍는 것으로 부모의 모습을 남기는 것뿐만 아니라, 늙어가는 일본 사회에 문제점을 제시했다.

그리고 그 문제점을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노인들에 대한 복지가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보고 배울 것들이 많다.

엄마 아빠도 자주 말씀하신다. 딸들에게 폐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고..

나 또한 그렇다. 내 딸에게 폐가 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노후를 위한 돈만 있으면 될 줄 알았는데 한 가지 더해서 건강까지 가져가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나도 작가처럼 이런 날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할 것 같다.

아직은 나의 일과는 멀어 보이지만, 조만간이 될 수도 있다.

건강하게... 그리고 폐 끼치는 것보다 선한 영향력을 행할 수 있는 멋진 할머니로 늙어가고 싶다.

<다시 읽고 싶은 글귀>

지금 가족을 돌보고 있는 분들에게도 이 "객관적으로 보는" 방법을 추천한다. 카메라를 들고 보라는 말이 아니라 자신이 카메라를 들고 있다는 기분으로 간병으로 꽉 막힌 기분은 싹 덜어내고 객관적인 시점으로 바라보면 분명 관점이 크게 바뀐다. 그렇게 냉정한 자세로 '아, 나는 너무 상대 가까이에서 비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있었구나'하고 깨달으면 '그럼 시점을 조금 바꾸어 다른 각도에서 보자'라고 생각하게 될지도. 간병하는 사람이 스트레스로 무너지지 않으려면 이러한 시도가 분명 필요하다. 어쩌면 심호흡을 한번 해보는 것만으로도 괜찮을지 모른다. 그것만으로도 어깨의 힘이 빠져 기분이 편안해질 것이다.

만일 "이것도 할게요" "그것도 할게요" 하며 엄마의 간변을 전부 내가 떠맡았다면 나는 분명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녹초가 되어 궁지에 내몰렸을 것이다. 그러다 모든 것을 엄마 탓으로 돌리며 결국 엄마를 증오하게 돼버렸을지도 모른다. 그건 엄마에게도 내게도 가장 불행한 일이다. 그걸 깨달을 수 있어서 나는 정말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엄마의 치매는 신이 베푼 친절일지도 모른다.

지금의 엄마는 완전히 아이다. "아이라고 생각하면 화도 안 난다." "간병과 육아는 비슷하다"고들 한다. 그러나 아이와의 결정적인, 그리고 절망적인 차이는 아이는 성장하나 치매 엄마는 퇴행해갈 뿐이라는 사실이다. 육아는 자립 시기를 예상할 수 있으나 이렇게 식욕 왕성하고 기운찬 엄마의 상태를 보고 있자면 정말로 끝이 안 보인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배은망덕한 딸인 것 같아 엄마에게 너무 미안하지만 몸이 바닥없는 늪 속으로 가라앉는 듯한 공포를 느낄 때도 있다.

그렇다. 이 무렵부터 나는 치매를 '신의 친절'로 여기서 시작했다. 신은 엄마를 내가 좋아했던 엄마로부터 서서히 변모시켜감으로써 긴 이별을 시켜주고 있는 거라고. 이 글을 읽고 불쾌한 마음이 드셨다면 종말로 죄송하다. 버젓이 살아 있는 엄마를 '조금씩 죽어가고 있다'라니. 그러나 만약 소중한 사람이 치매에 걸려 망연자실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음을 알아주었으면. 그 사실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면 좋겠다.

혹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만 그런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해 자기혐오로 괴로워하고 있는 분에게는 '당신만 그런 게 아니에요'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 역시 그런 생각은 불효의 극치라고 스스로에게 욕을 퍼부으면서도 '이건 신의 친절'이라 생각함으로써 분명히 위안을 얻고 있으니까. "가족은 그 사람을 사랑해 주는 것이 제일의 일"이라는 이마이 유키미치 선생님의 말을 계기로 엄마를 피하지 않고 똑바로 받아들여야겠다고 각오한 나. 그리고 결심했다. 노력하지 않으면 엄마를 사랑할 수 없음을 깨달은 이상 어떻게든 그 노력을 해야겠다고. 형식적이어도 괜찮으니 우선은 시작하자고.

"나오코 씨, 저는 엄마를 간병하다 떠나보내고서 생각했어요. '간병은 부모가 목숨 걸고 해주는 마지막 육아'라고요." 이 말을 부모가 건재한 동안 알게 되어 다행이었다. 나는 진정으로 생각했다. 엄마는 지금, 자신의 전부를 걸고서 자식인 내가 인간으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마지막 육아를 해주고 있구나... 인간은 누구나 늙는다. 이를 피할 길은 없다. 늙으면 엄마처럼 치매에 걸려 영문을 모르게 되기로 하고 남의 손을 빌리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게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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